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뮤지컬

프랑스 로미오와 줄리엣-2009년에 부활한 On dit dans la rue

타라 2009. 5. 14. 12:09
셰익스피어의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은 어린 시절에 읽은 기억이 있는데, 꽤 안타깝고 슬픈 결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원래 이 이야기가 셰익스피어의 완전 창작은 아니란 말도 있는데, 어쨌든 <로미오와 줄리엣>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국 작가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이야기로 많이들 알고 있다.

이 소설은 사실, 그의 원작 소설에서도 구성이나 여러 면에서 그렇게 완성도가 빼어난 작품은 아니어서 주인공은 물론이거니와 양 가문의 아이들 4명이 줄줄이 죽어나가는 비극 결말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안에는 들지 못했는데.. 그럼에도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통속적인 스토리로, 오랜 세월이 지나서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야기이다. <로미오와 줄리엣(Romeo & Juliette)>은 원작 소설 탄생 이후 영화, 뮤지컬, 드라마, 발레, 연극 등등의 소재로 현재까지도 꾸준히 여러 장르를 통해 지속적으로 리메이크되고 있는 작품에 속한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 'On dit dans la rue' M/V
필립 다빌라, 그레고리 바케, 다미앙 사르그 - On dit dans la rue(사람들이 수군대지)

2001~2002년에 프랑스에서 초연되었던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 작곡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 이 뮤지컬 DVD에는 히트곡 'Les rois du monde(세상의 왕들)', 'Aimer(사랑하다는 것)' 등등 몇 편의 뮤직 비디오가 실려있다. 2막 첫 곡으로 나오는 이 곡 'On dit dans la rue(사람들이 거리에서 수군대지)' 역시 뮤직 비디오 만들어져 이 작품 공연 실황 DVD에 수록되어 있는데, 한국 내에선 나름 사연이 있는 곡이다.

극 중에서 몬테규 삼인방인 로미오, 벤볼리오, 머큐시오가 함께 부르는 'On dit dans la rue(옹 디 당 라 뤼)' 이 곡은 원래 프랑스에서의 초연(2001~2002년 공연) 때 이 뮤지컬 2막 첫 장면에 나왔던 곡으로, 초연 때의 공연 실황을 담은 DVD와 사전 스튜디오 음반(2000)에 수록되어 있는 곡이었으나, 이 작품에 대한 첫 내한 공연이었던 2007' 아시아 투어 당시엔 이 곡이 생략되고 이 곡 대신 2007년 공연에서 새로 만들어진 로미오와 줄리엣의 듀엣곡 'Je Veux L'aimer(사랑하고 싶어)'가 2막 첫 장면으로 들어갔었다.

이 뮤지컬 1막 마지막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성당에서 유모와 신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비밀 결혼식을 올리는 'Aimer(사랑한다는 것)-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노래' 장면으로 끝이 난다. 그런데, 2007년 공연에선 2막 첫 장면으로 또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노래인 'Je Veux L'aimer(사랑하고 싶어)-느린 템포의 노래'가 배치되어, 1막 끝장면에 이어 2막 첫장면에 또 다시 이어지는 중복되는 분위기의 주인사랑 노래 인해 전반적인 극 늘어진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2007 공연에서 새로 삽입된 그 곡은 제라르가 만든 곡 치곤 멜로디 라인이 별로 좋지도 않았다.
 
원래 이 뮤지컬 초연 때 2막 첫 곡으로 배치되어 있었던 'On dit dans la rue(사람들이 거리에서 수군대지)'는 워낙에 자체도 좋고, 이 작품의 스토리 안에서 꼭 필요한 장면 같았는데, 2007년 아시아 투어 때 작품 구성을 색다르게 바꾼다고 이 곡을 빼 버리고 별로 듣기 좋지도 않은 다른 곡 들어가서 많이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번 2009년 내한 공연에선 2007년 때랑은 또 곡 배치 좀 달라져서 그 때 당시 생략되었던 이 곡  'On dit dans la rue'가 다시 부활하게 된 것이다.

한 뮤지컬 안에서 곡(장면) 하나 바뀌는 거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의외로 곡 배치를 조금만 다르게 하니까 전체적인 극 분위기 확 달라지는 듯했다. 'On dit dans la rue(거리의 소문/사람들이 거리에서 수군대지)' 이 곡은 예전부터도 이 뮤지컬 전곡 CD를 통해 즐겨 듣던 노래였는데, <로미오 앤 줄리엣> 이번 2009 내한 공연 공연장에서 직접 듣고난 뒤 부쩍 더 좋아진 곡이다. 이 좋은 곡을 그 때(2007년 내한 공연 때)는 왜 뺐을까..? 이번 2009' 앵콜 공연에서라도 다시 부활하게 되어 천만다행인 곡이다. 

