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뮤지컬

부당한 대우 사절, 모차르트 독립 선언(모차오락)

타라 2011. 8. 7. 23:57
학교 다닐 때 난, 자신의 무리에 속한 학생들을 '차별 대우'하는 선생을 제일 싫어했었다. 내가 그 차별의 대상이 되어 특혜 받는 것도 싫고, 다른 이가 특혜 받는 것도 싫었다. 학생들의 성장기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선생님은 어디까지나 '모든 학생들을 차별 없이 대하면서 그들에게 골고루 애정을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며, 실제로 그런 '모범적인 모습을 보인 선생님(담임)'도 만난 적이 있다.

학교 선생님의 '차별 대우'와 더불어, 어느 집단에서든 특정한 사람이 '들인 노력에 비해 별다른 보상을 못 받는 식의 부당한 차별'을 당하거나 그 누군가가 '불합리한 특혜'를 받는 경우가 난 또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어디에서건, 사람은 자기가 '시간 투자하여 노력한 만큼 뭔가를 얻어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에.. 주변에서 본 어떤 사람은 '원인 모를 특혜(?)'를 받아 별로 시간 투자 안하고 뭔가를 설렁 설렁해도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어가고, 시간과 정성을 많이 들여서 열심히 노력한 사람은 '들인 노력 & 한 것에 비해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는 경우를 보면서 되게 열 받은 적이 있다. 뭐.. 세상에 '원인 없는 결과'나 '공짜'는 없다고 하니까 그런 부당한 경우도 돌고 돌아 언젠가는 제자리를 찾아 가겠지만, 그런 현상을 볼 때마다 무척 눈에 거슬리는 것은 사실~


최근 2009년~2011년에 공연된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 공연 실황(DVD)을 보면서 되게 '감정 이입'하게 된 장면이 있다. 예전부터 무척 좋아했던 'Place Je Passe(플라스 쥬 빠스)' 장면이다. 프랑스 공연에선 '모차르트' 못지않게 '살리에리' 캐릭터가 큰 인기를 누렸으며 살리에리의 솔로곡 'L'Assasymphonie'가 큰 상을 받기도 했었는데, 나 역시 살리에리의 그 곡을 처음 접했을 때 무척 좋아했었으나 '개인적인 선호곡'은 이 뮤지컬에 나오는 '모차르트 솔로곡' 쪽에 가깝다.

이 작품을 접한 프랑스 or 국내(한국) 팬들 중엔 살리에리 곡 'L'Assasymphonie'와 'Les Bien Qui Fait Mal'에 버닝하는 이들이 참 많은 것 같다. 허나, 다소 촌스런(?) 내 취향엔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Mozart L'Opera Rock)> 1막 엔딩에 나오는 모차르트의 실연송 'Je Dors Sur Des Roses'나 그가 2막에서 부르는 모차르트 독립송 'Place Je Passe'가 더 잘 맞는 것 같다.

<모차르트 오페라 락(모차오락)> 공연 실황을 처음 접했을 때도 'Place Je Pass' 장면은 참 인상적이었다. 실제로도 프리랜서 음악가로 활동했었던 '모차르트'가 (이 극 안에서) 자신의 고용주와 마찬가지인 '콜로레도 대주교'에게 안녕을 고하며 '독립'을 선언하는 장면이다. 프랑스 모차르트인 '미켈란젤로 로콘테'의 연기도 좋고, 이 '모차르트(미켈란젤로)'는 이제껏 봐 온 '극화된 모차르트 역의 배우들' 중에서 내가 '가장 선호하는 캐릭터'인지라 유난히 감정 이입도 잘되는 느낌이 들었다.

모차르트(Mikelangelo Loconte)-Place Je Passe(길을 비켜라)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독립을 선언하는 모차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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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라이센스 버전으로 공연된 바 있는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Moart!)>에선 발트슈테텐 남작 부인이 나와 '황금별'을 부르면서 '볼프강 모차르트를 빈에 보내라'며 그의 아버지 레오폴트를 설득하려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그럼에도 볼프강 모차르트가 빈에 가게 되는 것으로 나온다. 그에 반해..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Mozart L'Opera Rock)>에선 볼프강 모차르트가 직접 아버지 레오폴트와 말다툼을 벌인 뒤 빈행을 감행하고 '너는 내 밑에서 하인 노릇이나 해야 한다'는 콜로레도 대주교에게 '소중한 자유를 찾아 독립하겠다~'는 의사를 강렬하게 어필하는 설정으로 나온다.

