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가요도 자주 듣곤 했지만, 언젠가부터는 가요보다 영화 & 뮤지컬 음악, 드라마 ost를 더 많이 듣게 된다. 개인적으로, 올해(2010년) 방영된 한국 드라마 o.s.t 중 가장 좋았던 앨범을 하나만 꼽으라면 상반기에 방영되었던 <추노> o.s.t를 꼽고 싶다.


<추노> 1회 엔딩에 깔렸던 임재범의 '낙인'이나 베이지가 부른 '달에 지다'와 같은 '가사 딸린 노래'도 좋지만, 이 드라마 o.s.t에 나오는 웅장한 분위기의 '연주곡'들은 특히 좋다. 그 중 대길
(장혁) 삼총사가 한창 추노꾼 노릇하던 극 초반에 자주 깔린 '추노(推奴)'와 '흑풍치산(黑風吹山)', '잃어버린 낙원', '꽃길 별길', 'Wanted' 같은 연주곡은 지금도 자주 듣는 곡들이다.

10회까지의 방영분에 비해 극 중/후반부 들어서선 극을 끌어가는 힘이 좀 부족해 보였던 지난 드라마 <추노(推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대목은 역시 '주인공들이 쫓고 쫓기는 관계를 형성하며 역동적인 화면을 선사했던 극 초반부 내용'이었다.

연주곡 '추노(推奴)' / 드라마 <추노> o.s.t 中


남성적 힘이 흘러 넘치는 화면 & 전국 각지에서 찍어 온 시원스런 자연 풍광과 같이 어우러진 <추노>의 배경 음악(BGM)은 그 역동적임과 웅장함에 화룡점정을 찍어주는 듯, 무척이나 훌륭했다. 이 드라마 초반에 나왔던 그 영상을 다시 보면, 지금도 가슴이 뛸 것 같다.


하지만 그 끝은 심히 우중충했으니.. 꿈에 그리던 언년이
(이다해)와 재회하면 뭔가 있을 줄 알았던 드라마 <추노>의 주인공 대길이(장혁)는 결국 여주인공인 언년이랑 별다른 이야기를 펼쳐 보이지 못한 채, 내내 엇갈리기만 하다가 장렬하게(but 초라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변변히 그 여주인공의 사랑을 받아 보지도 못하고선 말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 극의 남자 주인공인 '이대길'이 올해 방영된 드라마 속 주인공들 중 '가장 불쌍한 남자 주인공'일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추노> 이대길(장혁)의 불쌍함을 뒤집어 엎는 '한층 더 불쌍한 복병 남자 주인공'이 나타났으니.. 그는 바로, 지난 주에 종영된 드라마 <나쁜 남자>의 주인공 심건욱(김남길)이다.

드라마 <나쁜 남자>의 경우에도 o.s.t 퀄러티는 꽤 좋은 편이다. 그 중, 극의 긴박한 장면에서 자주 깔렸던 'Sub title'은 정말 좋아하는 연주곡이다.

연주곡 'Sub title' / 드라마 <나쁜 남자> o.s.t 中

그러나, 이 드라마도 <추노>의 경우처럼 극을 이끌어 가는 내용 상의 뒷심은 많이 부족한 듯 보였다. '시원스럽게 뛰어 다니며 추노꾼 노릇하던 이대길(장혁)'이 우중충하고 처절하게 생을 마감한 것처럼, '불량한 눈빛을 마구마구 날려주던 <나쁜 남자>의 주인공 심건욱(김남길)' 역시 시원스럽게 복수를 끝낼 거란 예상을 깨고 '<추노>의 이대길 보다 더 불쌍한 남자 주인공으로 남겠다~'는 다짐이라도 한 양 훨씬 더 불쌍하고 처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추노>의 이대길은 그래두 서브 여주인공이 슬퍼해 주고 '돌무덤'이라도 만들어 줬지만, 최근에 끝난 <나쁜 남자>의 주인공 심건욱은 그런 것도 없이 그가 '죽었다'는 사실조차 극 안의 다른 인물들에겐 조용히 묻힐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끝난 것이다..



안 그래두 깝깝한 일 투성이인 현실 속에서, 요즘 대중들이 원하는 건 마지막회에서 메인 주인공이 처참하게 죽는 그런 결말이 아닐텐데.. 올해 방영된 드라마 <추노>와 <나쁜 남자>의 (작가를 포함한) 제작진들은 '세상에서 주인공을 제일 불쌍하게 살다가 죽여 버리는 작가로 남을테닷~' 식의 경쟁이라도 붙었는지, 메인 남자 주인공을 그렇게 개고생 하다가 허망하게 죽는 걸로 처리해 버렸다.

그 쯤 되면, 이런 류의 '음모론'이 떠오를 법도 하다. 해당 드라마 내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들(장혁, 김남길)이 연기도 잘하고 너무 멋지니까, 작가나 감독들이 질투하나~? 왜 자기 드라마 주인공이 극 안에서 제대로 사랑 받고 정상적으로 잘 사는 꼴을 못 볼까?' 싶은...;;

꼭 필요한 경우라면 모를까, 최종회에서 주인공을 죽여 버리는 그런 '드라마 결말'이 그리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 이 세상엔, 젊어서 죽는 사람들 보다는 정상적인 수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올해(2010년) 하반기에 방영되는 TV 드라마들에선 '감당 안되면 주인공을 처참하게 죽여 버리는 잔혹 제작진' 보다는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보편적으로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정상적인 주인공의 삶을 보여주는 제작진' & '결말에 가서 따뜻함과 감동을 줄 수 있는 드라마'들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