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선 뮤지컬 '모차르트(Mozart)!'로 먼저 이름을 알린 작사가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 이 콤비가 비교적 최근인 2006년에 내어놓은 오스트리아산 <레베카>라는 뮤지컬이 있는데, 대픈 뒤 모리어(Daphne Du Maurier)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이 연출한 1940년의 영화 버전 <레베카>를 많이 참고한 뮤지컬인 듯하다..(원작 소설 <레베카>와 영화 <레베카>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개인적으로, 히치콕 감독의 영화 버전 <레베카>를 나름 재미있게 보았다.

<레베카> 스토리를 짧게 요약하자면 <평범한 고아 출신 여주인공이 로또 맞은 듯 미남인 홀아비 재력가에게 시집 갔지만, 옛날 마님 '레베카'만을 우상처럼 여기며 새 마님을 못마땅해 하는 그 집 대장 하녀 '댄버스'로부터 태클 받는 이야기>이다..
(이후, 모종의 사건으로 댄버스 파멸~)


영화 <레베카(Rebecca)>는 복합적인 장르로, 극의 앞 부분은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물'로 채워지고 중반 이후부턴 '서스펜스물',  후반부에 가면 '스릴러 법정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 영화에 나오는 '맥심 드 윈터(로렌스 올리비에), 여주인공=나(조안 폰테인)'가 꽤나 선남 선녀 분위기인지라, 그들의 로맨스가 펼쳐지는 영화 <레베카> 앞부분을 보며 그 옛날에 봤던 하이틴 로맨스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부모를 여읜 <레베카>의 여주인공 '나'는 월급 받고 유한 마담의 말동무 노릇을 하며 지내던 어느 날, 여행지인 프랑스 몬테 카를로의 어느
절벽 근처에서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한 남자(막심 드 윈터)를 만나게 된다. 그 후 호텔 커피숍에서 그 남자를 알아 본 부인으로 인해 셋이 같이 차를 마시게 되고, 다른 날 카페에서 '나'가 그를 3번 째로 마주치게 됨으로써 두 남녀가 본격적인 데이트를 하게 되는데...


수다쟁이 부인이 독감 걸려 누워있는 사이, 운동 핑계를 대고 나갔던 '나'는 그 여행지에서 미중년의 재력가 '맥심'과 수시로 데이트를 즐기며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 이 극에 나오는 여주인공은 딱히 이름이 없고, 그냥 ''이다. 또한, 작품 제목이기도 한 '레베카'는 이 극 안엔 전혀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다. <이름 없는 캐릭터>와 <얼굴 없는 캐릭터>가 나오는 극인 셈이다. ]


이들은 호텔 로비에서 두 번째로 마주쳤을 때부터 서로에게 호감 어린 시선을 보내는데, 남자 쪽도 그렇지만 <레베카>에 나오는 여주인공 '나'가 어떤 면에서 보면 더 적극적인 것 같기도 하다.


모시던 부인이 급하게 미국으로 가야 할 사정이 생겨서 짐을 꾸리며 호텔을 나서자, 부인과 같이 갈려고 따라 나섰던 이 '나(조안 폰테인)'는 급하게 맥심(로렌스 올리비에)에게 연락을 취해 기어이 그를 붙잡고야 만다. 맥심은 그녀에게 청혼을 하고, 이 극의 여주인공인 '나'는 고용주인 부인 따라 미국으로 가는 게 아닌 맥심과 결혼해서 영국에 있는 그의 대저택 맨들리(만더레이)로 떠난다.


비록 나이 차이는 좀 나지만, 남자 쪽이 엄청난 재력가인데다 외적인 분위기도 완전 멋져서 이 젊은 여주인공이 더 애닳아 하면서 반하는 설정인데.. 그렇기 때문에 <레베카>라는 극 안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맥심(막심)'이 충분히 멋있지 않으면 여주인공 '나'의 입장에 공감하기 좀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히치콕 감독의 영화 <레베카> 안에 나오는 '로렌스 올리비에의 맥심'은 완전 멋있다는 거- 이 극의 여주인공 입장에 충분히 공감 가는 느낌이었다.(또한.. 젊은 시절의 '로렌스 올리비에'를 보면, 생전의 '비비안 리' 언니가 왜 그리 '로렌스 올리비에'를 오매불망했는지 충분히 이해되는 느낌..)


이 영화에서 '나'로 나오는 조안 폰테인(Joan Fontaine)은 촌스러운 듯 안 예쁜 듯 하면서 무척 예뻐 보였는데, 여자로서 '딱 적당한 키에, 날씬하면서, 다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묘한 매력의 주인공'이었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더 우아하고 아름답게 나온다. 


