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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엘리자벳' 2005 빈판 리뷰 (2)고부 갈등

타라 2011. 6. 11. 14:53
양 가문 어머니들의 계획이 어그러져, 결국 '황후가 되기 위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던 어린 엘리자베트(=시씨)'가 언니 헬레네 대신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후' 자리로 들어가게 되었다. 프란츠 요제프(Franz Joseph) 황제와 엘리자베트(Elisabeth)는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는데, 이후 그녀의 행적과 삶을 보면 그 결혼(실존 인물인) 시씨 황후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 결혼은 아니었다.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란 말은 바로 이 엘리자벳 황후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이 뮤지컬 2005년 빈 버전(DVD 공연 실황)의 연출은 오페라 연출가 출신인 하리 쿠퍼가 맡았다. 독일어권 내에서 공연된 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베트>의 전반적인 무대 조명이 좀 어두운 편인데, 그것은 이 작품 자체의 특징이자 미덕이기도 하다. 이 극의 배경 자체가 제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기 전의 <망해 가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이야기를 소재로 다루고 있으며, 결혼 이후 <엘리자벳 황후의 암울한 삶>은 뭔가 뜻대로 안되는 양상으로 기울어져 가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운명과 살짝 닮아 있다.

결혼식 직후, 프란츠 요제프 황제(Andre Bauer)와 엘리자베트(Maya Hakvoort) 황후는 무도회에서 다정하게 춤을 추는데, 그 때 갑자기 '죽음(Mate Kamaras)'이 나타나고, 순간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궁 안의 모든 사람들이 동작을 멈추고 얼어붙는다.('얼음 땡~' 놀이의 '얼음' 자세처럼..)

오로지 엘리자베트(시씨 황후)의 눈에만 보이는 존재인 '죽음(Mate Kamaras)'은 그녀가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 버린 것에 대해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면서 "엘리자베트, 네가 마지막으로 함께 추게 될 상대는 나일 것이다~"라며 그녀를 위협한다.(여기서 춤이란 '죽음의 춤'을 말함) 그로부터 엘리자베트가 나이 들어 죽게 될 때까지, 이 '죽음'이란 존재의 '그녀에 대한 꾸준한 유혹'이 이어진다.


DVD 공연 실황으로도 나온 2005' 비엔나 버전에선 마야 하크포트(Maya Hakvoort)가 '엘리자베트' 역을 맡고, 마테 카마라스(Mate Kamaras)가 '죽음' 역을 맡았는데, 따로 떼어놓고 보면 몰라도 같이 붙어서 나올 때의 이 둘은 별로 좋은 조합 같아 보이진 않는다. 이 극 안에서 의인화 된 '죽음' 캐릭터 자체가 다소 '위엄 있고 무서운 존재'라 할 수 있는데, 이 버전에선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여주인공에 비해 '죽음' 역을 연기한 남자 배우의 실제 '나이'가 많이 어리고 여주 쪽이 '키'도 너무 커서 남주(죽음 역할)에게서 별로 그런 류의 위압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어딘지 '부조화'스러운 조합 같았던...

이 뮤지컬이 조만간 <엘리자벳>이란 타이틀을 달고 국내 버전으로도 공연될텐데, 스토리와 캐릭터 자체에 대한 '개연성'을 부여할려면 '남녀 주인공(각각의 역할을 맡는 출연 배우)' 간의 조합을 잘 맞춰야 할 듯하다. 루돌프와의 관계에서 오는 특징도 있으니, 애초에 남자 주인공인 '죽음(토드)' 캐릭터에 되게 키 크고 연륜 있어 보이고 덩치 큰 배우를 데려다 놓든가.. 그게 아니라면, 서로 간의 조화를 위해 '엘리자벳'이나 '루돌프' 역에 너무 키 큰 배우는 피하던가.. 식으로 <캐릭터 간의 조화>를 위해 캐스팅을 잘 해야 될 것 같다. 종합 예술인 '뮤지컬' 장르에서도 미장센(무대 위에서의 등장 인물의 배치나 역할, 무대 장치, 조명 등에 관한 총체적인 계획)'은 나름 중요하니 말이다..


