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회 분량만을 남겨놓고 있는 수목 드라마 <추노>는 10회 이후부턴 극 전개 면에서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에 방송된 21~22회만 보더라도, 22회분에선 다시 흥미를 느끼긴 했지만 <추노> 21회 내용은 어딘지 성의 없게 느껴지는 내용이었다.

- 뒤죽박죽, 갈팡질팡의 옴니버스(?) 드라마 <추노> 21 브리핑 -
부제 : 무사와 궁녀의 <사랑과 영혼> or <여자 노비 팔자 뒤웅박 팔자 1>

남자 주인공 : 곽한섬(조진웅) / 여자 주인공 : 초복이(민지아) / 특별 출연 : 장필순(사현진)

중요한 조연들 : 이경식(김응수), 조선비(최덕문), 업복이(공형진), 설화(김하은)
자잘한 조연들 : 송태하(오지호), 이대길(장혁), 황철웅(이종혁), 언년이(이다해), 기타..

- 뒤죽박죽, 갈팡질팡의 옴니버스(?) 드라마 <추노> 22 브리핑 -
메인 플롯 부제 : <개혁 노비의 눈물> or <담벼락 아래서 울었다> / 장르 : 액션 멜로
서브 플롯 부제 : <내 여자의 남자> or <한양 가는 길에 생긴 일> / 장르 : 버디 무비
22회 외전 : <나는 조선의 국모-여자 노비 팔자 뒤웅박 팔자 2> / 장르 : 판타지 동화

메인 플롯 주인공 : 업복이(공형진), 초복이(민지아) / 조연 : 노비당 그분(박기웅), 기타..
서브 플롯 주인공 : 송태하(오지호), 이대길(장혁) / 조연 : 황철웅(이종혁), 기타..
22회 외전 주인공 : 언년이(이다해) / 조연 : 용골대 부하(정은우), 세손(김진우), 기타..

드라마 <추노>에는 등장 인물이 굉장히 많은 편이다. 아무리 등장 인물이 많은 극이라 할지라도, 어느 드라마에서든 '극의 핵심 스토리를 담당하는 주인공'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학교 체육 시간으로 비유하자면 줄 설 때 '기준' 내지는 무리들을 이끌고 가는 '주장'인 셈이다. '극의 전반적인 정서' 면에서 TV 연속극은 해당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그것을 일관성 있게 끌고 가야 한다. 그런데, 이 드라마 <추노>에선 어느 순간 그 '중심축'이 무너져 버렸다는 생각이다. 

언년이=극 안에서, 인간적으로 고뇌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 얼굴 마담 캐릭터?

극의 굵직한 사건의 중심 인물 격인 송태하(오지호) 캐릭터는 언젠가부터 중심도 없이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황당한 궤변이나 늘어놓는 무매력 캐릭터로 전락했고, 여주인공인 혜원=언년이(이다해)는 나름 '복잡한 사연의 주인공'이면서도 일개 조연인 초복이(민지아)보다 더
인간적고뇌 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선 맨날 공자같은 말만 하며 미소나 짓는 '꿔다 놓은 인형 캐릭터'에 다름 아닌 것이다.


물론 22회에서의 내용을 통해 송태하(오지호)에게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긴 했으나, '해당 캐릭터의 중심과 존재감'이 흐르는 이야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발산되는 것이 아니라 '긴 방학동안 내내 게으름 피우다가 뒤늦게서야 밀린 숙제하듯 대사를 통해 후다닥 처리된 감'이 없지않아 있다. 일종의 주입식 교육 or 극을 지켜보는 이들을 향해 억지 춘향 식으로 세뇌를 하듯이 말이다..

<추노>의 혜원=언년이(이다해)는 이 극의 메인 여주인공이고, 여성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남자 캐릭터보다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텐데, 극 후반부가 되도록 이 캐릭터에 대한 인물 묘사 상당히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안겨주고 있다. '극의 논리' 안에서 이 언년이란 인물이 어떤 행동을 하고 반응을 보이는 데 대한 '과정'이 있어야 되는데, 이 인물에겐 그 과정이 다 생략된 채 '결과'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두, 시청자들이 도저히 이 캐릭터의 감정선을 따라잡거나 납득할 수 없는 상당히 비약적이고 뜬금없는 결과만이 존재한다. 드라마 <추노>에 나오는 이 여주인공 캐릭터는 '갈수록 완성되어 가는 인물'이 아니라, '갈수록 널을 뛰는 캐릭터'에 가깝다.


드라마 <추노> 21회, 못다 한 핵심 스토리..
<사랑과 영혼> or <이젠 사랑해도 될까요?>


이 극의 제 1 주인공인 이대길(장혁)의 경우엔, 최근 들어 포지션이 굉장히 애매해졌다. 사실.. 그는 애초에 송태하(오지호)처럼 왕족 세력을 기반으로 한 굵직한 사건에 엮여 있다거나 개혁을 꿈꾸던 인물도 아니었고, 거사를 앞둔 업복이(공형진)와 같은 노비당 일원도 아니며, 단순히 최장군(한정수) & 왕손이(김지석)와 함께 도망 노비를 쫓던 추노꾼일 뿐이었다.

극 중반부 이후의 스토리에 접어들면서, 그 셋은 '추노꾼' 일을 관두게 되었다. 또한, 대길이 추노꾼이 된 계기 & 그 긴 여정의 목표가 되었던 언년이(이다해)와의 만남도 이뤄졌다.
'캐릭터 운용'의 차원에서, 추노질을 관둔 상태(중반부 이후)의 대길(장혁) 캐릭터가 그나마 이 이야기 구조 안에서 효과적으로 쓰일 만한 곳이 '여주인공 언년이와의 10년 걸친 가혹한 사연 푸는 일'인데, 드라마 <추노>에선 극의 후반부에 다다르도록 그것에 대한 마땅한 '풀이 과정'을 회피하고 있다.