초연 때 이 뮤지컬 2막 첫 곡으로 나왔던 'On dit dans la rue'는 CD로 들을 때도 좋았지만,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직접 들으니 얼마나 더 좋던지- 몇몇 배우들 목 상태 안 좋고, 막공 이벤트 극이 좀 산만했는데다가, 1막에서부터 조이 에스뗄(Joy Esther)줄리엣이 노래를 개판으로 불러서 많이 실망스러웠던 지난 막공(2009년 2월) 때에도 2막 초반 나왔던 이 곡, 'On dit dans la rue' 장면 만큼은 유독 좋았다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 

<로미오 앤 줄리엣> 2007년 곡 구성(2막 초반)

1)로미오, 줄리엣 - Je veux l'aimer(사랑하고 싶어)

2)티볼트 - C'est le jour(그날이 왔다)
3)머큐시오 - La folie(광기)
4)머큐시오, 티볼트, 로미오 - Le duel(결투)



<로미오 앤 줄리엣> 2009년 곡 구성(2막 초반)

1)베론 영주 - Le Pouvoir(권력)

2)머큐시오, 벤볼리오, 로미오 - On dit dans la rue(사람들이 수군대지)

3)티볼트 - C'est le jour(그날이 왔다)
4)머큐시오 - La folie(광기)
5)머큐시오, 티볼트, 로미오 - Le duel(결투)

지난 막공(2009년 2월) 때 1막 무도회 장면에서부터 상태가 많이 안 좋았던 조이 에스뗄(Joy Esther)의 줄리엣 때문에 듣는 귀가 많이 괴로웠었고, 막공의 1막은 전반적으로 꽤 산만한 분위기에 다른 공연 때 비해 감흥이 별로였었는데, 인터미션 시간 후 2막 두 번째 장면에서 머큐시오 & 벤볼리오 & 로미오가 함께 불렀던 이 'On dit dans la rue'는 그 막공 때에도 유난히 듣기 좋았으며 그 곡이 시작되자마자 뭔가 극 분위기 확 살아나는 듯한 느낌에, 그 뒤에 이어졌던 티볼트의 'C'est le jour(그날이 왔다)' -  머큐시오, 티볼트, 로미오의 'Le duel(결투)' 라인까지 극 분위기가 최강으로 고조되면서 2막 그 나름대로 꽤 재미있게 봤었다.

이 뮤지컬의 초절정 하이라이트 장면이라 할 수 있는 2막 초반 그 고조된 분위기가 살려면 이 뮤지컬의 초연 때(2001~2002년 프랑스 공연)에도 그랬듯이, 반드시 <On dit dans la rue(거리의 소문)-C'est le jour(그날)-Le duel(결투)>는 한 세트여야만 하지 않을런지.. 'On dit dans la rue'는 예전에 음반을 통해 들으면서도 가끔 참 듣기 좋다 느꼈던 곡인데, 이번 2009' 한국 앵콜 공연 때 다행이 이 곡이 부활해서 공연장에서 직접 들을 수 있었고, 지난 겨울 라이브로 직접 듣고 난 뒤 한동안 이 곡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내기도 했었다.

'On dit dans la rue(사람들이 거리에서 수군대지)'.. 이 곡은 극 중에서 로미오줄리엣이 신부님과 유모가 지켜보는 가운데 성당에서 몰래 결혼식을 올린 후 그 마을에 그 소문이 퍼지게 되고, 이에 로미오와 무리지어 다니던 몬테규 아이들이 '원수 집안 애랑 사랑에 빠졌다며, 배신자라고 로미오질타'하는 내용의 곡이다. 일명 '로미오 왕따송'이라고도 하고, 이 뮤직 비디오에서 로미오 역을 맡은 다미앙 사르그가 특이한 디자인의 바지(광대 바지같은..)를 입고 나와서 '로미오 바지송'이라고도 한다. ;; 혹은 '로미오 변명송', '로미오 열폭송' 정도로 이름 붙일 수 있으려나..?

