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or 본심 잡담 2010.02.16 21:37

우리의 가장 큰 명절, 구정이 지났다. 음력으로 1월 1일 '설날'에 해당하는 날이다. 그 날은 이 땅의 많은 며느리들, 어머님, 딸들이 고생하는 날이기도 하다. 무리의 식구들 & 친척들을 먹이기 위해 갖가지 음식을 준비해야 하므로... 먹고 나선 엄청나게 많은 양의 설거지도 해야 하고, 아침 먹고 돌아서면 또 점심 준비도 해야 하고, 술상도 봐야 하고, 간식도 먹어야 하고.. 이래저래 일이 많은 날이다.

개인적으로, 명절 때 먹는 음식이나 제사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달기만 한 한과, 유과, 강정류도 그닥 선호하지 않고... 명절 때 고생해서 만드는 음식은 많지만, 막상 땡기는 음식은 거의 없는 관계로 '명절이 지나고 나서 먹는 평범한 음식'들을 통해 미묘한 해방감(?)을 느낄 때가 많다. 

Kimchi 김치
Kimchi 김치 by minwoo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오늘도 잘 구워진 김, 김치와 같은 소박한 반찬과 밥을 먹으며 나름의 행복감을 누렸다. 헌데, 이 '김치'도 김치 나름인데.. 친척분 중에 김치를 굉장히 잘 담그시는 분이 존재한다.(김장 김치의 달인~) 오래 전에 맛보고 통 그 맛을 느껴보지 못했는데, 최근에 그 집에서 김치를 좀 얻어 왔다. 그래서 요즘 그 '환상적인 김치의 맛'을 찬양하며, 밥 먹을 때마다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주변에 김치는 흔한 편이지만, 그 '맛'의 차원에서 김치를 정말 잘 담그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최근에 얻어 온 그 집에선 '김치 담글 때' 배추도 좋은 걸 쓰고 별의 별 귀한 걸 다 갈아서 넣는다고 하는데, 확실히 맛이 다르다. 그 김치를 맛본 다른 사람들도 모두 찬양하는 분위기~ 그런데, 얻어 온 그 김치의 양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슬프다. ;; 요즘 사람들은 사 먹는 김치도 많이 선호하는 편이고, 판매용 김치 중에도 잘 찾아보면 맛이 괜찮은 김치들이 있다. 하지만 막상 시간이 흐르고 김치가 삭았을 때를 비교해 보면, 사 먹는 김치는 집에서 담근 김치에 비해 그 '시간 경과 후'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듯하다.(재료를 사용함에 있어, 뭔가 다른 부분이 확실하게 있는 듯...)

이번 구정에도 갖가지 진수성찬(?)을 대할 수 있었지만, 그 명절 음식의 홍수 속에서 난 이상하게 얼큰하게 잘 끓여진 '라면'이 급작스럽게 땡기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엔 라면을 좋아했었지만 크고 나선 라면에 대한 선호도가 좀 시큰둥해졌는데, 그 와중에 한 번씩 '잊을 만하면 생각나는 것'이 그 라면이기도 하다.



지지난 주에 방영된 금요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에서 에필로그로 '촬영 팀의 뒷이야기'가 공개되었고, 그 때 입맛에 맞지 않는 아마존 일대 현지 음식을 먹다가 '한국에서 가져 간 라면'을 끓여 먹던 촬영 팀원들이 "라면은 노벨 평화상 감이다~"라고 말했었는데, 그 말에 무척 공감되는 기분이다. 한 번씩, 다른 음식들을 먹고 지내다가 '문득문득 생각 나는 그 라면 맛'의 오묘함이란~

내가 이번 구정이 지나고 난 뒤에 제일 먼저 한 일이 바로 '라면을 끓여 먹는 일'이었다. 그것보다 더 귀한 명절 음식을 맛볼 수 있었음에도, 왜 그 명절 내내 뜬금없이 영양가도 없는 라면 생각이 간절하게 났던 것인지..! 구체적으로 누가 개발했는지 확실하게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가끔 어떤 이들에게 야릇한 행복감을 안겨 주기도 하는 인스턴트 식품 '라면'은 정말 미스테리하면서도 판타스틱한 존재가 아닐까 한다..

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