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토크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 한국 버전의 특징?

타라 2010. 6. 28. 17:32
개인적으로, 얼마 전 한국에서도 공연된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를 떠올리면 마음이 왠지 착잡해진다. 실제로 18세기에 살았던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Mozart)'를 소재로 한 극이었다.

실존 인물의 삶을 다룬 각종 문화 컨텐츠들 중에는 <진짜 별 거 아니었던 사람도 막 띄워주면서 극강 미화하는 스토리>가 많듯 <그 시대에 살았던 실제 인물의 그것과는 다르게 폄하된 이야기물>도 있다.

음악 천재 '모짜르트'는 후자 쪽이라 생각한다. 많이 알려진 영화 <아마데우스>의 경우엔 굉장한 작품이라곤 생각하지만, 그 영화에서의 '모차르트'는 개망나니처럼 그려지고 '살리에리' 쪽이 무척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려진 바 있다. 올해 한국어 버전도 만들어진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 &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 콤비의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에 나온 '모차르트'는 철딱서니 없는 초딩 캐릭터에, 자신의 천재성을 무척 부담스러워하는 인물로 나온다.

이런 류의 '실존 인물 모차르트의 삶과는 다른, 특정인의 시각에서 그려진 픽션물 성격의 각종 문화 컨텐츠'들을 볼 때마다 "실제의 모차르트는 그렇지 않았잖아요~!!"를 외치게 된다.

내가 아는 한, 실존 인물 모차르트(Mozart)가 그렇게까지 형편없는 인간은 아니다. 그는 짧은 삶 동안 엄청나게 많은 작품을 남겼을 만큼 부지런히 작곡에 매진하였고, 자기 가족에게도 나름 성실한 '책임감 있는 가장'이었다. 모차르트가 '영양 부실과 건강 악화 &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요절'한 게 '병약하고 경제 관념 없는 아내 콘스탄체'의 탓도 어느 정도는 있는 것 같기에 어떤 면에서 보면 콘스탄체가 나쁜 x이지만, 이 모차르트는 그런 자기 부인을 끝까지 따뜻하게 품어주고 사랑했던 남자였다.

실존 인물 모차르트의 청년기 시절 모습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가 굉장한 작사가라곤 생각하지만, 그가 쓴 뮤지컬 <모차르트(Mozart)!>에 나오는 이 캐릭터는 실존 인물 '모차르트'의 그것과는 다른 대목이 많다. 쿤체씨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란 인물을 끌어 와 '평범한 삶을 갈구하는 인간 볼프강'과 그의 '천재성을 상징하는 아마데'로 분리한 뒤 '볼프강이 자신의 천재성을 굴레처럼 여기며 거기서 벗어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지만, 실제의 모차르트는 자신의 천재성을 부담스러워하기 보다는 그것에 대한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작곡 라이프에 매진했던 사람이라 알고 있다.(여기서 '아마데'는 모차르트 이름 안에 들어가는 '아마데우스'의 프랑스식 표기이다.)

요즘 나오는 한국 TV 드라마의 많은 '사극'들이 그러하듯, '실존 인물'을 다룬 외국의 소설이나 영화, 뮤지컬 등에도 '사료'에 충실하기 보다는 창작자의 '픽션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극들이 많다. 그러한 고로, 뮤지컬 <모차르트!>에 나오는 '모차르트 &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보구서 실제의 모차르트 삶도 그러했으리라 생각하는 건 곤란하다. 

이 뮤지컬을 만든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모차르트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보다는 그저 자신이 '하고싶은 이야기(주제)'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모차르트'란 인물을 끌어온 것일 뿐이다.(그의 <모차르트!>는 실제의 '원래 그대로의 모차르트'에 관심 많은 이들 입장에서 보면, 다소 불만스러울 수도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Mozart)!>는 그 틀 안에선 하나의 '창작물'로써 그 나름의 미덕을 보이는데... 미하엘 쿤체는 이 작품을 통해 모든 인간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이야기와 '모차르트의 저항 정신'을 강조하는 내용을 들려준다. 1999년 빈에서 초연된 뮤지컬 <모차르트!>의 오스트리아 원 버전에선 전자의 내용을 강조하고 있고, 2003년 이후에 제작된 헝가리 버전 <모차르트!>에선 후자의 내용을 살짝 더 심화해서 보여준다.
 


2010년 우리 나라에서 만들어진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
(Mozart)!>에 대한 한국어 라이센스 버전은..? 죄송하지만, 이도 저도 아니다- 적절한 연출력의 부재로 '모차르트가 벗어나고 싶어하는 질기고 잔인한 운명=천재성'인 '아마데(극 안에서 빨간 쟈켓 입고, 흰 머리 하고 나오는 꼬마 아이)'는 전혀 효과적으로 어필되지 못했으며, 이 인물이 어떤 의미로 등장하는지 잘 모르겠단 관객이 대부분이었다.(사실은 '무시무시한 캐릭터'인 이 인물에 대해 그저 '귀엽다~'는 의견이 많았던...)

또한.. 국내 버전 <모차르트!> 공연에선 혼란스런 시대상 안에서의 '세대 교체' & 권위적이고 불합리한 기존의 보수 기득권층에 대한 모차르트의 '저항 정신(새 시대의 정신)'을 보여주는 <모차르트와 콜로레도 대주교와의 대립>도 흐지부지 넘어가거나, 너무 가볍게 그려졌다.

