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뮤지컬

'태양왕', 뮤지컬 식으로 풀어낸 실제 사건 '프롱드의 난'

타라 2011. 5. 22. 20:12
오랜만에 프랑스 뮤지컬 관련한 몇 작품의 DVD를 다시 감상했다. 그것들 중엔 '실존 인물'의 삶을 다룬 작품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태양왕(Le Roi Soleil)>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 <태양왕>은 '프롱드의 난'으로부터 시작한다. '프롱드의 난'은 17세기에 일어난 프랑스의 내란으로, 당시 '부르봉 왕권'에 대한 귀족 세력 최후의 반란이자, 최초의 시민 혁명의 시도라고도 볼 수 있는 왕권 저항 운동에 속한다.

여기서 프롱드(Fronde)라 함은 투석기(投石機)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시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한 돌팔매 도구를 뜻하는 말이었다. 어린 아이들이 관헌에게 반항하여 돌을 던졌다고 해서 '프롱드의 난'으로 불리워지게 되었다. 이 오랜 내전은 결국 왕실의 승리로 끝났으나, 시민 계급 최초의 혁명이기도 했던 '프롱드의 반란'이 뿌린 씨앗은 훗날 '프랑스 대혁명' 때의 저항 정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로써 프랑스에선 절대 왕정이 무너지고 자유와 박애, 평등 사상을 중시하는 공화정이 탄생되었던 것이다.

그 이후에도 프랑스에선 각 부류의 사람들이 자기네들 이권을 위해 난리통을 겪는 갖가지 사건이 벌어지긴 했지만, 어쨌든 '전제적인 절대 왕정을 타도하고 시민 계급이 권력을 장악한 프랑스 혁명'으로 인해 탄생한 공화정은 전 세계 여러 나라에 영향을 끼쳤고, 본격적인 근대 사회의 길을 열게 되었다. '나비 효과'와 비슷하게, 특정 세력의 작은 몸짓이 전 세계 발전에 나름의 영향을 끼치게 된 셈이다..


아래의 상황은 '프롱드의 난(La Fronde)'을 뮤지컬 식으로 풀어낸 장면이다. 본격적인 노래가 등장하는 프랑스 뮤지컬 <태양왕>의 첫 장면이라 할 수 있는데, 배우들이 객석에서부터 등장한다.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이 뮤지컬 이후에 '배우들이 객석으로 왔다 갔다 하는 뮤지컬'을 다른 작품에서도 꽤 본 것 같은데, 처음 한 두 번은 괜찮지만 같은 설정을 자꾸 우려 먹는 건 좀 별로로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극 안에서의 모든 장면이 무대에서만 이뤄지는 걸 더 선호하는 편이다.

이 때만 해도 '어렸던 루이 14세 대신 모후 안느 도트리슈와 마자랭 재상이 섭정을 하던 시기'였는데, 결국엔 이 뮤지컬 안에서 재상 마자랭이 민중들에 대해 무자비한 발포를 명령함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이에 난을 주도한 '보포르 공작'과 민중을 상징하는 가상의 여인 '이사벨'이 크게 절망하게 된다.(찾아보면 보포르 공작이 실존 인물인데, 이 뮤지컬 안에서 묘사된 것과는 살짝 다른 인물이다. 또한, 실제 프랑스에서 있었던 '프롱드의 난'과 프랑스 뮤지컬 <태양왕> 스토리에 나오는 '프롱드의 난'은 그 성격 면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메르완 림(보포르 공작) - Contre ceux d'en haut


어린 시절, 잦은 내란을 겪은 루이 14세(Louis XIV)가 거기에 크게 놀라 '파리'를 떠나 '베이사이유' 궁으로 거처를 옮겼다는 얘기가 있다. 이 '프롱드의 난' 실패 이후 루이 14세는 왕권을 강화하게 되는데, 사소한 것 하나까지 일일이 제뜻대로 할려다 결국 귀족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고, 잦은 전쟁 & 베르사이유 궁전에서의 사치와 낭비는 '재정의 결핍'을 초래하여 국민의 큰 불만을 가져왔으며, 결국 이런 사소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프랑스 뮤지컬 <태양왕(Le Roi Soleil)>의 기본 스토리 자체는 '태양왕 루이 14세의 사랑 이야기'이다. 다른 대부분의 뮤지컬 스토리가 그러하듯, 이 뮤지컬 역시 스토리 구조가 되게 단순한 '전형적인 멜로' 이야기에 속한다. 거기에, 그 때 당시의 역사적인 사건 몇 개를 양념으로 약간 끼워넣은 그런 스토리.. 


