사/람/들.. 2013.01.24 20:37

예전에 측근과 함께 '어떤 직업이 과연 좋은가?'에 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세속적인 기준에선 법대, 의대 나와서 고시 패스하고 의사 되면 좋은 거지만, 측근 왈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없을텐데, 자기도 완전무결한 인간 아니면서 맨날맨날 다른 사람 죄 있다고 주장하는 검사란 직업이 그리 좋은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파렴치한 죄를 저지르고 다른 멀쩡한 사회 구성원에게 피해 준 범죄자'를 탁월한 말빨로 포장하여 죄 없게 만들어 주는 변호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 의사는?' 하고 물었더니, 그는 '맨날 아픈 사람 상대하고 피 보는 직업이 뭐 좋냐?'고 했다.(사람들이 그냥 농담처럼 하는 말로 '의사가 좋은 게 아니라, 돈 잘버는 의사 부인이나 의사 가족이 좋은 거다-'란 얘기가 있다.)

그가 말하길 '세속적인 기준을 넘어서, 사람들 마음에 평안을 주고 좋은 말을 많이 해주는 성직자 정도면 좋은 직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했었는데, 요즘엔 성직자들 중에도 세속적으로 타락한 이들이 많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산에서 수행을 하면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행자들이나 철학자의 삶도 그 삶의 '질적인 측면'만을 따진다면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고대 그리스의 괴짜 철학자 '디오게네스'(장-레옹 제롬 작품)

하지만 세속적인 기준으로 따지면, 좀 뭣한 구석이 있다. 예전 기억으로, 대학에서 철학 관련 학과는 별로 인기도 없고 컷트라인도 낮았었다. 하지만 남 이목에 구애받지 않는 성향의 사람 경우, 본인만 만족스럽다면 그런 삶도 무척 이상적이다. 학교 때 좋아했던 한 선배가 괴짜였는데, 그 영향인지 그리스의 괴짜 철학자 '디오게네스'에게 관심이 참 많다. 디오게네스는 법정 스님의 책에 나오는 '무소유'를 그대로 실천하며 살다 간 인물 같다.


디오게네스(Diogenes) 하면 '그리스, 페르시아, 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더 대왕'을 소 닭 보듯 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로 유명하다. 알렉산더 대왕이 그리스 정벌 후 다른 학자들과는 달리 자신에게 따로 인사 오지 않는 괴짜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직접 찾아간 일이 있는데, 그 때 디오게네스는 볕이 잘 드는 곳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대제국의 왕이 직접 찾아왔음에도 꿈쩍도 하지 않고 반갑게 맞이하지도 않는 디오게네스로 인해 알렉산더 대왕은 살짝 기분이 언짢아졌다.

- 이하 '알렉산더 대왕'과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나눈 대화 -

알렉산더왕 : 난 대왕 알렉산더이다.
디오게네스 : 난 개 같은 디오게네스요.

알렉산더왕 : 그대는 내가 두렵지도 않은가?
디오게네스 : 당신은 선한 자요?
알렉산더왕 : 그렇다.
디오게네스 : 그리 선한 자를 내가 뭣땜에 두려워해야 하오?

알렉산더왕 : 그대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들어줄 수 있으니 말해 보라.
디오게네스 : 그저 햇빛이나 가리지 말고, 옆으로 조금만 비켜 서 주면 좋겠소.

대제국의 왕 앞에서도 이런 담담한 태도를 보인 디오게네스를 보고 알렉산더 대왕은 "내가 알렉산더 대왕이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가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란 말을 남겼는데, 그들에 얽힌 이 일화는 꽤 유명하다. 어떤 면에서 보면 알렉산더 대왕도 무척이나 그릇이 큰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성질 나쁘고 무식한 왕 같았으면 "일개 철학자 따위가~?" 하면서 해꼬지 했을텐데, 알렉산더 대왕은 도량이 넓은 인물이었기에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다소 건방진 듯한 그 무심한 행동도 여유 있게 넘길 수 있었던 것이다.(모든 사람들로부터 추앙 받는 데 익숙한 알렉산더 대왕 입장에선 '오, 나한테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이런 기분으로 시크 디오게네스에게 큰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인진 모르겠지만...)

디오게네스(Diogenes)는 집과 사유 재산을 버리고 '작은 통' 같은 곳에 들어가 생활하면서 '삶의 진정한 진리'를 추구하는 등 '무소유의 삶'을 직접 실천하면서 산 철학자이다. 가진 건 없지만, 그는 세상을 향해 자기 하고싶은 말 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느끼며 자족(自足)스런 인생을 살다 갔다.

대왕 "뭐 원하는 거 없쑤?" ... 거지 "일광욕에 방해되니, 저리 비키삼-"

미국의 잘나가는 기업인이 남태평양 어느 섬으로 출장 갔다가, 한 어부를 만났다. 어부는 유유자적 낚시질로 물고기 몇 마리를 잡은 뒤 그걸 팔아서 하루치 양식을 구입하고, 그 뒤론 술집으로 달려가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다. 그의 생활을 지켜본 기업인은 "당신이 더 열심히 노력해서 물고기를 많이 잡고, 그걸 판 돈으로 친구들과 놀지 않고 더 많이 저축한다면, 곧 큰 배를 살 수 있게 될 것이오. 그렇담 당신은 그 배로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며, 지금보다 훨씬 큰 돈을 벌게 될 것이오~" 라고 조언했다.

그러자 어부는 시큰둥한 태도로 "그래서, 그 다음은요..?" 하고 물었고, 기업가는 "많은 돈을 벌어놓은 당신은 나이 들어서 은퇴한 뒤 멋진 해변가에서 평화롭게 낚시를 하며, 저녁엔 친구들과 모여 여유있게 술 한 잔씩 하면서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오.."라 대답했다. 그러자, 어부는 이렇게 말했다. "이보시오. 난,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오~" 라고 말이다..

현재 우리 사는 세상은 그 남태평양 어부와 같은 환경이 아니고, 난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처럼 무한 자유로운 내면을 가지지도 못했기에 그런 류의 자족스런 삶을 직접 실천하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사는 게 너무 피곤하고,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들 속에서 '고대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처럼 매일매일 반복되는 뭔가를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상에 치일 때 '그 남태평왕 어부나 디오게네스처럼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솔직히, 그렇게 살 수 있는 그들의 삶이 너무나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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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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