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폴리스
스토리 소비자에 의해 죽었다 되살아난 '피노키오'
'목각 인형 피노키오'의 창조주는 제페토 할아버지~(혼자 사는 할아버지가 안쓰러운 요정이 그 목각 인형에게 뇌와 심장을 선사하였기에, 피노키오는 움직이는 인형이 될 수 있었다.) 제페토 할아버지가 만든 '철딱서니 & 개망나니 피노키오'가 맨날 말썽만 일으키다가 갖가지 다양한 모험을 하면서 있는 고생 없는 고생 다하더니, 결국 반성하고 '제대로 된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 즉 '피노키오의 개과천선 스토리'가 익히 알려진 동화 <피노키오(Pinocchio)>의 주된 내용이다.
동화책에 나온 내용은 '피노키오가 처음엔 말을 안 듣고 문제를 불러 일으키지만, 큰 위험에 빠졌던 피노키오 & 제페토 할아버지가 그걸 극복하게 되며, 철없던 피노키오가 결국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람으로 변한 뒤 할아버지와 잘 살게 된다~'는 밝고 고운 이야기 & 해피 엔딩이었다.
하지만 원래 이탈리아 극작가 카를로 로렌치니(필명-콜로디)가 쓴 <피노키오>의 결말이 '해피 엔딩'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아동용 동화가 되었지만, 원래 카를로 로렌치니(Carlo Lorenzini)가 쓰려 했던 '피노키오' 이야기는 그런 류의 가벼운 내용은 아니었으며, 그에 따라 15회(마지막회)에서 '피노키오가 목이 매달려 죽는 무거운 내용'으로 끝을 맺었다.
그 후 '피노키오 이야기'가 연재되었던 신문사로 '독자들의 항의 편지'가 쇄도하였고, 입장이 난처해진 신문사 측에선 작가 콜로디(카를로 로렌치니)에게 밀린 원고료를 싹 다 해결해 주면서 새로운 결말을 쓰도록 달랬다고 한다. 그로 인해, 콜로디는 16회~36회에 달하는 피노키오 이야기를 계속 연재해 나가면서 '죽었던 피노키오가 요정 덕분에 다시 살아나는 내용 &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우리 나라 TV극(드라마)에서도 극을 보는 시청자들이 난리 쳐서 '원래 작가가 쓰려 했던 결말'을 바꾸는 사례가 종종 있었는데, 19세기 이탈리아에서도 그런 풍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모양이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면.. 한류 열풍을 불러 일으킨 윤석호 PD의 <겨울 연가>도 원래는 작가가 남자 주인공 '준상(배용준)'을 죽인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시청자들이 '제발 죽이지 말아주세요~'하고 난리 쳤는지 결국 준상이 죽지 않고(대신 눈이 먼 상태로) 살아서 여주인공과 사랑을 이루는 내용으로 끝이 났다..]
나름의 교훈을 담은 동화 <피노키오>같은 경우에도, 연재 당시 그 이야기를 열심히 읽었던 독자들이 난리난리 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쯤 '목 매달려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피노키오' 이야기를 접해야 했을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제페토 할아버지가 너무 불쌍해서 '결국 죽게 되는 피노키오' 이야기는 싫은데.. 새삼, 신문사에 항의 편지 넣어서 '제페토 할아버지의 창작물=피노키오'를 살려 준 그 시기(19C)의 이탈리아 독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메타 폴리스'의 다른글
- 이전글영국의 바람둥이 왕 '헨리 8세'와 여섯 왕비 이야기
- 현재글스토리 소비자에 의해 죽었다 되살아난 '피노키오'
- 다음글히틀러를 물 먹인 전설의 여배우, 마를레네 디트리히
관련글
-
19 세기에도. 그렇게 독자들의 항의가있어....
답글
피노키오의 줄거리가 바뀌었다니. 참~~ 다행스럽고. 고마움까지 느껴집니다^^.
한가지 재밋는 추리를해보면. 밀린 원고료 이야기인데요.
혹시나 작가가. 집필중에 스트레스 받아서. 피노키오를 죽이는걸로 설정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ㅎㅎ -
예나 지금이나 팬심이란 건 무섭습니다 ^^
답글
지금 생각해 보니 셜록 홈즈도.. 화가 난 작가에 의해 죽었다가..
팬들 덕분인지...다시 살아났던 거 같네요?
작가를 화나게 하면 주인공을 죽여 버리는 복수를..감행하기도 하지만...