모차르트 관련 자료들을 보면, '실존 인물'인 18세기의 모차르트(Mozart)는 '창작을 하는 음악가'였음에도 잘츠부르크의 대주교(영주) 밑에 고용되어 '하인'과 비슷한 대접을 받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한 이유로, 자기 '음악 세계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던 모차르트는 자신을 거지 발싸개 취급했던 특권층이나 당대 귀족들에 대해 나름의 저항감이랄까 그런 걸 좀 갖고 살았던 인물인 걸로 알고 있다.

실제로 그 시기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는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왕족이나 귀족도, 톱 스타도 아니었으며(모차르트는 사후에 각광 받았을 뿐, 당대의 모차르트가 귀히 대접 받는 스타는 아니었다)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에 나오는 '모차르트' 역의 배우(미켈란젤로 로콘테) 역시 이 뮤지컬에 출연하기 전까지만 해도 전혀 '대접 받는 스타'가 아닌 '가난하고 평범한 싱어'였기에 '미켈란젤로'의 '모차르트'에겐 그가 지닌 특유의 씽크로율에 더하여 유난히 실제 '모차르트'처럼 여겨지는 뭔가가 있는 듯했다. 그는 정말, 내가 책에서 본 '실존 인물 모차르트'와 비슷하다.


'모차르트 관련 서적(자료)'에서 접한 '볼프강 모차르트'는 다소 빈 듯하고 헐렁한 구석이 있으면서도 때론 날카롭다고 해야 하나, 강단 있고 예리해 보이는 구석이 있는 그런 남자였는데, 이 '미켈란젤로 로콘테(Mikelangelo Loconte)'가 연기한 '볼프강 모차르트'에게선 딱 그런 느낌이 난다.

때론 복잡한 세상사를 초월한 해맑은 소년 같고, 실없이 까르르~ 잘 웃고 다니는 경박한 남자 같으면서도, 어떨 땐 자기 의지를 강력하게 관철시킬 수 있는 용기나 집요한 고집 같은 게 보이는 '왔다리 갔다리 하는 극과 극 이미지'를 미켈란젤로 로콘테가 타고난 이미지와 연기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은 지금까지 히트 친 '모차르트 관련 극'들 중 '가장 역사 왜곡이 적은 작품'에 속한다. 실제 사실을 기록한 (비교적 믿을 만한) 책 자료와 비교해 보면, 이 프랑스판 <모차르트 오페라 락>이 정말 '당대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큰 왜곡 없이 만들었단 사실을 알 수 있다.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 속에서의
모차르트 태클 2인방 : 살리에리 & 로젠베르크
~
(동료 작곡가인 살리에리 생각 : 내 비록 잠시 그의 행보에
태클을 걸지만, 그럼에도 모차르트의 음악은 위대하다...)


같이 '살리에리' 캐릭터를 등장시켰어도,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에 나오는 플로랑 모트(Florent mothe)의 '살리에리'는 영화 <아마데우스>에 나오는 것처럼 '역사 왜곡 작렬하는 살리에리'는 아니다. 이 뮤지컬에 나오는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행보에 적당히 태클 걸고, 때 되면 적당히 잘 지내는 '실제 기록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 선의 살리에리'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2막 초반 무렵에 나오는 '월급 주는 회사(잘츠부르크 영주인 콜로레도 & 자신에게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던 귀족 이하 특권층)로부터 내내 시달리다가, 창작하는 예술가인 자신을 거지 발싸개 취급했던 그들에게 드디어 안녕을 고하며 독립하는 모차르트'의 장면 'Place Je Pass'를 특히 좋아하는데, 최근 들어선 이 '미켈란젤로의 모차르트'에게 유난히 동일시가 잘되는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위대한 일이다. 또한.. '천재'라고는 하지만, 18세기 실존 인물인 '모차르트(Mozart)'는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내기 위해 본인의 피같은 '시간'을 투자해서 이런저런 노력도 많이 한 인물로 알고 있다. 물론 자신의 입맛대로 해주지 않는 모차르트를 향한 '고용주의 입장'이란 것도 있겠지만, 때론 '그렇게 끊임없는 노력과 생산 활동을 하는 자'에게 월급 몇 푼 쥐어주고서 제대로 예술가로 대접해 주지 않은 것에 대한 '고용인의 불만'도 폭발할 수 있겠다 싶다.

무엇보다 그 '고용인(모차르트)의 폭발'이 설득력 있어지려면, 그가 진짜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는 수준의 열악한 보수 & 실력 있는 창작자로서 충분히 대접 받지 못한 이력의 소유자'였어야만 하고, 평소 '자신의 예술 세계에 대한 내면적 자부심이 대단한 인물'이어야만 한다. 그런데..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Mozart L'Opera Rock)>' 오리지널 버전에 나오는 이 모차르트는 정말 그래 보인다. 최근에 경험한 여러 가지 상황들과 맞물려 이 '모차르트의 독립' 장면이 특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