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뮤지컬 <태양왕> 2막 이야기(종결) ]
(3)프랑스판 장희빈-루이왕의 정부인 악녀 '몽테스팡' 부인과 비루한 신분의 '맹트농' 부인. 왕의 사랑을 독차지 하기 위해 주술에 손 대는 몽테스팡.. 맹트농 부인과의 해피 엔딩~

프랑스 뮤지컬 <태양왕>의 주된 스토리는 '루이 14세의 사랑 이야기'라 할 수 있는데, 이 주인공이 거쳐가는 여러 여인들 중 결국 루이의 진실한 마음을 얻게 되고 그의 곁에 끝까지 남는 '왕의 마지막 여인'은 비루한 신분의 맹트농 부인(프랑수아즈 도비녜)이다. 그런데, 이 뮤지컬의 2막 중/후반부 스토리가 은근히 한국 드라마에 자주 나온 <장희빈> 이야기와 비슷한 듯도 하다.

왕의 애첩(후궁)으로 있다가 훗날 오리지널 중전인 인현왕후를 몰아내고 중전 자리에 앉은 조선 시대 악녀 '장희빈(장옥정)'.. 나중에 김춘택과의 전략적 제휴 하에 선한 마음으로 폐비 민씨를 애틋해 하면서 챙기다가 숙종 임금의 마음에 들어 정을 통했는데, 장옥정의 핍박을 받으며 힘든 나날을 보낸 뒤 결국 후궁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는 비천한 신분의 '최무수리'..

그 <숙종 임금을 둘러 싼 장희빈과 최무수리> 이야기에 나왔던 '한 때 엄청난 권세를 휘두르던 악녀 기질의 왕의 정부와 평범하고 비루한 위치에서 훗날 왕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는 선량한 여인네'라는 이 설정이 뮤지컬 <태양왕>에도 그대로 나온다. 악녀인 왕의 애첩이 주술에 손 대는 것까지도, 비루한 신분의 여인네가 왕의 마음을 얻어 일정한 직위(품계)를 얻게 되는 상황도 비슷하다. 바로 중세 프랑스 <루이 14세를 둘러 싼 그의 오랜 정부 몽테스팡 부인과 맹트농 부인(프랑수와즈 도비녜)의 이야기>이다..

루이 14세와 정부 몽테스팡 부인 사이에는 몸이 불편한 한 어린 아들이 있다. 몽테스팡 부인이 비밀리에 가정 교사로 고용한 프랑수아즈 도비녜(풍자 시인 스카롱의 미망인/왕의 정부 몽테스팡은 그녀를 '스카롱 부인'이라 부른다..)가 그 아들을 정성껏 돌봐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랑수와즈 도비녜는 몽테스팡 부인과 큰 갈등을 겪게 된다.

화려하고 사치스런 생활을 즐기는 몽테스팡 부인은 궁 내에서 벌어지는 사교 파티에 몸이 불편한 자신의 아들을 데려가려 하고, 그 아이의 가정 교사이자 진심으로 애를 아끼는 프랑수와즈는 반대한다.

이에, 가정 교사(유모 or 아이의 보모)인 프랑수와즈 도비네를 구박하는 몽테스팡 부인~ 당장 가정 교사 자리에서 짤라 버리겠다는 둥, 수녀원에 보내겠다는 둥 하면서 프랑수아즈를 갈구는데.. 마침 루이왕이 몽테스팡 부인의 성깔 부리는 모습과 평소에 자신에게 보여왔던 모습과는 다른 그녀의 이중적인 모습, 프랑수와즈를 못 살게 구는 그 장면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

평소 프랑수와즈 도비녜(스카롱 부인)가 자기 아이를 사랑으로 길러 준 사실을 알고 있는 루이 14세는 아들을 잘 보살펴 준 그녀에게 감동하여 '정식 가정 교사'로 임명한다.

또한, 루이 14세는 프랑스와즈 도비녜에게 '맹트농 후작 부인(Madame de Maintenon)'의 칭호를 내리게 되는데.. 루이왕이 자기 아이들 가정 교사인 프랑수와즈에게 '후작 부인'의 칭호를 내리자, 왕의 정부인 몽테스팡 부인은 엄청난 충격을 받고 그녀를 질투하기 시작한다.

Alors d'accord
외모는 평범하기 그지 없지만(실제 초상화로 보면 루이 14세의 마지막 여인이었던 맹트농 부인은 엄청나게 수더분하게 생긴, 외모상으론 평범한 아줌마 그 자체이다. 이 뮤지컬에 나오는 맹트농 부인은 그나마 본판이 괜찮은 편인 20대의 젊은 여배우가 나이 든 분장을 하고 연기했다.) 루이 14세는 '지적이고, 사려 깊고, 학식이 풍부한 맹트농 부인'에게 은근한 존경심과 호감을 느끼게 되어 그런 파격적인 제안(정식 가정 교사로 임명/후작 부인의 칭호를 내린 것..)을 하게 된 것이다.

왕의 파격 대우에 황송해 하던 맹트농 부인(프랑수아즈 도비네=스카롱 부인)은 루이왕의 어린 아들을 곁에서 잘 지켜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왕의 그 호의를 수락한다.


