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토크

뮤지컬 '살인마 잭'-'이 도시가 싫어' 원곡

타라 2010. 1. 19. 16:47
안재욱, 유준상, 엄기준, 김원준, 김무열, 신성록 등 나름 호화로운 캐스팅을 자랑하는 뮤지컬 <살인마 잭>...을 다 보고 나면 가장 강렬하게 남는 건, 그 키워드는 "이 도시가 싫어~"이다. 

대중들을 향한 인지도 면에선 유명 연예인 출신 배우들에 비해 밀릴지 몰라도 '뮤지컬은 역시 전문 뮤지컬 배우가 하는 게 진리~'인 것인지, 정작 이 공연을 보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배우는 <민영기(앤더슨)-백민정(폴리)-김법래(먼로)> 라인이었다. 연기 수준도 괜찮았고, 일단 '노래'를 깨작거리면서 부르지 않아서 좋았던...


이 뮤지컬은 같은 '체코 뮤지컬' 라이센스 버전인 <삼총사> 제작진이 만들었다. <삼총사> 때처럼 그렇게 강렬하게 땡기진 않았지만 한 번 쯤은 봐야되지 않을까 싶어서 보고 왔는데, 개인적으론 <살인마 잭> 보다는
(이야기가) 한없이 가볍긴 해도 <삼총사>를 조금 더 괜찮게 보았다. 하지만 <살인마 잭>도 나름의 미덕은 있었다.

뮤지컬 <살인마 잭>의 전반적인 편곡 수준이나 댄서들이 선보인 군무, 무대 장치 등의 때깔은 꽤 괜찮아 보였다. 그리고, 나름 재미도 있었다.(적어도 1막 때까지는...) 허나 2막에서 펼쳐진 '마무리 이야기'가 많이 실망스러워서였는지, 막상 <살인마 잭> 2막을 보고 나니 (어차피 진부하긴 마찬가지이지만) <삼총사> 스토리의 '각색'이 그나마 나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어로 각색된 체코 뮤지컬 <살인마 잭> 라이센스 공연엔 나름의 반전(?)이 있는데, 별로 반전스럽지가 않다. 미리 반전에 대한 스포를 알고 가도 극을 감상하는 데 별 지장 없을 정도의 반전이며, 사람에 따라선 충분히 예측 가능한 반전이기도 하고, 오히려 반전인지 모르고 갔다가 극 안에서 '실은 이게 반전이었어요~' 하니까 좀 짜증 나는 분위기의 반전이었던...;; 이 뮤지컬 <살인마 잭>의 2막 스토리 자체가 '<지킬 앤 하이드> 짝퉁'스러운 내용인데, 그 감흥에 있어선 <지킬 앤 하이드>의 반의 반의 반도 못미치는 그런 내용이었다.

본 지 너무 오래 돼서 내용 자체가 좀 가물가물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똑같이 '19세기 영국의 유명한 살인마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에 관한 소재를 다룬 조니 뎁 주연의 영화 <프롬 헬(From hell)> 스토리가 뮤지컬 <살인마 잭> 이야기 보다는 조금 더 매력적이지 않았나 싶다. 어차피 체코 뮤지컬의 경우엔 해당 공연을 우리 말로 각색해서 올릴 경우 '곡 배치나 전반적인 스토리'를 체코 원 버전이랑 똑같이 안해도 되는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한 공연'인데, 라이센스 뮤지컬 <살인마 잭>의 스토리를 지금과는 조금 다르게 각색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캐스팅이나 공연 내용에 관한 자세한 후기는 다음에 올리기로 하고.. 2시간의 시간적 한계와 표현 수단에 있어 공간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뮤지컬'은 아무리 날고 뛰어도 표현 영역이 보다 자유로운 '드라마'나 '소설'의 치밀하고 방대한 스토리에는 못 따라가기에, 모름지기 '뮤지컬'에선 적정 수준의 볼거리가 있거나 듣기 좋은 노래(뮤지컬 넘버)들이 많이 배치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짜임새 있는 극 구성이나 앞뒤 내용에 관한 개연성 있는 전개는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는 것이고...

