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치아로 고생한 루이 14세와 악취로 물든 베르사유 궁전
루이 14세가 나름 국력을 강화한답시고 잦은 전쟁을 일으키거나, 국민들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거나, 화려한 베르사유 궁전을 짓는다며 국고를 탕진하고 별다른 보상 없이 백성들을 위험한 공사에 동원하면서 부려 먹었으니...(세상에서 가장 장엄하고 화려한 베르사유 궁전, 짓는 데 한 20년 걸린 모양이다.) 여러 면에서, 당시 죽어나간 백성들이 참 많았다.
하지만 인간의 삶이란 원래 뿌린 대로 거두는 법-(육신은 죽어도, 인간의 영혼은 영원히 살기 때문에.. 살아서 뿌린 대로 안 거두면, 죽고 나서 언젠가는 뿌린 대로 거두게 될 날이 있다고 한다.) 그리 민중들을 핍박하던 태양왕 루이 14세의 말년운도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젊은 시절엔 건강했으나, 어느덧 40세가 넘은 루이 14세는 충치가 심해졌는데.. 지금의 의학적 수준과는 하늘과 땅 차이인 당시의 주치의가 건강을 위해선 이를 다 뽑아야 한다고 해서 생니를 다 뽑아내게 되었다.(현대의 치과에서 마취하고 사랑니 같은 걸 빼도 되게 아픈데.. 그 시기의 루이 14세는 돌팔이 의사 때문에 마치도 없이 치아를 다 뽑았다니, 치통 때문에 굉장히 고생했을 것 같음) 의학적 지식이 좀 미개했던 그 당시엔 '썩은 이는 만병의 근원이 된다~'란 믿음(잘못된 상식)이 있었기에 주치의가 루이 14세의 이를 다 뽑도록 만든 것이다.
그들은 앞으로의 질병 예방 차원에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국왕인 루이 14세의 '건강하고 멀쩡한 이'까지 다 뽑게 하였다. 그 때 아랫니를 뽑다가 루이 14세의 턱에 금이 갔고, 윗니 제거 때 입천장에 손상을 입게 되었다.(나름 소독한답시고, 뜨거운 쇠막대기로 왕의 입천장을 여러 번 지지기도 했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의사들이 루이왕의 병을 치료한다고 행한 여러 시술들이 그의 건강을 더 나빠지게 만들었다.
그 때문에 이가 없어진 루이 14세는 모든 음식을 으깨거나 장시간 삶아서 먹어야만 했는데, 그가 워낙에 대식가인데다 육식을 즐겨서 이후론 '만성 소화 불량'에 시달려야만 했다. 치아 제거 시 입천장 손상을 입게 된 루이왕이 섭취한 음료수나 음식이 콧구멍으로 흘러내리기도 했고, 손상 입은 입천장 구멍에 음식물 찌꺼기가 장시간 붙어있다가 떨어지기도 하고, 장에 가스가 차거나, 의사가 처방해 준 약 때문에 잦은 설사를 하거나 해서 항상 몸에서 악취가 났다고 한다.
굳이 루이 14세(Louis XIV) 뿐만이 아니라, 지금과는 위생 관념이 달랐던 몇 백년 전 사람들은 대체로 몸에 짐승 냄새를 풍기고 다녔다는 얘기가 있다. 17세기의 유럽인들 사이에선 '목욕을 하면 피부병이 생기거나 전염병이 옮게 된다'는 믿음이 있어서 잘 씻지도 않고 다녔다. '건강을 위해 이를 다 뽑아야 한다'거나 '목욕을 하면 피부병에 걸린다'고 믿는 등 그 시기의 사람들에겐 (요즘 기준으로 하면 너무 황당한) '잘못된 미신'이 만연해 있었던 것 같다. 또한.. 당시엔 쉽게 샤워할 수 있는 시설도 없었고, 물이 귀하기도 해서 더더욱 그런 경향이 있었다.
루이 14세가 살았던 '베르사이유 궁전'의 경우에도,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당시의 사람들은 '목욕'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궁전 여기 저기서(아무데나) 용변을 보는 게 일상화되어 있었던지라 그곳엔 항상 '악취'가 진동했다고 한다. 현대에 와서 유행하게 된 '하이힐'이나 '향수'도 그 시기의 프랑스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것이 무슨 고상한 이유에서 유행하게 된 것이 아니라, 베르사유 궁전에 살던 왕족이나 귀족들이 지나다니며 오물을 밟지 않기 위해 '굽이 높은 신발'을 신을 수밖에 없었고 몸에서 나는 악취를 가리기 위해 향이 좋은 '향수'를 뿌리고 다닐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 나라 조선 시대 왕들도 그랬지만, 17세기 프랑스 왕 루이 14세 시절에도 궁정 안에서 '왕의 세수를 시키는 일, 뒷물 처리하는 일, 코를 풀게 하는 일, 옷을 갈아입히는 일..' 등을 담당하는 비서(신하, 공작 부인, 궁녀)들이 따로 있었다. 게다가 루이 14세도 나름 색을 밝히고 여성 편력이 화려했던 왕이었는지라, 가까이에서 그를 모시는 여인네들도 많았다. 헌데.. 중년을 넘어 선 루이 14세는 항상 두통, 치질, 만성 소화 불량 등에 시달리거나 악취를 내뿜고 다녔다고 하니, 왕의 곁에서 그를 보좌하는 일이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태양 같은 권력을 휘두르며, 절대 왕권을 행사했던 유럽의 대표적인 전제 군주(루이 14세)가 그렇게나 비청결하고 냄새 나는 왕이었다니.. 또한, 아름답고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유럽 최고의 베르사유 궁전이 알고 보면 각종 오물과 악취로 뒤범벅이 된 더러운 공간이었다니... 세상엔 재미난 사연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에도 그 비슷한 일들이 꽤 많지 않을까..? 겉보기엔 화려하고 고상해 보여도,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결코 그렇지 않은 사례들~ 그 어떤 것도,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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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녕이 2010.10.05 00:28
저런...생니를 마취도 없이 그저 힘으로 뽑아 냈나보네요.
