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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TV 드라마에 대한 반응과 관련하여 재미나고도 씁쓸한 풍경을 발견하곤 한다. 얼마 전에 끝난 드라마 <남자 이야기>에서도 그렇고, <선덕 여왕>에서도 그렇고.. 주인공 캐릭터의 대척점에 서 있는 '악인 캐릭터'에게 매력을 느끼거나 그 악이 승리하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이 은근히 많다는 것-

물론 시청자 입장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는 악인 캐릭터'가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는 '선하기만 한 캐릭터'보다 '극의 등장 인물'로서 더 개성 있게,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는 있다. 연기를 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도, 한 번쯤은 '악인' 캐릭터에 도전해 보는 것이 자기 경력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악인 캐릭터가 비록 악인이지만 극 중에 나오는 다른 등장 인물들에 비해 특별히 <결핍>되어 있는 부분이 많아서 유난히 불쌍한 인물이거나 주인공을 괴롭히는 <타당하고도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님에도, 대놓고 (단순히 해당 연기자를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서) 극 중 스토리 안에서 '악인 캐릭터'에게 열광하는 현상은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드라마를 보고 난 뒤의 주된 반응도 은연중에 개개인의 '무의식'과 연결되어 있다. 그게 아무리 꾸며진 극에 해당한다 할지라도 <타당한 이유도 없이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악인>에게 '열광'하는 경우는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멘탈적인 차원'에서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닌지.. 상식적인 기준을 넘어선 '파격적이고 아스트랄한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상태는 아닌지.. 그 '내 안에 존재하는 징그러운 악'에 대해 한 번 쯤 점검해 보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성선설도, 성악설도 믿지 않는다. 사람마다 생김새나 성격이 다르듯, 선하고 악한 정도 또한 사람마다 다르며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르게 표출되기도 한다. 허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사회'에서 지나치게 이기적이거나, 자기한테 아무 짓도 안 한 가만 있는 사람 괴롭히거나.. 필요 이상으로, 비상식적으로 악한 사람은 '정신 수양'이 덜 되었거나 '인격'적으로 뭔가 큰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 모든 걸 극을 '보는 사람'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진 입장에서 대놓고 '악인 캐릭터'에게 너무 많은 사연을 부여하거나, 악인이 지니고 있는 내면적 아픔을 선한 주인공의 그것보다 더 부각시키거나.. 여러 가지 세부적인 설정을 통해 악인 캐릭터 쪽에 너무 많은 매력을 부여하거나 하면, 보는 시청자 입장에선 거기에 미혹되어 버린다는 것-

비교적 최근 드라마 <남자 이야기>의 채도우(김강우)와 <선덕 여왕>의 미실(고현정)이 그러한 경우인데.. 사실, 이들이 극 중에서 나쁜 짓(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뜨려 죽여 버리거나, 딴 사람들에게 거짓말 하거나, 타인에게 누명 씌우기 등등..)을 하는 것은 애국자들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적장을 암살하는 식의 거창한 명분 같은 게 있어서가 아닌, 순전히 도우와 미실 자신의 '개인적인 안락과 이득'을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어떤 이들은..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사람 불태워 죽이거나 어릴 때부터 이미 약한 동물들 눈 파고 다리 부러뜨리고, 다른 계기로 열폭하여 홧김에 약자인 사람들을 앉은 자리에서 셋이나 죽여 버리고 자기 출세에 방해된다고 툭 하면 사람 납치해서 죽여 버리려고 하는 그런 자혹한 악인(채도우, 미실) 캐릭터에게 대놓고 열광하며 그들의 악이 승리하기를 바라거나, 때론 불쌍하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허나 그들은 (극 중에서) 꽤 많은 세월동안 웬만한 사람들은 누리지 못할 삶의 안위를 누릴 만큼 충분히 누려온 '편하게 살아온 인물'들이며, '가진 것'도 꽤 많은 인물이다. 물론, 세상에 모든 걸 다 가진 인간은 없어서 <남자 이야기>의 채도우(김강우)나 <선덕 여왕>의 미실(고현정)에게도 나름의 결핍감이나 아픔은 있을 것이다. 허나, 극 중에서 그들이 지닌 아픔은 다분히 '자업자득'적인 성격이 강하다.

미실의 경우엔 자신이 먼저 남(진흥왕)을 배신했기에, 뿌린 대로 거둬서 자신도 똑같이 타인(진지왕)에게 배신 당한 것이며 채도우의 경우엔 자신이 번번히 그 부모도 놀랄 만큼 엽기적인 행각을 벌이며 아버지에게 대적하려고 하니까, 스스로도 아버지인 채동수한테서 별 이쁨을 못 받았던 것이다.. 이 세상엔 그들보다 훨씬 못 가지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나름 살아 볼려고 발버둥 치는 이들이 많은데, 남들 가진 것보다 10배는 더 많이 가지고 세상에 좋다는 건 다 누리고 살아온 채도우나 미실 같은 인물이 '불쌍한 인물(?)'이라고 느끼기엔 어딘가 뻘쭘한 구석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런 류의 등장 인물이 비록 '악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나름대로의 연민을 자아낼려면 <대장금>의 금영(홍리나) 캐릭터나 <대망>의 시영(한재석), <진실>의 신희(박선영) 캐릭터처럼, 자기가 죽도록 사랑하는 이성이 자신의 대립자인 다른 주인공만을 좋아하는 등 '사랑'에 있어서라도 치명적인 결핍이 있어야 하는데, 이 <남자 이야기>에 나오는 채도우(김강우)나 <선덕 여왕>의 미실(고현정)은 그런 경우도 아니다.

<남자 이야기>의 여주인공 서경아(박시연)는 결국 주인공 김신(박용하)을 깨끗하고 잊고 악인인 채도우(김강우)만을 사랑하게 되었으며, <선덕 여왕>의 미실(고현정) 역시 자기 좋다는 남자들 천지다- 비록 옛애인 사다함을 잃기는 했지만, 그 전에 이미 자기가 사다함을 배신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다함은 미실에게 끝까지 사랑을 바쳤으니 적어도 이 캐릭터가 '사랑'에 있어서 결핍을 겪는 그런 캐릭터는 아닌 것이다. 거기다, 지금 남편인 세종과 정부인 설원랑 역시 미실을 진심으로 아껴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재능이나 지력, 판단력, 외모나 이성에게 어필하는 능력에 있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는 경제력이나 외부인들에게 행사하는 영향력 등의 면에 있어서도, <남자 이야기>의 채도우(김강우)나 <선덕 여왕>의 미실(고현정)은 웬만한 사람들의 10배~20배 정도 수준으로 많이 가졌고 많은 걸 누리며 살아온 이들인 것이다.

그들에게도 약간의 욕구 불만은 있겠지만, 타인의 시각에서 바라봤을 때 그건 다분히 배 부른 투정에 속하며, 극 중에서 보여준 채도우(김강우)나 미실(고현정) 같은 인물의 고군분투는 '이미 9개나 가진 인간이 나머지 1개를 채우기 위해 5개도 채 못 가진 사람들 것 빼앗을려고 그들을 찌르고, 죽이고, 때리고, 괴롭히고 했던 탐욕스런 행각'에 불과하다.

그런 류의 '악인 캐릭터'가 불쌍하다고 여기거나, (극 중에서 많은 악행을 저질러 온) 해당  '악인 캐릭터'를 멋지다(?) 여기며 열광하는 이들은 본인의 멘탈계가 다소 엽기적인 건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posted by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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