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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트렌디 드라마를 말한다-'사랑을 그대 품안에'

타라 2008. 5. 4. 16:10
1994년의 어느 날이었다. 그 때는 내가 드라마를 거의 안 보던.. 몇 달 동안 TV와는 담 쌓고 살던 시절이었는데,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요즘 하는 드라마가 어쩌고, 남자 주인공이 어쩌고..' 하는 수근거림을 쉽게 들을 수가 있었고, 평소 알고 지내던 남자 동생 둘이 "요즘 모 드라마가 새로 하는데, 신인 탤런트가 주인공이다. 그런데 그 남자 주인공이 몸도 좋고, 얼굴도 잘생기고.. 같은 남자가 봐도 정말 멋진데, 누나가 보기엔 어떠한지 평가 좀 해 달라~"는 요청에 따라 난 간만에 TV 드라마를 시청하게 되었고, 그 드라마가 바로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였다.



맨 처음 얘기만 들었을 때는 "그래~? 거기 나오는 남자 주인공이 그렇게 멋지단 말야? 아니기만 해봐봐~" 했었는데.. 막상 그 드라마를 보구 나서는 "동생들아, 땡큐~" 하며, 신인 탤런트 차인표가 주인공으로 나온 <사랑을 그대 품안에>를 닥본사 하면서 '녹화'까지 떠 가며 한 여름이 되도록 열심히 시청했던 기억이 난다. 유난히 더웠던 그 해 여름이었는데, 그래두 '강풍호=차인표'는 멋있었다-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


▶ 방송 기간 : 1994년 6월 6일 ~ 7월 26일

▶ 극본 : 이선미 작가 / 연출 : 이진석 PD

▶ 출연 : 차인표, 신애라, 이승연, 천호진 등..

▶ 방영 기간 중 평균 시청률 : 45.1%


차인표 신드롬~ 그래, 그건 거의 신드롬에 가까웠다. 그 이전, <마지막 승부>에서 남성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청순 모드 '다슬이(심은하) 신드롬' 이후로 전국 여성 시청자들의 로망이었던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차인표 신드롬.. 각종 연예 기사나 매체에서는 그것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고, 매일 그의 집 앞에는 지방에서까지 올라온 여성 팬들로 북새통을 이룬다는 기사도 있었더랬다.


"띠리리라일라~~" 주제곡이 흐르고.. 오토바이를 뽀대 나게 타고 다니는 남자 주인공(비록 대역이었지만..), 색소폰을 멋드러지게 부는 남자 주인공(이것도 립 싱크였지만..;;), 검지 손가락 까딱까딱 하며 윙크하던 <사랑을 그대 품안에> 남자 주인공 강풍호(차인표)의 몸짓에 전국의 여성 시청자들은 설레었고, 심지어는 남자 시청자들까지도 "같은 남자가 봐도 정말 멋있고 잘생겼다~" 인정하던 차인표였다. 거기다.. 여주인공들 미모도 바람직해서, 보는 눈이 참 즐거웠던 한 편의 순정 만화(+명랑 만화의 상큼함이 가미된) 같았던 드라마..



한국에서 최초의 트렌디 드라마는 1992년에 나온 <질투> 같지만, 이선미-이진석 콤비의 <사랑을 그대 품안에>야말로 '한국형 트렌디 드라마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리며 트렌디 드라마의 정의를 확실하게 내려준 작품이다.(<사랑을 그대 품안에>를 쓴 이선미 작가와 로맨스 소설 <(드라마 '경성 스캔들'의 원작인) 경성애사)>를 쓴 이선미 작가는 '동명이인'임~)

 

트렌디 드라마는 '젊은이들'의 감성을 담은 청춘 드라마적 성격이 강한 장르로.. 감성적이고, 유행에 민감하며, 젊은 도시인들의 삶과 사랑을 너무 심각하지 않게 가볍게 풀어낸 극 방식이다. 깊은 사색이나 심각한 내용 보다는 '감각적이고 즉흥적인 내용'을 담아 '인간의 오감(시각 & 청각적 재미)'의 자극에 호소하는, 기존의 정통 드라마와는 다른 방식의 드라마인 것이다.



예전에, 내가 듣기론 <사랑을 그대 품안에>를 연출한 이진석 PD가 원래 CF 찍던 감독이라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사랑을 그대 품안에>, <별은 내 가슴에> 등의 드라마에서 보여준 '영상'에 대한 감각이 남다른 감독 같다. 그 드라마들에서 보여준 화면, 그림 자체가 요즘 하는 속된 말로 '뽀대 작살~' 모드였으니... 그리고, 주인공들 캐스팅도 (캐릭터에 맞는 '나잇대'나 배우가 원래 지닌 '외모적인 분위기' 면에서) 꽤 적절했던 것 같다.


20세기 진정한 왕자였던 강풍호(차인표)의 '과거의 사랑'과 '현재의 사랑'


서울 백화점 후계자인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강풍호(차인표)는 아릿따운 미모의 첫사랑 여인 고은채(이승연)를 사랑했는데, 그녀는 집안의 '정략 결혼' 희생양이 되어 떠나가고.. 부모를 잃고, 첫사랑 여인도 잃은 외로운 풍호는 백화점 여직원인 귀여운 이진주(신애라) 사원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 드라마에 '재벌 2세(완전 재벌은 아니고, 준재벌 정도 될까?)'와 '가난한 여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는 나오지만, 상투적인 삼각 관계 or 출생의 비밀이나 기억 상실 등의 소재는 나오지 않는다.



