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토크

하루노 스미레,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 화조 커튼콜

타라 2010. 8. 9. 01:39
여성 단원들이 극 안의 남성 캐릭터도 모두 소화하는 일본 다카라즈카(타카라즈카) 가극단 공연에선 '본공연' 직후 한 20여분 간 각 배우들이 준비한 노래와 춤 등 화려한 쇼를 펼쳐 보이는데, 프랑스 뮤지컬에 비유하자면 '커튼콜'과 비슷한 개념이다.

프랑스 뮤지컬 중에서도 1998년 작품인 <노트르담 드 파리>에선 커튼콜 때 앵콜송을 '대성당의 시대' 그 '단 한 곡의 후렴부' 밖엔 안 부르지만, 그 뒤에 나온 '<십계>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부터 시작하여 비교적 최근에 나온 <태양왕> <모차르트 록 오페라> 등..'에선 커튼콜 때 '여러 곡을 풀 버전'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다른 나라 뮤지컬들에 비해, 프랑스 뮤지컬의 커튼콜 타임이 비교적 긴 편인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나 알찬 프랑스 뮤지컬의 커튼콜 타임보다 더 긴 쇼로, 관객들에 대한 확실한 애프터 서비스를 선사하는 게 일본 다카라즈카
(Takarazuka) 공연이다.


개인적으로 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베트>의 다카라즈카 버전을 유난히 좋아하는데, 다카라즈카 엘리의 여러 판본 중에서 전반적으로 제일 볼 만한 건 2002년 하나구미
(花組-화조) 공연이 아닐까 한다. 특정한 장면에서 더 마음에 드는 건 2007년 유키구미(雪組/설조) 공연이지만, 남주/여주의 가창력과 조연 캐릭터들의 합, 댄스 실력 등등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쪽은 2002' 화조 공연이다. 하루노 스미레(春野寿美礼)가 '토토(죽음)' 역으로 나온 2002 하나구미 <엘리자베트>는 다른 조에 비해 커튼콜 쇼도 예술이다.

이 동네는 '본 공연' 뿐만이 아니라, '커튼콜 쇼'에서 배우들이 입고 나오는 옷도 '5개 조'마다 다 다르다. 그 중 '메인 남자 주인공 쇼'에서 2002년판의 '하루노 토토'가 입고 나온 옷과 전체 스타일, 댄스 분위기가 유독 마음에 든다. 애초에 이 배우에게 반한 게 '남자들이 남역을 했을 땐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그 특유의 실루엣(순정 만화 라인)' 때문이었는데, 하루노 스미레(Haruno Sumire)는 특히나 '마른 체형'이어서 저런 옷도 제대로 소화해 주신다. 예전에 모델 트레이너를 한 적이 있는 어느 강사로부터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고, 그 때 '왜 모델들이 말라야 하는지?' 얘기 들은 바 있다. 강사의 설명에 따르면, 마른 체형의 사람들이 아무 옷이나 무난하게 다 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엘리자베트> 다카라즈카 2002' 하나구미 공연 커튼콜 쇼 : '내가 춤출 때(Wenn ich tanzen will/私が 踊る 時) : 토토(하루노 스미레) 단독 댄스' '그림자는 길어지고(Die Schatten Werden Langer/闇が 広がる) : 토토 & 조연 남역들 단체 댄스/이 곡 중간에 토토(하루노 스미레)는 퇴장함..'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 커튼콜 쇼의 기본 레퍼토리는 '설조(雪組-유키구미), 주조(宙組-소라구미), 화조(花組-하나구미), 월조(月組-츠키구미), 성조(星組-호시구미)' 등 5개조가 거의 비슷하다. 다만, 각 조의 배우들이 입고 나오는 의상과 세부적인 동작 & 곡 선곡은 살짝 다르다.

원래 오스트리아(독일어권) 오리지널 버전 <엘리자베트(Elisabeth)>에선 주연 배우들이 춤추는 장면에 대한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는데, 다카라즈카 가극단의 여성 단원들은 극단에 들어오기 전 '다카라즈카 학교' 시절부터 이미 그런 것들에 대한 기본기를 다 배워오기 때문에 '발레 동작' 같은 저 정도 춤도 기본으로 다 소화한다.


다카라즈카 하나구미 <엘리자베트>의 하루노 스미레
(春野寿美礼)는 체형이 우아하고, 몸 동작도 무척 유연한 편이어서 '비슷한 춤'을 춰도 특히 더 뽀대가 나는 것 같다. 몸이 가벼워서 나비처럼 사뿐사뿐~한 느낌을 주기도... 중간에 살짝 이상한 춤 동작도 있지만, 다른 조의 <엘리자베트> 커튼콜 쇼에서도 비슷한 동작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똑같은 작품임에도 다카라즈카(寶塚) 가극단의 각 조마다 '작품의 분위기'가 정말 달라지듯, 레퍼토리 자체는 동일한 '커튼콜 쇼' 분위기도 조마다 많이 달라 보인다.

개인적으로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의 5개조 '커튼콜 쇼' 중에, '죽음(Tod=토토)' 캐릭터가 나와서 노래하고 춤추는 대목에선 2002년 화조(花組-하나구미) 커튼콜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지금은 퇴단했지만, 굳이 이 작품에서 뿐 아니라 다른 작품들에서도 하루노 스미레(春野寿美礼)란 배우 자체가 가져다 주는 매력이 참 큰 것 같다. 전반적인 의상을 소화하는 기본 실루엣도 예술인데다, 가창력도 꽤 좋은 편이고, 몸 동작도 기품 있고 우아하며, 기본적인 인상도 참 좋은 편이다.

하루노 스미레는 굳이 '남역 분장'을 하지 않더라도 원래 생긴 것 자체가 '중성적인 느낌'이 강한데, 어린 시절에 '세상엔 남성도 있고 여성도 있건만 왜 중성 인간은 없을까..? 난 내가 중성이었으면 좋겠어~'란 생각을 많이 해본 입장에서, 다카라즈카 (여성) 가극단의 매력적인 남역 배우들은 하나의 판타지 그 자체이다. 실제로 '(세상에 널린) 남자 배우가 남역을 하는 데'서는 도저히 뽑아져 나올 수 없는 매력을 풍기기에, 그만큼 더 '희소 가치'를 지니는 게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