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최숙빈의 일대기를 담은 <동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이 드라마에는 장희빈, 인현왕후, 숙종 등 우리들에겐 무척 친숙한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월화극 <동이>는 실제의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픽션적 요소'가 많이 가미된 드라마인 듯하다. <장희빈> <인현왕후> <동이(최숙빈)> 등이 차례대로 주인공으로 나오는 걸 보면, 나중에 '숙종' 임금의 본명을 딴 드라마도 나오지 않을까..?

결말에 '사약 먹고 죽는 장옥정 이야기'는 우리 나라에서 영화나 드라마로 꽤 많이 만들어졌는데, 비교적 최근에 본 <동이> 이전의 장옥정 드라마가 바로 김혜수 주연의 K사 사극 <장희빈>이었다. 숙종 역에 전광렬, 인현왕후 역에 박선영, 최숙빈 역에 박예진, 김춘택 역에 송일국, 송시열 역에 이순재, 장희재(장희빈 오빠) 역에 정성모, 민진후(인현왕후 오빠) 역에 김명수 등이 나왔었다.

중간에 바뀐 작가에 대한 의혹(?)이 있는 이 드라마는 뒤로 갈수록 뒷심 제대로 받아서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주인공 장희빈(김혜수)'은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해당 게시판에서 '미스 캐스팅'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비운의 장희빈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도 기본 이목구비 자체가 큼직큼직~ 서구적에 가까운 김혜수는 해당 캐릭터와의 씽크로율이 무척 떨어진다고 (그 극을 시청할 때마다) 느꼈으며, 극 초반의 김혜수는 '외형적인 모습'은 물론이거니와 사극톤의 '연기력'도 좀 시원찮아 보였다.


그래서 전광렬(숙종)과 박선영(인현왕후)이 워낙에 잘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김혜수의 압박으로 그 드라마를 포기한 적이 있다. 그 때 당시 김혜수의 <장희빈>과 전도연의 <별을 쏘다>가 비슷한 시기에 시작하여 경쟁을 벌였으나, 결과는 전도연의 승리로 끝났다.(적어도 <별을 쏘다> 방영 기간 내에는..)

하지만 100부작 사극인 <장희빈>은 워낙에 '장편 드라마'였고, 극 초반엔 다소 지지부진했지만 중/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가 탄력 받는 시기가 있었다. 나 역시 중반부 내용을 넘어서면서 K사 <장희빈>을 다시 시청하기 시작했다. 극 안에 뉴 페이스인 '김춘택(송일국)'과 '최무수리=최숙빈(박예진)'이 투입되면서 스토리가 무지 재미있어진 것이다. 김혜수로 인해 떨어져 나갔던 '드라마 장희빈심'을 송일국과 박예진이 다시 회복시켜 준 셈이다.

당시에 확실한 주연급까지는 아니었던 송일국은 2003년 K사 <장희빈>에서 김춘택 역으로 나올 때 변복한 '삿갓 차림'으로 많이 나왔었는데, '캐릭터'도 '비주얼'도 너무 멋져 보였다. 그 후 송일국은 <애정의 조건> <해신> <주몽> 등으로 더 많은 인기를 누렸고 주연급으로 성장했지만, 난 아직까지도 <장희빈>에서 '김춘택으로 분한 송일국'이야말로 가장 멋졌다고 기억하고 있다.


중반 무렵부터 스토리가 갑자기 재미있어진 데에는 폐위된 인현왕후(박선영)를 복권시키려는 김춘택(송일국) & 최무수리(박예진) 등 새로운 인물의 활약도 있었지만, 집필자가 바뀐 영향도 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약간의 의혹이 생겨난다. 원래 이 극을 쓰던 작가가 건강 상의 이유로 중도 하차한 뒤 강 모라는 신인 작가(?)가 투입되었는데, 그 이름은 가짜이고 알고 보면 신봉승 작가가 해당 드라마를 집필하고 있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기 때문이다.


'신봉승' 하면 <조선왕조 500년>을 집필한 우리 나라 사극계의 거장이다. 이 작가분은 역사적 지식도 상당하다. 당시엔 '에잇, 설마~' 했었다. 하지만 2002~2003년 K사 <장희빈> 후반부 스토리를 볼 때마다 '저 대사는 인생이 묻어나는 굉장히 깊이 있는 대사가 아닌가-', '(정교함은 좀 떨어지는 것 같지만) 이 정도 짜임새면 상당히 내공이 깊은 대본일 것 같은데~?'란 생각이 자주 들었기에, 어디서 들은 그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비교적 최근(2008~2009년 쯤)에 '인터넷 검색' 하다가 우연히 그것에 관한 문제 제기가 된 게시판을 발견한 적이 있다.