조안 폰테인은 비비안 리 주연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멜라니' 역으로 나왔던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Olivia de Havilland)의 친여동생이기도 하다. 뮤지컬 <레베카>나 원작 소설 <레베카>에선 안 그런데, 영화 <레베카>를 다 보고 나면 은근히 조안 폰테인의 '나'가 제일 눈에 띄는 느낌이다. 그만큼 연기력도 괜찮은 편이다.


뭔가 사연 있어 보이는 '기품 있고 젠틀한 재력가 맥심(로렌스 올리비에)'을 잡은 나(조안 폰테인)는 급 신데렐라가 되어 영국에서 제일 큰 저택인 '맨들리'로 떠나지만, 여기서 얘기가 끝나는 게 아니라 이 신데렐라의 고난은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부부가 맥심의 집인 맨들리(만다레이)에 도착한 첫 날부터 장대비가 쫙쫙 쏟아지고.. 이 새 신부 '나'는 다열 횡대로 늘어서 자신을 맞는 하인들 규모에 한 번 쫄고, 대장 하녀인 댄버스 부인(주디스 앤더슨)의 포스에 기가 죽는다.


유한 마담의 비서 노릇하던 프랑스의 한 여행지에서 남자 하나 잘 잡은 덕분에 <평범한 신분의 가난한 여자 → '영국의 귀족 대부호 맥심'이 사는 맨들리의 안주인이 된 신데렐라 '나'>와 <'전(前) 안주인이었던 레베카' 광신도인 하녀 '댄버스 부인'>이 만나는 이 대목에서부터 이 극은 스릴러물 분위기로 전환된다. 


영화 <레베카>에선 여주인공 '나(조안 폰테인)'의 비중이 제일 크고 그녀의 '내면 연기'도 뛰어난 편이며, '댄버스 부인' 경우엔 인상적이긴 하지만 비중 자체는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미하엘 쿤체 &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의 오스트리아 뮤지컬 <레베카>에선 남녀 주인공에 비해 '가장 좋은 넘버를 부르는 조연 댄버스 부인' 캐릭터가 유난히 강하게 다가오는 경향이 있다.(이 극의 '원작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아무래도 '얼굴은 안 나오는 전 안주인 레베카'가 아닐까 싶다..) 같은 작품이어도, 각 장르마다 캐릭터의 강렬함이 다 다른 것이다.

히치콕 감독의 영화 <레베카>에서,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가 펼쳐치는 앞부분' 내용에선 남자 주인공인 로렌스 올리비에의 맥심(막심)이 너무 잘생겨서 또 눈에 띈다.


쿤체의 뮤지컬 버전 <레베카>에선 독일어권의 뮤지컬 배우 
우베 크뢰거(Uwe Kroger)가 '맥심(막심)' 역을 맡았다. '오리지널 맥심' 그러니까 무슨 커피 얘기하는 것 같은데, 이 극 안에 나오는 사람 이름이다. 독일어권 공연에선 '맥심'이 아니라 '막심'이라 발음한다.


오스트리아 뮤지컬 <레베카>는 현재 일본에서 공연 중이며, 향후에 한국에서도 라이센스 공연으로 무대에 올린다고 한다. 일본 공연에선 그 쪽 공무원 뮤지컬 배우(?)인 듯한 야마구치 유이치로가 '막심' 역으로 나오는데, 그냥저냥 평범한 아저씨 분위기~ ;; 최근 일본 토호 극단에서 한창 공연 중인 일판 <레베카>의 경우엔 '댄버스 부인' 역의 배우가 눈에 띈다.



일본 버전에선 여주인공 '나'와 남자 주인공 '막심'은 원 캐스팅, '댄버스 부인' 캐릭터는 더블 캐스팅이다. 스즈카제 마요와 시루비아 구라브, 두 덴버스 중에 '시루비아 구라브' 쪽의 노래 느낌이 훨씬 좋은 것 같다.(포스터에서 좌측 배우~) 일본 <레베카>의 경우엔, 올해(2010년) '하이라이트 음반'도 나와 있는 상태이다. 

뮤지컬 <레베카>에서 제일 듣기 좋은 곡은 극 중 댄버스 부인이 여러 차례 부르는 '레베카'라는 노래가 아닐까 한다. 이 오스트리아 뮤지컬 <레베카>에선, '레베카(Rebecca)'라는 곡 한 곡만 들으면 이 뮤지컬에 나오는 곡을 다 들은 거나 마찬가지~ 물론 익숙해지면 다른 좋은 곡들도 있긴 하지만, 맨 처음 들었을 땐 극 제목과 동일한 타이틀인 '레베카(Rebecca)'라는 곡이 그만큼 임팩트가 강한 노래로 다가오는 경향이 있다.

'같은 작품'이어도 표현 방식에 따라, 구현되는 장르에 따라 다른 느낌일 경우가 많은데, 향후 국내 무대에 오르게 될 뮤지컬 버전 <레베카>는 히치콕 감독이 연출한 영화 버전 <레베카>에 비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


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