(극 중에서) 고혹적인 분위기를 지닌 풍호(차인표)의 옛날 연인 은채(이승연)는 '사랑하는 남자와 헤어지고,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하여 의심 받고 학대 당하며 결국엔 결혼 생활에 실패하고 홀로 유유히 외국으로 떠나는.. 만화 <캔디 ♡ 캔디>에 나오는 스잔나와 같은 비련의 여주인공'이고, 생긴 것도 '눈 왕따시 만하고, 코 낮고, 볼살 통통한 캔디'랑 똑 닮은 진주(신애라)는 '고아 출신으로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도 나름 알뜰하게 직장 생활해서 생활을 꾸려 가는 씩씩하고 사랑스런 아가씨'이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는 '외국에서 돌아와, 첫 출근하던 백화점 이사 강풍호(차인표)'가 오토바이 타고 와서 끽~ 하다가 주차장에서 이진주(신애라)를 처음 만나게 되어 백화점 내에서 알콩달콩하는 러브 스토리.. 나중에 눈 맞은 그 둘이 백화점 옥상에서도 데이트하고, 놀이 공원에서도 데이트하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도 데이트하고, 여름 휴가 때 간 휴양지 바닷가에서도 데이트하고... 하는 식의 이야기였다.


이 때까지만 해도 <발리에서 생긴 일>의 '김기호 작가'가 이 드라마 내에선 '연기자(진주 오빠)'로 살짝 등장하고(원래 연극 배우 출신이었다고 함)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는 주인공들 외에도 비열한 악역 포스를 풍기던 천호진과 강남길, 조형기, 이정섭, 권해효, 박광정, 곽진영 등 감초 연기자들의 재미난 조연 연기가 돋보였던.. 전반적으로 크게 심각하지 않은 상큼 발랄한 내용의 만화같은 스토리에, 뽀대 나는 감각적 영상미를 자랑하던 꽤 재미있는 트렌디 드라마였다.



1994년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는 극 중간중간에 흘러 나오는 '주제곡'도 꽤 좋아서, 예전에 이 드라마 o.s.t 앨범을 구입한 적이 있다. 90년대에 MBC 드라마 주제곡을 주로 부른 가수 최진영(연기자 최진실 동생인 최진영과 동명이인)의 호소력 짙은 발라드 곡도 좋았지만, 그 무엇보다 '띠리리라일라~'의 남자 허밍음으로 나오던 그 곡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아쉽게도, 이 드라마 o.s.t에는 드라마 초반에 나왔던 그 '오리지널 곡'이 아닌 'MBC 합창단 버전'으로 실려 있다. 남자 버전과 여자 버전의 두 가지 버전으로~(잘은 모르겠지만, 외국곡에 대한 저작권 문제 때문인 듯...)


Daniel De Jong - Nabillera(나빌레라)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 타이틀곡 오리지널 ver.


극 초반에 나오는 '외국 남자 허밍음 버전 주제가'는 원래 프랑스 영화에 나왔던 외국곡이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 ost 음반을 통해 바뀐 편곡도 나름 괜찮지만, 개인적으론 원래의 오리지널 버전이 더 맘에 든다. 이 드라마 주제가로 쓰였던 오리지널 곡의 제목은 Daniel de Jong(다니엘 드 종)이 노래한 'Nabillera(나빌레라)'이다. 남자 허밍음으로 된 이 곡은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 이전에 방영되었던 MBC 청춘 드라마 <푸른 교실> 엔딩곡으로도 쓰였던 노래이다.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강풍호(차인표)와 이진주(신애라)의 사랑은 진행 중..?


<사랑을 그대 품안에>는 '드라마' 속에서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두 남녀 주인공(차인표-신애라)이 '웨딩 마치'를 올렸던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를 자랑한 TV극이기도 한데.. 당시 20대 청춘 남녀였던 연기자 차인표와 신애라는 드라마 찍다가 띠리링~ 눈이 맞아서 그 다음해 결혼식을 올렸고,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부부로 살고 있다..



물론, 현실은 꾸며진 극이나 드라마와는 달라서 '그리하여 여주인공은 백마 탄 왕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모드만은 아니고.. 얼마 전 신애라씨 인터뷰를 보니까 결혼해서 서로 안 맞는 부분도 있어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고 하던데, 그래도 나름 좋은 일(기부, 봉사 활동, 입양, 청소년 후원)도 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 듯하다.


어쨌거나, 저 때 당시 대한 민국 여성 시청자들의 로망이었던 20대 훈남 차인표를 꿰어 차고 결혼까지 하다니.. 신애라씨, 심히 부러웠슴~('차인표 신드롬'이 일던 당시로선.. 지금은, 그렇게 부럽진 않음..;;) 그런데, 극 중에서나 극 밖에서나 둘이 참 잘 어울려 보인다. 덕분에.. 진정한 '한국형 트렌디 드라마'를 선보인 과거의 예쁜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를 떠올리며, 잠시 추억 한 자락에 젖어본다..


1994년 여름, 전설이 된 '차인표 신드롬'

트렌디 드라마 최강자-'별은 내 가슴에'

인생 로코 드라마-'애타는 로맨스'(콩콩콩)

유열, 서영은-사랑의 찬가(드라마 '불꽃')

신데렐라, 결혼 이후의 이야기-드라마 '불꽃'

차인표 드라마 삽입곡 '카니발의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