어떤 시청자가 신봉승 작가가 쓴 <인현왕후('조선왕조 500년' 시리즈 중 하나)> 대본과 강 모 작가로 교체된 <장희빈> 대본이 무척 비슷함을 지적하면서, 작가가 동일하거나 표절이 아니냐고 질문했던 것 같다. 그 때 신봉승 작가가 '<장희빈>에 투입된 강작가는 본인의 제자이고, 그래서 예전에 쓴 대본 자료를 참고해도 좋다고 허락했다'며.. 그런 식으로 대답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어느 쪽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2003년에 했던 K사 <장희빈>에 사극계의 거장인 신봉승의 향기가 배어있는 것만은 사실이다.(어쩐지.. 대사도 내공 있고, 극 초반부에 비해 중/후반부 스토리가 좀 괜찮다 싶더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버전 <장희빈>의 최종회 마지막 장면에 나온 '죽은 뒤, 하늘에서 웃고 있는 소복 장희빈(김혜수)의 우스꽝스럽고 촌스러운 CG 설정'은 아직까지도 용서가 안된다. ;;(작년에 끝난 S사의 일일극 <아내의 유혹> 엔딩 장면도 이 버전 <장희빈> 결말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하다. 마지막에 신애리(김서형)와 정교빈(변우민) 등 악당들이 죽은 뒤, 하얀 옷 입고 하늘에서 웃고 있던 그 CG 장면~)

극이 끝날 때까지 '주연 배우 미스 캐스팅 논란'이 있었던 '초반부 스토리 지지부진했던 장편 사극'이 조연들의 호연만으로 뒷심을 발휘하긴 힘들었을텐데, 역시나 뒤로 갈수록 괜찮은 시청률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K사 <장희빈>엔 관록 있는 작가가 투입된 저런 사연이 있었나 보다. 하지만 그 달콤한 열매는 결국 타이틀 롤인 김혜수가 가져가게 되었다. 딱히 크게 히트한 드라마가 없었던 그 해에, <장희빈> 후반부 스토리의 선전(시청률 상승)으로 인해 논란의 주인공인 김혜수가 연말 <연기 대상>의 '대상'을 거머쥐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 드라마에서 '연기를 훨씬 더 잘한 다른 연기자들'도 많았었는데, 그들은 해당 시상식에서 별로 빛을 보지 못한 듯하여 개인적으로 그 시상식에 대해 유감이 많다.

드라마 <장희빈> 시청률의 후반부 선전(이건 작가의 공이며, 중반부 이후 뉴 페이스 등장으로 시청률이 상승한 것 같은데..)과 김혜수 이름값과 100부작 드라마의 '타이틀 롤'이란 이유 때문에 연기 논란, 미스 캐스팅 논란이 있었던 그녀에게 무려 '대상'이나 안겨준 게 아닐까 한다. 극 초반엔 대사 치는 게 심히 난감한 수준이었지만 '100부작 장편'이었던 탓에 후반부로 갈수록 김혜수의 연기력이 앞부분에 비해 좀 괜찮아진 것도 있고, 결말부엔 장희빈(김혜수)이 '에너지 소모를 많이 요하는 연기'를 해야 했던.. 그런 것에 대한 '노고 치하' 차원도 좀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 때 당시 해당 드라마 게시판에 '역사 관련 지식'도 종종 올라오고 해서 자주 갔었는데, 이 '김혜수 장희빈'에 대한 미스 캐스팅 논란과 불만스런 시청자 의견은 극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졌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지금도 역대 장희빈(이미숙, 전인화, 정선경, 김혜수, 이소연 등..)에 대한 평가 중에 이 '김혜수 장희빈'에 대한 평가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그냥 연기자 김혜수가 소원을 이뤘다는 것(본인이 평소에 하고 싶어했던 역할을 연기하게 된 것)에 의의를 둬야할 듯...


오래 전.. 1999년의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란 드라마가 끝난 직후에 우연히 김혜수의 어떤 인터뷰텍스트를 보게 되었는데, 그 때 김혜수가 꼭 하고 싶어하는 역할이 '장희빈'이란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당시엔 '정말 안 어울리는데~ 설마? 그냥 희망 사항일 뿐이겠지..'라고 생각했었건만, 그 설마가 사람을 잡게 될 줄은 몰랐다. 그 후 몇 년의 세월이 흘러 K사에서 장편 사극 <장희빈>을 기획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고, 그 시점에서의 몇몇 주연급 여배우들에게 '장희빈 역' 제의가 갔으나 죄다 거절해서 '캐스팅이 쉽지 않다'는 내용을 보았다. 안 그래도 정통 사극은 힘든데, 무려 100부에 해당하는 장편 사극이어서 좀처럼 그 역을 하겠다고 나선 주연급 여배우들이 없었던 탓이다.