답글
턱뼈에 금이가고 입천장에 구멍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사는것이 너무 불행했겠어요..ㅡㅡ;; -
Lipp 2010.10.05 01:04
'태양의 왕'이라 불리는 루이 14세에 대해서 제가 미처 몰랐던 부분이 꽤 있네요,,,
답글
그 시대와 오늘날 달라진점은 베르사이유 궁전은 위엄있고 아름다운 장소로
거듭나는데 프랑스 사람들은 아직도 씻는걸 게을리 한다는 정도??? ^ ^
청결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는 조~금 다른거 같아요 이곳은,,, ^^
비가 내리는 날이나 더울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게 무섭다는,,,^^^^ -
빠리불어 2010.10.05 01:57
저런 일이.. ㅡ,,ㅡ
답글
제가 방문했던 베르사이유궁전은 말 그래두 감동 그 자체였는데..
이런 사연이 있어서 더욱더 그 아름다움이 빛나는 것 같네여, 억지스럽지만.. ^^*
해박한 지식과 상식에 놀래서 갑니다..
근데 댓글 다는 게 참 까다로와서 그냥 가곤 했는데..
이젠 좀 적응이 된 것 같아여, 티스토리에 ㅎㅎ
그럼 즐거운 한 주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
그 궁전 자체는 유럽에서 소문난 웅장하고 아름다운 곳인데,
그거 짓느라 고생한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고 해서 마음이 좀
아프더군요...
저두, 로그인 해서 바로 달 수 있는 티스토리 블로그 외의
다른 블로그 가서는 '댓글 달아야지~' 하다가 '응?' 하면서
주춤했던 적이 많았답니다~ ^^; 뭘 집어넣고, 쓰고 하는 게
많이 생소하고 번거롭게 느껴졌나봐요.. 앞으론 타 블로그에
가서도 글 남길 수 있도록 시도해 봐야 되겠어요...
감기 조심하시구요, 이번 한 주도 즐겁게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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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에서 이 이야기를 본적이 있습니다.~~
답글
정말 화려한 궁궐뒤에 숨겨진 어두운 단면이 아닐 수 없네요.~~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10.05 09:13
루이14세의 치아..전혀 몰랐던 재미있는(?)이라기 보다는 고생스러웠을 삶에 동정심도 가네요. 제가 치아가 좋지 않아 그 고통을 아는데,,더구나 마취도 없이 생니를...
답글
생각만 해도 끔찍....갑자기 모 연예인도 생각났네요. -
와우 새로운 사실들을 알고갑니다.!!
답글
루이14세의 치아가 몽땅 뽑힐떄 얼마나 아팠을까요.
사랑니 하나만 뽑으려 해도 엄청아픈데 ㅠㅠ
뽑고 나서는 또 얼마나 아팠을까요~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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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사용자 2010.10.05 17:19
어떤 책에서 루이14세가 생니를 다 뽑아서 그 악취나 오물때문에 고생했다는 짧은 글이
답글
엄청 흥미롭게 느껴져서 몇번이고 다시 읽어보곤 했는데
이렇게 자세한 글을 만나니까 무척 반갑네요^^
향수는 유명한 이야기지만 하이힐은 처음 알았어요~
많이 배우고 가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ㅍㅍㅍ 2010.10.15 22:28
우연히 방문해 즐겁게 읽고 갑니다. 사실 참 안믿겨요ㅡ아무데나 오물을 그렇게ㅡ얼마전에는 예전에는 공연시 귀족들이 무대를 맘대로 올라갔다는 사실을 접했는데 참 보지않고서야ㅋㅋ루이발치사건잼나게 읽고갑니다
답글 -
박혜연 2011.01.07 23:36
아이고 무서워라! ㅠㅠㅠㅠㅠㅠ 저도 이빨이 안좋은데 루이14세는 40세이후로 치아가 나빠져서 이빨을 모조리 뽑아 77세까지 저렇게 이빨없이 살았다는게 참 기적이네요? 그게 다 단음식이 원인이라는걸 깨달아야 된답니다!
답글 -
박혜연 2011.02.02 10:26
그거에 비하면 루이15세와 루이16세는 치아가 비교적 좋은편이라지만 대신 루이16세는 하도 음식들을 많이먹어 배도 나오고 뚱뚱한돼지였다는거!
답글 -
박혜연 2011.12.15 00:29
게다가 프랑스의 왕족들이나 귀족들뿐만이 아니라 평민들도 전부 몸안씻고 이도 안닦고 다녀서 40세이후 호호할머니가 되는경우가 허다했다네요? ㅠㅠㅠㅠㅠㅠ 끔찍해라@! 프랑스의 거리들을 보니까 특히 수도 파리의 거리는 말도 못하게 쓰레기들범벅이니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나 일본은 축복받는나라죠! 목욕도 자주하고 몸관리도 잘했으니까요!
답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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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인물임 2012.10.12 20:50
여러 병을 안고서도 살인적인 스케쥴을
답글
소화하며 마취없이 수술하면서도 의연하게
대처하여 신하들이 경이로움을 보냈다죠
태양왕이라 불릴만 하네요.
돌팔이 의사만 아니었으면 더 오래 살았을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