매일 밤 사치스런 연회와 공연을 열었으며, 유난히 발레 공연과 무도회를 좋아했던 루이 14세는 '화려하게 장식한 큰 태양'이 수 놓인 무대 의상을 입고 직접 춤을 추기도 했는데, 그가 자주 태양옷을 입고 춤 췄다고 해서 '태양왕'이라 불린다는 얘기도 있다. 뮤지컬 <태양왕(Le Roi Soleil)>은 프랑스에서 꽤 히트쳤는데, 이 뮤지컬의 '이야기' 자체에 깊은 의미가 있거나 플롯이 탄탄한 건 아니지만 일단 무대가 웅장하고 이런 저런 볼거리가 많으며 전반적인 노래가 다 좋다.



굳이 이 작품이 아니더라도, '베르사유 궁전'이 배경이 되는 프랑스 왕실의 이야기는 꽤 많은 이야기물들의 소재가 된 바 있다. '삼총사' 시리즈나 '철가면' 이야기도 그렇고, 그 옛날 국내/외 만화 작가들이 쓴 수많은 '순정 만화'들 중에도 이 시기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참 많았다. 일단 저 시대 왕들의 생활 자체가 굉장히 화려한 측면이 강했으며, 그 이면엔 반전의 묘미가 있는 민초들의 혁명의 기운이 도사리고 있었고, 뭔가 극적이고, 처절하고, 변화의 기운이 강한 드라마틱한 시기이기도 했었기에...

뮤지컬 <태양왕(Le Roi Soleil)>에선 초반에 '프롱드의 난(La Fronde)' 이야기가 나오고, 곧이어 성장한 루이 14세의 즉위식이 거행되고.. 그가 첫사랑인 '마자랭 재상의 조카 마리 만치니'와 사랑에 빠지지만 곧 신분의 차이로 안타깝게 헤어지는 게 1막 스토리이다. 2막 초반엔 마자랭 재상이 세상을 떠나고, 루이 14세가 친정을 통해 왕권을 강화하고 귀족들이 자신의 말을 잘 듣도록 미혹하기 위해 밤마다 화려한 연회를 열고, 왕이 태양옷을 입고서 직접 춤을 추고.. 하는 내용들이 등장한다.



루이 14세와 정략 결혼한 왕비는 이 작품에 등장하지 않으며, 2막에선 루이왕이 동생의 소개로 만나게 된 '정부 몽테스팡 부인'이 등장하지만 나중에 '흑마법 사건'으로 왕의 미움을 사게 된다. 중간에 철가면 에피소드 살짝 등장해 주고, 이윽고 극은 급~점프를 하여 루이 14세가 이 뮤지컬 안에서 세 번째 연인에 속하는 프랑소와즈(=맹트농 부인/왕의 자녀들의 가정 교사)랑 사랑을 확인하면서 극은 끝난다. 다소 구태의연한 '사랑 이야기'로, 이 뮤지컬 '스토리' 자체가 크게 흥미진진한 건 아니다. 하지만 나름 볼거리가 많고, 전반적인 넘버들이 다 좋아서 꽤 볼 만한, 전형적인 '오락물'에 속하는 뮤지컬이 아닐까 싶다.

문화 강국 프랑스는 '문화적인 차원'에서 정말이지 이런 저런 '꺼리'들이 굉장히 많이 존재하고, 별 거 아닌 이야기도 있어 보이게 만드는 데 뭔가 있는 듯하다. 프랑스 뮤지컬에 나오는 노래들은 대체로 듣기 좋은 편이며, 가사도 시적이고 철학적이다. (모든 작품이 다 그런 게 아니긴 하지만) 프랑스 뮤지컬은 일단 음악적인 차원에서 깊이가 있는 데다가, 여러모로 '듣는 귀'를 굉장히 만족시켜 준다는 점에서 관심 가질 수밖에 없고, 감상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