그 때 당시 '장희빈 역에 딱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던 2~3명의 여배우'가 있었는데, 그 배우에게도 장희빈 역 제의가 갔으나 결국 거절했다고 한다. 그 여배우들이 만일 '장희빈' 역을 했다면 대한 민국 시청자들은 훨씬 더 최적화된 <장희빈>을 볼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그들이 <장희빈>을 했다면, 김혜수가 아닌 그 여배우들 중 한 명이 연말에 K사 <연기 대상>에서 '대상'을 받았을 터~)

그렇게 여러 여배우들이 '장편 사극'인 것에 몸을 사리고 죄다 거절한 가운데, 원래부터 장희빈을 연기하고 싶어했던 김혜수만이 그 역할에 의욕을 보여서 '장희빈' 역으로 최종 낙점되었다고 알고 있다. 좀 웃기긴 하지만, 당시의 '보도 자료'엔 김혜수가 체력이 좋은 편이어서 100부작 사극도 끄떡 없다는 그런 내용도 끼어 있었다. 배우가 '장편 사극의 주인공'으로 출연하려면, 역시 '체력'이 좋아야 하나 보다..;;

그 드라마를 찍기 몇 년 전부터 이미 '장희빈을 연기해 보는 게 희망 사항'이었던 김혜수는 결국 소원 성취해서 좋았을지 몰라도, 극을 지켜본 입장에서 '김혜수표 장희빈'에 대한 기억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다른 드라마에서 나름 어울리는 역할을 했을 때의 김혜수는 좋게 느껴졌을 때도 있었지만, '장희빈을 연기한 김혜수'는 볼 때마다 영 압박스럽기만 했던... 나에게 2002~2003년 K사 <장희빈>은 <'숙종(전광렬) & 인현왕후(박선영)의 훌륭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장희빈(김혜수)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여 중간에 '시청을 거부'했다가, '바뀐 작가의 선전과 김춘택(송일국) & 최숙빈(박예진)의 활약'으로 극이 한결 재미있어진 뒤로 '다시 선택'해서 끝까지 본 드라마~>로 기억된다..


역대 '장희빈 관련 드라마'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캐스팅은 '정선경의 장희빈(S사 <장희빈>), 박선영의 인현왕후(K사 <장희빈>), 임호의 숙종(S사 <장희빈>), 견미리의 최무수리=최숙빈(M사 <인현왕후>)'이었다... S사 <장희빈>을 통해 당시 신인 배우였던 임호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 배우의 분위기는 '사극'에 정말 잘 어울리는 데다가 그 때만 해도 젊은 나이였던 임호가 완전 샤방샤방해 보여서.. 역대 숙종 임금들 중에 극을 보면서 가장 많이 설레어 본 숙종이다.(임호는 M사의 예전 드라마 <대왕의 길>에서 '사도 세자'로 나왔을 때에도 연기력, 마스크 무척 좋아 보였다.)

어떤 이들의 말에 의하면 최무수리(영조의 생모인 숙빈 최씨-본명은 '복순'이라 알려져 있고, 현재 M사 드라마 안에선 '동이'란 이름으로 나옴~)가 꽤 투박하게 생기고 외모는 '영 아니올시다'란 말도 있던데, 드라마엔 어차피 '픽션적 요소'가 좀 들어가고 '최숙빈에 대한 현존 기록'이 그리 많은 건 아니기에 꾸며진 극을 통해 '준수한 외모의 캐릭터'로 설정해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다.

그 기준에서 본다면, 젊은 시절에 완전 인형같이 예뻤던 견미리의 '최숙빈(최무수리)'은 서서히 장희빈(이 때는 희빈이 아니라 중전)에게 싫증내어 가던 숙종이 꽂혔다고 하기에 가장 설득력 있는 캐스팅이었다. 정선경의 장희빈은 약간 색기 있어 보이는 '외모' 뿐 아니라 표독스러운 듯 독특하고 개성 있는 '목소리'까지 장희빈 역에 너무 잘 어울려 보여서 인상적이었고, 박선영의 경우엔 적절하게 어울리는 사극톤 '분위기'와 차분하면서 강단 있어 뵈는 '연기력' 모두 마음에 든 인현왕후였다. 그 외, 송일국 김춘택의 경우에도 2003년 K사 <장희빈> 방영 당시 무척 큰 매력을 느꼈던 캐릭터이다.

'최숙빈 주연의 또 다른 장희빈 이야기'인 최근의 월화 드라마 <동이>에서, 제일 눈에 띄는 건 캐릭터 성격이 확연하게 대폭 바뀐 깨방정 숙종의 지진희이다. 다른 등장 인물의 성격도 많이 바뀌긴 했으나, 현재로선 '기본 비주얼+연기 느낌+풍기는 분위기+캐릭터 특징' 다 포함해서 '지진희 숙종' 캐릭터의 임팩트가 제일 크게 와닿는 느낌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분량이 남아있으니, <동이>에 나오는 다른 인물들도 '기존의 드라마에 많이 나왔던 동일 캐릭터들'에 대해 또 다른 미덕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이번 '새로운 장희빈 스토리'에서도 유난히 마음에 들어오는 캐릭터(배우)들을 볼 수 있었으면...


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