체코 뮤지컬을 가져와서 만든 뮤지컬 <살인마 잭> 라이센스 공연을 보니, 그렇게 귀에 확 들어오는 좋은 넘버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살인마 잭>에 나오는 노래들을 현장에서 들으니, 전반적으로 딱히 좋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듣기에 지루하게 느껴지는 곡도 없었다는 것-) 같은 체코권 작품이지만, 나름 '듣기 좋고 특징 있는 곡'들은 <삼총사> 쪽에 조금 더 많이 포진되어 있는 듯하다.


라이선스 공연 <살인마 잭>에 나오는 넘버들 중 처음 듣고 와서 제일 기억에 남고 듣기 좋았다 생각되는 곡은 극 중에서 사건을 수사하는 앤더슨 형사(유준상, 민영기)가 부르는 '이 도시가 싫어~'인데, 이 노래가 한국판 <살인마 잭> 예고편에도 쓰이는 걸 보면 이 뮤지컬을 대표하는 넘버가 아닌가 싶다.

그 외.. 이 극 속에서의 글로리아가 1막에서 부르는 솔로곡 중 한 곡(커트콜에서도 잠깐 소개되는 곡..)과 다니엘이 1막에서 부르는 한 곡의 전주 부분이 좀 좋았을 뿐, 이 뮤지컬에 나오는 나머지 곡들은 별 특징 없게 느껴지는 그저 그런 노래들처럼 들렸다. 

뮤지컬 <살인마 잭>의 대표 넘버라 할 수 있는 앤더슨 형사의 '이 도시가 싫어~'송은 꽤 듣기 좋다 생각되는데, 이 작품이 원래 '체코 뮤지컬'이었던 것을 라이센스 공연으로 만든 것이다 보니 원곡이 있는 노래이다.

Elan - Voda co ma drzi nad vodou
('이 도시가 싫어' 원곡/뮤지컬 <살인마 잭>)

우리 말로 부르는 '이 도시가 싫어'도 좋지만, 이 곡에 대한 오리지널 체코어 'Voda co ma drzi nad vodou'도 꽤나 중독성 있는 매력적인 노래이다. 뮤지컬 <살인마 잭> 국내 버전 예고편에는 이 곡의 영어 버전 'Water of love'가 사용되었다. 이 공연 <살인마 잭> 스토리 안에선 사건을 수사하던 앤더슨 형사가 '무분별한 연쇄 살인이 일어나는 그 도시가 몸서리 쳐지도록 싫다~'는 의미로 부르는 곡인데, 어째 원곡의 멜로디 자체는 감미롭기까지 한 분위기의 노래인 듯하다.

'이 도시가 싫어~'의 체코 원곡 'Voda co ma drzi nad vodou'에서 제일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대목은 '곡 중/후반부에 나오는 전자 기타 연주의 간주' 부분인데, 한국어 버전에선 해당 장면의 분위기에 맞게끔.. 또 무대 공연에 맞도록 좀 색다르게 편곡이 되었다. 어쨌든 노래 자체는 참 듣기 좋고, <살인마 잭> 라이선스 공연을 통해 가장 크게 건진 건 이 곡 하나다-

막상 뮤지컬 <살인마 잭>을 보고 와서.. 그 감상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나름 연기력이 뛰어난 안재욱이 이 뮤지컬에 나오는 '외과 의사 다니엘'을 연기하기엔, 역할 자체가 너무 전형적이고 캐릭터 느낌이 좀 쌍팔년도스럽다~ / 1막 중간에 다니엘과 글로리아가 오글거리는 러브씬을 연출할 때 그 앞에 지나가는 한 쌍이 '오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백조'네..? / 극 안에서 '앤더슨' 역의 민영기와 '폴리' 역의 백민정이 시원~스럽게 노래 부르는 타임이 제일 좋았다 / 이 극을 다 보고 나서, 그나마 처음 듣자마자 귀에 쏙 꽂히는 듣기 좋은 노래는 "이 도시가 싫어~"였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