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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0년대부터 프랑스의 서민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한 이 술엔 '환각 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괴상한 취향과 행동 패턴을 보인 예술가들이 즐겨 마셨기에 그만큼 더 유명해졌다. 물과 같이 1:1로 섞어 마시며, 제조법은 여러 가지인데, 술잔 위의 스푼에다가 각설탕을 놓고 그 위에 물을 부어서 설탕을 술 안에 녹여 먹거나 설탕을 술에 넣었다가 건져낸 것을 스푼 위에 놓고 불을 붙여 녹여 먹기도 한다.
당시 스위스나 프랑스 등지에선 압셍트 술의 원재료를 구하기 쉬웠기에, 무척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인상파 화가들이나 낭만주의 시인 & 소설가들이 주로 활약했던 19C 말 몽마르트 주변 술집에선 굉장히 잘 팔린 술이었다. 프랑스에선 압생트를 식전주(食前酒/aperitife)로 애용하였으며, 그러한 이유로 식사 시간을 '녹색 시간'이라 부르기도 했다.
조니 뎁 주연의 영화 <프럼 헬(From hell)>에 나온 '압생트'
'압생트를 마시고 환각 상태에 빠져 귀를 잘랐다고 알려져 있는 화가 고흐' 뿐만이 아니라 오스카 와일드, 헤밍웨이, 뮈세, 포우, 랭보, 베를레느, 로트렉, 르느와르, 제임스 조이스, 모파상, 피카소 등 많은 예술가들이 압생트를 애용했으며, 미국 작가 헤밍웨이는 이 술을 가리켜 '오후의 죽음'이란 이름을 붙이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압생트는 '녹색 요정', '초록 마귀', '미치광이 술'이란 별명으로 불렸다.
서머셋 모옴의 소설 <달과 6펜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토탈 이클립스>와 조니 뎁 주연의 <프럼 헬> 등에도 이 '압생트'란 술이 등장한다. 그 외 고흐, 피카소, 마네, 드가 등 많은 화가들이 압생트를 소재로 한 그림을 그렸다. 예술가들의 경우엔, 압생트를 마시고 나서 특유의 영감을 얻어 '창작 활동'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프랑스의 시인 랭보는 이 술에 대해 '푸른빛이 도는 압생트 술이 가져다 주는 취기야말로 가장 우아하고 하늘하늘한 옷'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랭보'로 분한
영화 <토탈 이클립스> 속 '압생트'
하지만 이 술은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다. 1908년 스위스에서 압생트를 마신 한 남자가 자기 가족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고, 그 이외에도 여러 범죄들이 저질러지거나 건강을 망친 사람들이 속출했다. 그로 인해 '많은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압생트'에 대한 공식 제조가 금지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후 프랑스에서도 이 술과 관련한 살인 사건이 종종 일어났으며, 결국 스위스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압생트를 '금지 약물'로 지정했다.
압생트 술에 쓰이는 '향쑥'의 주성분 자체가 신경 조직에 유해한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과하게 사용하면 '중독 증세'를 나타낸다고 한다. 비교적 최근엔 스위스에서 '압생트가 다른 술에 비해 그렇게 위험한 술이 아니다~'란 의견이 제기되어, 향쑥을 제거하고 도수를 40도 정도로 낮춘 상태로 다시 판매되고 있다. 현재 다른 일부 국가에서도 압생트를 구입할 수 있는데, 요즘 판매되는 압생트를 마신다고 해서 19세기에 그랬던 것처럼 '환각 증세'를 체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화가 빅토르 올리바(Viktor Oliva) -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
(지금과 달리) 원 재료에 높은 도수로 제조되어 19세기에 판매되었던 압생트를 많이 마실 경우 '중독 상태'에 빠지는데, 그것으로 인해 발작이 일어나거나 환청을 겪고 착란 상태(내면적인 혼란)를 일으키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극도의 흥분 상태에 빠지거나 갑작스런 분노, 피학 충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평소에 압생트를 즐겨 마셨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가 자기 귀를 자르고, 잦은 발작을 일으키거나 환각 상태에 빠져들다가 결국 자살한 것이 이 술의 중독에 의한 영향이란 카더라설도 존재한다. 고흐가 환상적인 '노란색 그림'을 즐겨 그린 것도, 압생트 중독에 의한 황시증(망막 기능이 저하되어 세상 모든 사물이 노랗게 보이는 병)에 의한 것이란 얘기가 있다.
화가 피카소(Picasso) - 압생트를 마시는 여자
하지만 고흐, 고갱, 마네, 드가, 로트렉, 피카소 등의 화가와 <검은 고양이> 작가인 에드거 앨런 포, <악의 꽃>을 쓴 보들레르 등이 압생트에 열광하고.. 그 외 많은 예술가들이 그것에 관한 소재를 자신들 작품에 묘사하거나 즐겨 마시면서 근대 유럽의 훌륭한 인상파 미술, 자연주의 & 상징주의 문학을 탄생시키는 등 '악마의 술, 초록빛 요정, 녹색의 광기' 등으로 불리는 이 '압생트(absinthe)'는 19~20세기 문학과 예술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그 때와 같은 독한 압생트를 구할 수 없지만, 유명한 예술가들의 향취를 느껴보기 위해 이 '녹색 요정(Green Fairy) or 녹색 여신(Green Goddess)' 압생트에 관심 가지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