뮤지컬 <엘리자베트(Elisabeth)>는 알고 보면 딱히 메인 남주/메인 여주의 의미가 없는 작품 같지만, 어쨌든 이 극의 남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죽음(Tod) 캐릭터가 극 안에서의 저 장면 때 <마지막 춤(Der Letzte Tanz)>이란 곡을 부르고 그건 이 배역의 '대표 솔로곡'이라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별로 선호하는 노래는 아니다. 처음 들었을 때부터 오래 전에 들었던 모 외국 팝송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개인적으로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가 작곡한 뮤지컬 넘버들 중 이런 류의 '가벼운 분위기에, 시끄러운 노래'들은 멜로디 라인이 좀 별로인 듯하다.

르베이 작곡의 뮤지컬 <모차르트!(Mozart!)> 속에서의 모차르트 솔로곡 '똥 묻은 돼지 꼬리'도 그렇고, 쉬카네더 솔로곡 '나는 쉬카네더'도 그렇고.. 그런 류의 '경박한 분위기의 곡'들은 관련 음반 들을 때도 스킵하게 되는데, 실베스터 르베이의 또 다른 뮤지컬인 <엘리자벳>에서도 죽음(Tod/토트) 캐릭터의 솔로곡 '마지막 춤(Der Letzte Tanz)' 보다는 그가 루돌프 캐릭터와 함께 부르는 '그림자는 길어지고(Die Schatten werden langer)' 쪽이 귀로 듣기에는 훨씬 더 좋은 노래이다.(전반적으로, 실베스터 르베이는 '황금별' 같은 서정적인 분위기의 노래나, 단체 앙상블의 역량이 돋보이는 장중한 분위기의 곡에 더 큰 미덕을 보이는 작곡가 같다..)

그런데.. 지난 번 '뮤지컬 콘서트' 때 공개된 바로는 <마지막 춤> 한국어 가사 번안이 '작품의 기본 내용'에 반하는 방향으로 처리 되었던데, 본 공연을 올리기 전에 손을 좀 봐야 되지 않나 싶었다. 또한, 그 곡 후렴부에 원래는 독일어 "Der Letzte Tanz, Der Letzte Tanz~"였던 대목을 "마지막 춤~ 마지막 춤~"의 한국어로 반복해서 부르니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로 꽤 어색하게 들렸다.(오리지널 독일어 가사의 그 대목은 무척 자연스럽게 들렸던 것에 반해...) 그 부분 가사를 그냥 영어 식으로 "The Last Dance, The Last Dance(더 라스트 댄스)~" 가사로 처리하는 게 더 자연스러울지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한국판 <노트르담 드 파리>나 일본판 <로미오 앤 줄리엣> 공연에서, 곡의 자연스런 느낌을 살리기 위해 어떤 곡의 '특정 부분 가사'를 그 대목만 따로 '프랑스어'로 처리했던 것처럼 말이다..


요제프 황제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 엘리자베트는 그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 가지는 걸 무척 부담스럽게 여기는 등 점차 황실 생활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그녀가
결혼한 지 얼마 안된 어느 날.. 황제 모후이자 엘리자벳의 시어머니인 조피(Else Ludwig)가 피곤한 잠에 빠져 있던 그녀를 깨우러 오고 '황후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준비해야 하며, 엄격한 궁 예법을 따라야 한다~'고 훈계한다. [ 며느리에 대한 '구박' 아니고 '훈계'임 ]

완전히 제멋대로의 망나니처럼 자란 듯한 '교양 없는 며느리 엘리자벳'이 많이 못마땅한 시어머니 조피(Sophie)는 그녀에게 '황후로서의 의무품위'를 지킬 것을 요구하면서, 그게 다 엘리자베트를 위해서 하는 말이며, 황실 예법을 잘 따라 준다면 자신도 며느리에게 만족하겠다 말한다.