다시 부활하게 해주기도 하니... 역시나 작가는 신입니다. -
요즘은 드라마도 팬들의 성화에 스토리를 바꾸는 경우가 있는데 당시에도 그 스토리를 팬심으로 바꿔놓았군요.~~ ^^ 정말 재미있는 뒷 이야기 입니다.~~
답글 -
클라우드 2010.11.18 09:23
저역시 피노키오 팬이예요.^^
답글
아이들 키우면서 거짓말하면 피노키오 처럼 코가 커진다고 했으니...ㅋ
수능일,마음 행복하시길 바래요.^^* -
-
-
-
그런거 보면 사람들은 참 착한 천성을 가지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답글
시대를 막론하고, 해피엔딩을 바라는 것이 사람 마음인가봐요 -
Lipp 2010.11.18 19:59
아 ,, 이런 배경이 있었군요 ...
답글
사람들이 해피앤딩을 좋아해 인물들을 되살리는 경우가 있지만 ..
음,, 뭐랄까요 그건 동시에 작가의 창의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도 되는데
말이죠 .. 작가라는 집업 ,, 어렵네요 그죠? ^ ^ -
-
-
안녕하세요?
답글
콜로디씨가 목매달게 한 내용에 있어서 전후 설명이 상세하지 않아서 무어라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알고 있는 배경과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신문사에서 원고료를 주지 않아서 콜로디씨가 작품을 중단하려고 피노키오의 죽음으로 급히 끝내게 되었는데 독자들이 항의하게 되자 신문사가 작가와 교섭하여 밀린 원고료를 지불하게 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무튼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보고 엮인글(트랙백)을 추가하였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그 얘기는 저두 알고 있는데요.. 다른 기록에는
그런 내용이 아닌 '작가의 원래 의도였단 얘기'가
있더라구요~
헌데, 제가 '작가의 입장'에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원고료 못 받아서 홧김에 주인공을 죽이거나, 급하게
끝내려고 주인공을 죽이는 건 좀 아닌 것 같더군요..
작가에게 '자신이 창작한 작품과 그 안의 인물들은
자식과도 같은 존재'이며, 작가란 직업을 가진 이들은
그 나름대로의 자부심과 자존심이 대단한 사람인데,
설마 돈 때문에 자식(?)을 그리 처리했을까 싶어서요..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지만, 창작자(작가)가
자기 이름 걸고 쓴 대중적인 이야기물은 길이길이 남는 거라서
일부러 캐릭터나 극 내용을 망가뜨리는 것 자체가 작가 자신의
경력에 크나큰 오점을 남기는 일이 되기에 말이에요...
요즘 나오는 'TV 드라마' 같은 경우엔, 간혹 그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사람)와 작가 간에 트러블이 있거나, 작가가
그 역을 연기하는 배우 or 그의 연기가 심히 맘에 안 들어서
일부러 캐릭터를 이상한 쪽으로 몰고 가는 경우가 있다고 하지만,
그 옛날 '동화'나 '신문사 연재' 이야기엔 그걸 연기하는 특정인이
없고 오로지 작가의 손으로 쓰여지는 '텍스트'만 존재하기에, 굳이
홧김에 자기 작품 캐릭터에게 몹쓸짓할 이유가 없는 거잖아요~
그리고, '이야기를 급하게 끝내는 방식'에 있어서
꼭 주인공을 죽이는 방법만 있는 건 아니기도 하구요..
(우리 나라 TV극만 해도) 급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서
개연성이 다소 떨어져도, 결말부에 '새드 엔딩'이 아닌
'급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참 많거든요...
해서, 저는 '원래 작품 내용을 좀 무겁게 끌고 가려 했던
작가의 의도'에서 저런 류의 결말이 나온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작가가 홧김에(일부러) 그랬다~'와 '그것은
원래 작가의 의도였다~' 두가지 설 중에서 후자 쪽을 좀 더
신뢰하게 되었답니다...
어차피 '19세기에 살았던 당사자의 마음' 속에 우리가 직접
들어가 보지 않은 이상, '전해지는 카더라설'들은 어느 정도
왜곡이 있게 마련이니까요.. 그런 이유로, 제가 생각했을 때
'<논리적>으로 보다 <납득>이 가는 설'을 택했습니다.. ^^; -
안녕하세요? 장문의 납득이 되는 글 잘 보았습니다. 저는 수개월전에 결말이 궁금해져서 원작(이태리->영어 번역본)을 읽어보았는데 그때 배경을 알게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배경이 어찌 되었든 피노키오는 재미있는 비유와 수사적 표현이 많이 나온다는 점에서 고전입니다.
예를 들면 피노키오에게 왔던 달팽이(snail)가 피노키오가 착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요정에게 알리러 가는데 마치 뱀(snake)처럼 빨리 갔다는 식의 표현이죠.
올포스트에서 구독시작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합니다.
-
-
빠리불어 2010.11.20 04:15
아,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네여.
답글
타라님 덕분에 늘 몰랐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격려의 메세지도 감사드리구여,
행복한 주말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