같은 원작을 가진 이야기라도 각색자시각에 따라 극 분위기는 또 달라지는데, 제라르 프레스귀르빅이 작사/작곡한 이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원작에 비해 각각 등장 인물들의 개성이 더 많이 부여되었다. 꽤 오래 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원작 속에서의 '로미오'는 낭만적이고 고독한 청(소)년.. 같은 몬테규 아이들이랑 다소 동떨어진 분위기로 주로 혼자 활동했던 것 같은데, 이 뮤지컬에선 '몬테규 아이들, 몬테규 삼총사, 몬테규 삼인방'이라 불릴 수 있을 정도로 주인공 로미오는 친한 친구인 벤볼리오 & 머큐시오와 무리지어 다니며 그 무리의 일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된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안에서의 이런 설정들은 원작 소설보다 훨씬 흥미롭고, 실제로 이 뮤지컬 안에서 그 몬테규 삼인방이 함께 노래 부르는 장면들은 다 좋다. 초연 당시 이 뮤지컬 안에서 가장 히트 친 노래 역시 로미오, 벤볼리오, 머큐시오 등 몬테규 삼인방이 1막 중반에 함께 부르는 'Les rois du monde(세상의 왕들)'이었으며, 그 곡은 커튼콜 타임을 주로 이끌어가는 앵콜곡이기도 하다.

이 곡은 "따베 빨 드르와~(넌 말할 자격이 없어~)가 연속해서 나오는 곡 후반부가 정말 멋진데, 로미오의 변명에 이어지는 관현악 편곡의 반주도 참 듣기 좋다. 특히 다미앙(Damien) 로미오의 음색으로 불리워지는 "쥬 비 마 뷔~/Je vis ma vie~( 있는 그대로의 내 인생을 살아갈 뿐이야~)"  가사로 이어지는 그 부분이 참 좋은데, 멜로디에 휘감기는 특유의 불어 어감 다미앙 로미오의 묵직한 음색이 자아내는 그 느낌이 참 매력적이다. 다른 나라어 버전(독일어, 네덜란드어, 러시아어, 영어 등등..)에서도 그러했듯, 한글 가사로 번안된 이번(7월) 한국판 라이센스 공연에선 이 곡 가사에서 저런 맛이 안 나겠지..?

2막 초반부에 불리워지는 'On dit dans la rue(사람들이 거리에서 수군대지)'는 몬테규 삼인방이 팀 해체(?)의 위기 맞게 되는 곡으로, 자신들과 늘 동고동락했던 '로미오'가 다른 여자애도 아닌 자신들이 너무나 증오하는 원수 집안(카풀렛가)의 딸 '줄리엣'과 사랑에 빠졌단 소문을 듣고서 머큐시오와 벤볼리오, 다른 몬테규 아이들이 로미오를 향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몰아붙이는 곡이다.

그 뒤에 이어지는 로미오의 변명.. 이 작품에서 이웃에 사는 몬테규가와 카풀렛 가문은 극심하게 서로를 증오하지만, 로미오신부님은 그들 양 가문이 서로 화해하기를 원한다. 신부와 로미오는 <양가 화해 대형 프로젝트>로 두 원수 집안 애들의 비밀 결혼식 거행하고 화해의 포문을 열고자 노력하지만, 결국 줄리엣에 대한 연정으로 로미오를 극도로 증오하는 '티볼트'와 그로 인해 더렵혀진 친구 로미오의 명예를 되찾고자 도발하던 '머큐시오'의 극강의 대립으로 인해 모든 일은 수포로 돌아간다. 양 가문 사이에 존재하던 '증오'는 결국 젊은 청춘들의 목숨을 줄줄이 앗아가고.. 결말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심정으로 두 가문 사람들이 뒤늦게나마 진심으로 화해하는 스토리가 바로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인데..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 2막 초반에 나오는 'On dit dans la rue(사람들이 거리에서 수군대지)'.. 이 장면에서, 거리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이 비밀 결혼식 올렸다는 소문을 듣고서 로미오에게 배신감을 느낀 몬테규 아이들.. 원수 집안의 딸과 사랑에 빠진 로미오에게 '명예를 되찾기 위해선 그 을 버려야 한다~'며 단죄하려는 그들에게, 로미오는 '너희들이 왜 이렇게 날 심판하는 거냐고.. 난 아무도 배신하지 않았고, 사람들이 자길 용서해 주길 바라지도 않는다고~ 그녀(줄리엣) 없이 자신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그저 내 방식대로의 삶 살아갈 뿐~'이라고 이야기한다..(사실, 로미오 말대로 젊은 청춘 남녀가 사랑하는 건 죄가 아니다. '불륜'만 아니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