-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 라이센스 한국 공연 캐스팅 -

  볼프강 모차르트..........................임태경, 박건형, 박은태, 김준수(시아준수)
  콜로레도 ..........................민영기, 윤형렬
  레오폴트(모차르트 아빠).........서범석
  난넬(모차르트 누나)...................해선
  콘스탄체..........................................정선아, 김희선
  발트슈테텐 남작 부인................신영숙
  쉬카데너.........................................오상원, 김승대
  베버 부인........................................이경미, 전문지
  아마데 모차르트(모차르트의 천재성)...이형석, 김효준, 황연우

  앙상블 외 기타

한국판 뮤지컬 <모차르트!>는 딱 '부자 간의 갈등'을 그린 한국 TV의 '평범한 주말 연속극' 수준의 이야기였다. 열혈 아빠에게 반항하는 철딱서니 아들과 그 부자의 갈등, 거기에 볼프강의 '달달 러브'와 결혼 이후의 부부 갈등 & 이 주인공의 '깨방정 쇼'를 양념처럼 조금 보여주면서 나열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다가, 막판에 가서 '이 인물은 이제 죽을 때 돼서 죽습니다~' 하면서 급 마무리하는 전개... 최근에 공연된 한국어 버전 <모차르트!>는 특정한 컨셉도 없고, 주제 의식도 많이 모호한 것이다. 라이센스 한국판 <모차르트>의 주된 정서는 다음에 가깝다.

* 한국판 <모차르트!> / 부제 : '부자의 비극' or '집착 아버지의 저주' *

아역 연예인 시절부터 쏠쏠한 벌이로 가족들을 부양하고 있는 볼프강 모차르트에겐 '아들 덕후'인 '모차트르의 집착 아버지(레오폴트 모차르트)'가 있다.

아들이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이뤄줄 거라 믿는 등 그의 안락한 삶과 세속적인 성공을 바라며 열심히 뒷바라지해 온 강북 아빠 '레오폴트 모차르트'는 '성인이 된 볼프강 모차르트'가 자기 말 안 듣고 제멋대로 행동하다가 전망 좋은 직장에서도 짤리고, 쓸데없는 데 돈 쓰고, 천박한 집안의 사위가 되려고 하는 등 갈수록 뻗나가자, 그런 그에게 크게 실망하며 '실의에 빠진 나날'을 보낸다. 그리곤, 점점 자기 맘에 안 드는 짓을 골라 하면서 막 나가는 볼프강에게 '아버지 말 안 들으면 파멸한다~'고 아들을 저주(?)하게 되는데...(말이 씨가 될 수도 있을텐데..? ;;)


청개구리 삼신 & 나이 들어서도 철 안나는 '유치 초딩 아들 볼프강 모차르트'는 왜 제멋대로 사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느냐며 징징거리다가,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야 뼈 저리게 후회하지만, 레오폴트 아빠 말대로 결국 인간적으로 파멸하게 된다. 거기엔 '한 때 최선을 다해 공들여 온 아들' 걱정으로 상심에 빠져 있다가 '결국 뻗나가는 아들에게 배신감 느끼고, 못다 이룬 꿈에 안타까워하며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뒤 구천을 떠도는(?) 레오폴트 유령의 약간의 개입이 있었다..

▶ 한국판 뮤지컬 <모차르트!> 장르 : 부자 간의 갈등을 다룬 '가족극' & '퓨전 공포물'
한국판 뮤지컬 <모차르트!> 교훈
    1) 아빠 말씀을 잘 듣자~

    2) 때론, 말이 씨가 된다..
    3) 극성스런 부모는 자식을 망친다?

-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의 '국내 버전 공연'에 대한 간단 요약 끝~ -

비록 실질적인 고증에서 좀 벗어나 있지만, 이 뮤지컬을 만든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는 하나의 '창작물'로써 그 나름대로 큰 의미를 담은 그럴듯한 작품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런 뮤지컬 <모차르트!>가 라이센스 버전 한국 공연으로 넘어와선 작품의 '핵심 키 포인트'를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한 채 '주변 스토리'를 맴돌다가, 다소 삼마이스런 평작으로 전락한 감이 있다.

나름 빠방한 조연진을 동원하여 극을 꾸리긴 했지만, 정작 중요한 '내용' 면에서 한국판 <모차르트!>는 원작자가 제시한 '작품의 훌륭한 의미'를 담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사실.. 한국어 버전 <모차르트!>의 번안 가사가 기대치에 많이 못 미치긴 하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해당 작품이 가진 의미와 스토리의 탄탄함 & 그 작품이 내세우는 자기만의 뚜렷한 컨셉, 전하고자 메시지(주제 의식) 등이다.

그런데, 한국판 <모차르트!> 공연엔 그런 게 보이질 않는다는 거다. '뮤지컬'도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와 '주제'를 담은 극 장르인데.. 올해(2010년) 우리 나라에서 만들어진 라이센스 한국어 버전 <모차르트!>는 그런 면에서 플롯내러티브도 부실하고, 극의 컨셉도 모호하며, 자기만의 작품 철학도 없다. 한국의 공연 제작자들은 '얄팍한 상술'로 단기적인 돈벌이에만 급급해 하며 작품의 그럴듯한 껍데기에만 치중하면서 국내 공연계의 전반적인 질을 떨어뜨리기 보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진짜 좋은 작품을 보길 원하는 대중들'과 보다 진지한 자세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