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토크

고단한 삶의 시름을 잊기 위한 유랑 집시 춤 '플라멩코'

타라 2010. 9. 14. 22:47
플라멩코(flamenco)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민요(노래) & 기타 반주 & 그곳 고유의 무용'이 결합된 민족 예술을 뜻하며, 18세기 무렵부터 발달하여 19세기 후반에 그 형식이 (오늘날에 전해지는 그것으로) 완성되었다. [ 플라멩코 : 노래+기타 반주+춤이 결합된 형태 ]


이슬람 문화를 기반으로 한 플라멩코는 '불꽃'을 뜻하는 'flama'가 어원인 하류층 은어에서 비롯되었다는 설과 아라비아어 'felag(농부)'와 'mengu(피난민/도망자)'란 단어를 잘못 발음한 데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18세기엔 스페인 남부에 있는 '안달루시아 지방의 집시'를 뜻하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정착지에서 자주 쫓겨나 여러 곳을 전전하며 '끊임 없는 방랑 생활'을 해야 했던 집시(Gypsy)들은 굉장히 큰 박해를 받아 온 존재들이다. 끝없이 핍박 받고 쫓겨 다녀아만 했던 집시들은 그 시름을 잊기 위해 자신들만의 축제를 벌이면서 개성 넘치는 음악을 만들어 냈다. 그들만의 노래를 만들고, 손과 발을 사용하는 리듬을 만들어 내는 등 플라멩코의 시초는 '즉흥적인 연주'에서 비롯된다.

맨 처음엔 집시들이 '노래'와 '손뼉 치기'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고, 그 다음부턴 '기타' 연주가 추가되었다. 최근 들어선, 플라멩코 춤에 현악기나 타악기 등 다양한 악기가 사용되기도 한다.


현란한 몸동작이 주를 이루는 플라멩코(flamenco)는 프라세오(팔 흔드는 동작), 사파테아도(발 구르는 구두 소리), 팔마(손뼉 치는 소리), 피트(손가락 튕기는 소리) 등으로 구성되는데, 전 세계에 존재하는 여타 민속춤들에 비해 숙련된 기교를 필요로 하는 춤이다. 

'플라멩코'는 단순히 음악이나 춤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집시 정신이나 철학 같은 게 담겨져 있다고 한다. 플라멩코에 쓰이는 노래는 '칸테(cante)'라고 불리며, 기타 연주는 '토케(toque)'라 칭한다. 이 춤을 출 때 남성은 주로 조끼에 바지를 입고, 여성은 주름이 많이 잡힌 긴 스커트를 입고 춤춘다.

플라멩코가 그라나다 집시들에 의해 해외에서 맨 처음으로 공연된 것은 1890년 파리에서 있었던 '만국 박람회'에서였다. 그 춤에 깊은 인상을 받은 작곡가 드뷔시는 '이베리아'란 곡을 만들기도 하였다.

The Flamenco Dancer
The Flamenco Dancer by Pat McDonald 저작자 표시비영리

어린 시절엔 '플라멩코' 하면 '전 세계 민속춤 중에 가장 열정적이고 화려한 스페인의 춤' 정도로만 인지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그 탄생 배경을 알고 나서 마음이 참 애잔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역사만 살펴봐도 엄청난 고단함이 전해져 오는 집시(Gypsy)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서러움과 아픔을 떨쳐내기 위해 경쾌한 악기 반주에 맞춰 손뼉을 치고 정열적인 을 추기 시작했던 게 아닐까 하는데, 보기만 해도 그 '현란하고 격정적인 동작'에 저절로 흥이 나는 '매혹적인 춤 플라멩코'가 유랑 집시들에 관한 그런 음울한 사연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어쨌거나, 그들(Gypsy)은 자신들의 비탄과 절망을 춤과 음악으로 승화시킨 대단한 예술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