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뮤지컬

브루노, 로미오와 콰지모도의 '대성당의 시대'

타라 2010. 3. 8. 01:07
봄밤이다. 아직은 날씨가 좀 쌀쌀하긴 하지만, 2월 초반의 입춘이 지나고 나서부턴 간간히 봄 기운이 느껴지고 있다. 이맘 때쯤이 되면 항상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 나오는 '대성당의 시대'.. 원래 '뮤지컬' 자체를 안 좋아하던 나를 뮤지컬의 세계로 확 이끌어 준 마법 같은 곡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도 나는 뮤지컬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 안에 나오는 '음악(노래)'이 좀 좋은 특정 작품만 선호할 따름이다.


우리 나라에서 <노트르담 드 파리> 라이센스 공연을 만들면서 해당 멜로디에 음절수를 맞추기 위해 번안을 좀 이상하게 해서 한국판에선 '대성당들의 시대'라 알려져 있지만, 프랑스 뮤지컬 <Notre-Dame de Paris>에 나오는 첫 곡 'Le Temps des Cathedrales'는 원래 (복수 '대성당들..'이 아닌) 그냥 '대성당의 시대'이다. 복수로 표기되어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대성당'은 일종의 '종교'를 대변하는 단어이다. '종교의 시대', 즉 '신 중심의 시대'에서 '인간 중심의 시대'로 넘어 간다는 상징적인 의미인 것이다..


최근.. 은혜로운 Y 사이트에서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의 주인공 다미앙 사르그와 <노트르담 드 파리(Notre-Dame de Paris)>의 히어로인 가루(갸후)가 함께 몇 소절 부르는 '대성당의 시대'를 발견하고선 너무 반가운 마음에 울컥했던 적이 있다.(아.. 이 뮤지컬에 관련하여 최고의 로미오, 최고의 콰지모도~)


다미앙 사르그(로미오) & 가루(콰지모도) - 짧은 '대성당의 시대'


다미앙 사르그(Damien Sargue)의 경우엔 '로미오' 역 하기 이전에 원래 NDP의 '그랭구와르' 출신이었던 터라 역시 '대성당의 시대'를 잘 부르고, '콰지모도' 역을 하던 갸후(Garou)가 부르는 '대성당...'은 어딘지 어색하다.(갸후에겐 역시 NDP에 나오는 '콰지모도' 노래가 딱이다~)


제라르의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에서의 만년 '로미오'인 다미앙 사르그는 그 작품 이전에 <노트르담 드 파리>의 원조 시인 브루노 펠티에가 '그랭구와르' 역 할 때 같이 더블 캐스트로 무대에 섰던 배우로, 나름 초연 그랭구와르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배우의 음색과 '대성당의 시대'란 곡과의 씽크로율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원작도 나름 훌륭하지만 개인적으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보다는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이 재해석한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 드 파리>보다 뤽 플라몽동(Luc Plamondon)이 재해석한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원작 소설과는 또 다른 미덕이 있다고나 할까-


원조 그랭구와르, 브루노 펠티에(Bruno Pelletier) - '대성당의 시대'


커튼콜 때 '앵콜송으로 부르는 단 한 곡'을 주인공인 콰지모도도, 에스메랄다도, 프롤로의 곡도 아닌 그랭구아르의 '대성당의 시대'를 부를 만큼 이 노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대표하는 곡이라 할 수 있는데, 이 곡을 논함에 있어 NDP 공연의 오리지널 초연(1998년) 그랭구와르인 '브루노 펠티에(Bruno Pelletier)'를 빼놓을 수가 없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뮤지컬'이란 장르에 대해 1g의 관심도 없었던 나를 그 쪽 세계로 인도해 준 마성의 배우이기도 하다.


노래할 때, 목의 핏대가 인상적인 아름다운 시인..


그 이후.. 많은 나라의 수많은 배우들이 이 곡을 불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곡의 임자는 브루노 펠티에인 것 같다. 1998년 공연 실황을 담은 <노트르담 드 파리> DVD에서 라이브로 이 곡을 소화한 브루노 버전 '대성당의 시대'가 듣기엔 제일 좋다. 브뤼노 펠티에는 기본 가창력이 좋은 데다가, 이 곡을 소화하는 풍이 플라몽동이 해 놓은 '장면 설정'이나 '곡 해석' 하고도 잘 어울리는 분위기이고, 연기력 또한 출중한 배우이다.


난, 이 작품을 거쳐 간 다른 수많은 '그랭구와르' 역의 배우들 다 합쳐도 '초연 DVD 공연 실황 버전의 브루노 그랭구와르' 한 명이랑 바꾸고 싶지가 않다.(러시아의 한 명 빼고~ 전세계에서 <대성당의 시대>를 유일하게 '음유 시인'처럼 소화했던 우리 '사샤', 국에도 왔다 갔었지. 이젠 '그랭구와르' 역 안하는 최근까지도 개인 콘서트장에서 그가 부른 <대성당의 시대>에선 '음유 시인' 느낌이 물씬~ '서정성'과 특유의 '음유 시인스러운 음색 & 창법' 면에선 러시아의 사샤가 프랑스 공연 브루노보다 조금 앞선다. '성량'이나 '가창력'은 브루노가 앞서고...)


몇 년 전부터 우리 나라 배우들로 구성된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어 버전도 탄생했지만, '불어 특유의 아름다움' 때문인지 개인적으로 오리지널 프랑스 멤버들이 공연한 <노트르담 드 파리>가 좀 더 마음에 든다. 같은 작품임에도, 불리워지는 '언어'에 따라서 그 느낌이 참 많이 다르더라는... 이 뮤지컬은 대사 치는 부분 없이 모든 장면이 '노래'로만 이뤄지는 송 쓰루 뮤지컬이어서 더더욱 그런 것 같다. 


우리 나라 배우들이 연기한 한국판 라이센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작년엔가 중국으로 진출한다는 얘기가 있었으나,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니 무산된 것 같다. 판권 계약 기간도 다 되었는지, 한국에서의 NDP 공연 자체도 끝난 분위기이다. 어쨌든 언어를 불문하고 한국 관객들에겐 참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니, 언젠가는 다시 무대에 오르지 않을까 싶다.



봄이 되니까 어쩐지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 나오는 '대성당의 시대', 그것두 브루노 펠티에가 부른 오리지널 불어 버전의 '대성당의 시대(Le Temps des Cathedrales)'가 참 많이 생각난다. 아름다운 기타 선율에 맞춰서 조근조근, 울렁울렁 이야기를 하듯 시작해서 격정적으로 끝내는 브루노 펠티에의 서정적인 샹송 분위기의 이 곡은 이 맘 때쯤 들으면 딱 좋은 노래인 것 같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