하지만 황제와 조피 모후 사이엔 비밀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갑자기 삐딱선을 타게 된 엘리자벳 그런 시어머니께 반항하면서 말을 타러 가겠다거나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제멋대로 살겠다는 것)에 대해 어필하려 하지만, 그게 씨알도 먹히지 않자 남편인 프란츠 요제프 황제에게 쫓아가 시어머니가 자기를 괴롭힌다며 고자질한다. 여전히 부인인 엘리자베트에게 자상한 남편이지만, 그녀로부터 시어머니가 자신을 괴롭히고 속박한다는 말을 전해 들은 프란츠 요제프 황제(Andre Bauer)는 조피 모후가 하는 말은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이니, 서로의 관계를 위해선 어머님 말씀을 따르는 게 좋겠다 말한다.


자신은 '처녀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신나게 말이나 타고, 하고싶은 거 하면서
멋대로 살고 싶은데, 시집 온 뒤론 시어머니도 사사건건 간섭하고 남편도 제 편 들어주지 않는다며 급 절망에 빠진 엘리자베트'는 "난 아무에게도 길들여지지 않을테야~ 난 나만의 것(Ich gehor nur mir)..!" 하는 노래를 부르며, 싸워보지도 않고 벌써부터 (자기만의 자유를)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시집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벌써부터 '결혼 생활'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된 엘리자베트 황후..

이 뮤지컬 화자인 루케니가 나와서 현재 '죽음'의 심정이 어떠한지와 오스트리아 황후가 된 엘리자벳의 '암울한 결혼 생활'에 관한 내용을 관객들에게 이야기해 준다. 루케니(Serkan Kaya)는 그 죽음이 '엘리자베트가 자신을 배신(?)하고 딴 남자에게 시집 갔다며 분개하고 있다'는 말을 전한다.(소시 적에 엘리자베트가 죽으러 왔을 때 진작 붙잡을 것이지, 그 때는 가만히 있다가 엘리자베트가 결혼하고 나니 갑자기 그녀에게 집착하기 시작하는 뻘쭘야릇한 '죽음'씨.. 제대로 '뒷북 캐릭터'가 아닌가-)


매력적인 극의 화자, 루케니(Serkan Kaya)

그리고 '무척 화려한 주변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 결혼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엘리자베트(씨씨 황후)불행 결혼 생활'엔 그녀를 표적으로 삼은 '죽음(Tod)'이란 자의 의도적인 개입과 훼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루케니의 음모론(?)이 제기된다. 이하, 엘리자베트의 결혼 생활 이야기~

결혼 첫 해.. '과중한 업무'로 바쁜 프란츠 요제프(Franz Joseph) 황제는 새 색시인 엘리자베트 황후를 외롭게 내버려 두었다. 이듬 해, 그들의 첫 딸 태어났지만 '애가 애를 키우게 할 수는 없다~'며 시어머니 조피는 엘리자베트가 낳은 그 아이에 대한 양육을 맡기로 한다.

'황실 생활'과 '황후로서의 품위' 문제에 이어 '아이 문제'로 며느리인 엘리자베트(Elisabeth)와 시어머니 조피(Sophie)는 또 다시 <고부 갈등> 겪게 되고.. 엘리자베트는 남편인 프란츠 요제프 황제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양육 경험이 많은 어머니가 알아서 애를 잘 키울 것이며, 본인은 집안이 시끄러워지는 걸 원치 않는다'고 부인 엘리자베트에게 어머니 뜻을 따라줄 것을 요구한다.


이에, 황제에게 시집온 것을 후회하면서 '결혼 생활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하는 엘리자베트~

그 다음 해.. 그들 황제 부부 사이에 또 이 태어났지만, 이번에도 시어머니인 '황제 모후'에게 양육권을 빼앗긴 엘리자베트는 자신이 원하는 뭔가를 얻어 내려면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자기
미모정치적 문제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요제프 황제와 을 하게 되는데...(여기서, 엘리자벳 황후는 평생 후회할 만한 다소 '어리석은 선택'을 하기도 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