갈 곳 잃은 대길이 : 내가, 송태하 시다바리가..? 인생 참 지랄맞다~

앞서서도 이야기했듯, 이 드라마의 언년이(이다해)란 인물에겐 조연 캐릭터의 반의 반 만큼도
고뇌할 시간 주어지지 않는데다가 두 주인공 간의 관계를 풀어가는 이야기가 생략 or 회피되어진 탓에, 졸지에 <추노>의 메인 주인공인 대길(장혁) 캐릭터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어 버렸고, '당췌 반응 없는 마네킹 앞에다 대고 저 혼자 절절한 삽질 멜로 드라마 찍고 있는
(캐릭터 운용 차원에서) 무척 뻘쭘한 남자 주인공~'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것은 극 중간에 여주인공 언년이(이다해)가 일찌감치 송태하(오지호)와 결혼을 해 버린 것과는 차원이 좀 다른 문제이다. 전에 어떤 파워 블로거가 지적한 것처럼 이 극 안에서 여주인공이 서브 남주와 그렇게 일찍 결혼을 안하는 설정이었다면 '해당 드라마특성과 더 부합하는 센스 있는 설정'이 되었겠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해서 '두 남녀 주인공의 지난 사연, 그것에서 오는 복잡한 관계'를 풀어갈 수 없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허준>이나 <상도>같은 사극만 봐도 '메인 남자 주인공은 진작에 서브 여주인공이랑 결혼'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이후의 스토리에서 어느 한 쪽 주인공의 캐릭터적 존재감 사라지거나 메인 남자 주인공메인 여주인공 관계 & 서로에 대한 존중 or 애틋함 & 인간적고뇌 등이 극 전개 차원에서 <추노>의 경우처럼 허술하게 다뤄지지는 않았다.

[ 드라마 <추노>에서 '메인 남자 주인공과의 깊은 사연 있는 메인 여주인공'을 진작에 '서브 남자 주인공 혼인시켜 버린 것'은 절대 신선하고 새로운 설정이 아니다-(나이 든 가정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아침 드라마'에나 많이 나올 법한 설정인데다, '밤 시간대 옛날 드라마'에서도 이미 다른 작가들이 개쳑하여 빈번하게 나온 바 있는 구닥다리 설정이었다.) 무엇보다.. <추노> 속 그것은 해당 드라마의 주된 성격이나 특징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여 이 극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해침과 동시에, '완결도 높고 일관성 있는 극 전개와 향후 이야기에 대한 효과적인 해법'을 방해하는 센스 없는 설정이었을 뿐~ ]

최고의 장수, 지략 따위~ '내 마음 나도 몰라' : 갈팡질팡, 왔다갔다 송태하..

그리하여, 캐릭터 운용 차원에서 별로 할 일 없어진 드라마 <추노>의 제 1 주인공 대길(장혁)은 최근 들어선 서브 남주인 송태하(오지호)의 시다바리(or 보디 가드) 노릇이나 하고 있으니... 그렇다고 이 서브 남주 캐릭터가 완전 멋있다거나 그의 대의가 모든 시청자들에게 뚜렷하게 감정 이입될 만한 요소가 있으면 또 모를까, 이 드라마 속 태하 캐릭터는 전혀 그렇지도 못한 상태이다.

주인공들이 나서서 "조연 캐릭터만 섬세하게 그려지는 더러운 세상~"이라 외쳐대도 별 할 말 없는 드라마 <추노>에서 언년이(이다해) 캐릭터가 조연 여성 캐릭터보다 더 불친절하게 묘사되는 '얼굴 마담 캐릭터'인 것처럼, 가끔 가다 개그나 치고 긴박한 상황에서 멍 때리고 있거나 뜬구름 잡는 선문답이나 하고 있는 '요상한 혁명 세력의 수장=무늬만 장군 송태하(오지호)' 역시 '비주얼 담당 캐릭터'에 가깝다.

혼자 고군분투하며 내 한몸 불살라도, 해당 드라마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작가와 감독이 당췌 도움을 주지 않는 대길(장혁) 캐릭터는 말할 것도 없다. 핵심 인물들이 중심을 못 잡고 있으니 극 자체가 이리저리 목적지 없이 부유해 가는 듯 가볍고 허망해지고 있으며, 극 전개가 너무 방만한 탓에 전달하려는 메시지 또한 대중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어필되지 못하고 있다. 보통.. 이런 류의 드라마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률이 점점 올라가는 반면, 드라마 <추노>는 극 후반부로 갈수록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지거나 시청률이 극 초반 수준으로 와르르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획 단계보다 분량이 늘어난 탓에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를 충분히 개연성 있게 펼쳐낼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10회 이후론 내내 '생뚱맞은 비약'과 '논리 맞지 않는 해법'을 일관해 온 채 주요 캐릭터들의 관계나 감정선에 대한 촘촘한 인물 묘사 소홀했던 드라마 <추노>가 남은 2회에서라도 더 이상 망가지지 않기를 바란다. 어차피 탄탄한 극 전개나 완성도하곤 거리가 멀어진 드라마이지만, '끝 마무리라도 그럴듯하게 잘 하는 것'이 이제껏 열심히 성원하면서 봐준 시청자들을 향한 예의가 아닐까 한다..

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