마침 '루이 14세와 정부 몽테스팡 부인 사이에서 난 몸이 불편한 아들'도 자기 가정 교사(유모)인 맹트농 부인이 평소에 자신에게 많은 용기를 주고, 사랑으로 잘 보살펴 주었다며 인증한 터였다. 그동안 다리가 많이 불편한 그 아이를 성심을 다해 보살펴 주고 걷기 연습을 많이 시킨 맹트농 부인은 용기를 북돋아 주면서 아버지(루이왕)에게 걸어가 보라 이른다.

하지만 몸이 완전히 성치는 못한 그 아이는 몇 걸음 못 가 넘어지게 되고.. 아이의 생모인 몽테스팡 부인은 평소에는 애를 잘 돌보지도 않다가, 막상 루이왕을 향해 걸어가던 그 아들이 넘어지자 맹트농 부인에게 호통 치고 그녀를 질책하면서 갖은 호들갑을 다 떤다. 몽테스팡 부인은 맹트농 부인을 무시하면서 무안을 준 뒤 아들을 데리고 가 버린다.

맹트농 부인(프랑수와즈 도비녜=스카롱 부인)이 평소에 자기 아이를 진심으로 잘 보살펴 주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루이 14세는 '정부 몽테스팡에게 구박 당하고 홀로 남겨진 맹트농 부인'을 위로해 준다.(이 때부터.. '화려한 미모를 자랑하지만 악녀인 몽테스팡 부인'의 실체를 알게 된 루이왕의 마음은 점점 '차분하고 지적인 맹트농 부인'에게로 향하게 된 것 같다..)

루이왕의 마음이 서서히 자신에게서 떠나고 있음을 눈치 채게 된 몽테스팡 부인은 구석에서 치장을 하면서 슬퍼하고, 왕의 마음을 다시 되찾기 위한 방법을 강구한다.

J'en appelle
꽤 오랫동안 루이 14세의 애첩으로서 많은 권세를 누려 왔던 '왕의 정부 몽테스팡 부인'은 왕의 마음이 점점 맹트농 부인에게로 향하자, 그녀에 대한 질투심에 사로잡혀 마녀(무당)를 찾아간다. 왕의 사랑을 되찾으려, 악마의 힘을 빌리는 기괴한 의식을 치르는 몽테스팡 부인..

L'arrestation
자신의 정부인 몽테스팡의 소행을 알게 된 루이 14세는 그 흉측한 의식을 중단시키고, 당장 몽테스팡 부인을 잡아 들이라 명한다.(실제로 몽테스팡 부인은 그 '흑마법 사건'이 발각되어 루이왕의 미움을 사게 되었으며, 몽테스팡이 왕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치른 그 기괴한 검은 의식으로 인해 많은 갓난 아기들의 희생이 있었다고 한다.)

루이 14세는 '남몰래 기괴한 의식을 치르고 갖은 악행을 일삼은 몽테스팡 부인'의 죄를 묻는다.

서서히 떠나려는 왕의 마음과 사랑을 자기 혼자 독차지하고 싶어서 요상한 주술 행위에 참여하는 등 괴기스런 일을 많이 벌였던 '왕의 오랜 정부 몽테스팡 부인'은 뒤늦게 눈물을 흘리며 호소해 보지만, 루이왕의 마음은 이미 떠난 상태다-(그 이후.. 루이 14세는 더 이상 몽테스팡 부인을 찾지 않았고, 말년의 마담 드 몽테스팡은 궁을 떠나 조용히 수도원에 은거하며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Et vice Versailles
어느덧 화려한 베르사이유 궁전이 완공되고, 루이 14세가 파리를 떠나 베르사이유 궁전에 정착하게 된 것에 대해 귀족과 왕족들의 성대한 파티가 벌어진다.

(이 뮤지컬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루이왕의 깨방정 남동생 필립이 흥겨운 퍼포먼스를 선사하는데.. 게이인 필립은 이 때 여자옷을 입고 나와 교태스러운 웃음을 짓고, 여러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익살스런 춤과 노래를 선보인다.(실제로도 루이 14세의 동생 필립은 '게이'였다는 설이 있다.)

아직 베르사유 궁전에 입성하지 못한 맹트농 부인은 베르사유 궁전으로 들어간 루이왕과 꾸준히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한다.

루이 14세는 왕의 정실 부인인 왕비가 죽자, 다른 지체 높은 신분의 여인과 결혼하기를 거부하고 '시인 스카롱의 미망인이자 자기 아이의 가정 교사였던 맹트농 부인(프랑수와즈 도비네)'하고 결혼하기로 결심한다. 한 때, 어른들의 반대로 인해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했던 첫사랑 여인 마리 만치니'를 놓쳐버린 뼈아픈 경험이 있는 루이왕은 이번엔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려 한다.

La vie passe
루이 14세는 자신이 이제껏 인연을 맺은 여인들을 회상하고, 남은 여생을 같이 보내고 싶어하는 맹트농 부인을 베르사이유 궁전으로 불러 들인다.(마지막 장면에서의 둘의 의상은 커플룩?)

루이왕은 맹트농 부인에게 청혼을 하고, 그의 청혼을 사양하던 맹트농 부인은 마침내 루이 14세를 받아 들이며.. 나중에 둘은 '비밀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실제로 맹트농 부인이 루이 14세의 정식 왕비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가 죽기까지 평생을 함께 했으며, 루이왕은 맹트농 부인을 끝까지 사랑했다고 한다..)

17세기 프랑스 절대 왕정의 대표적 전제 군주였던 태양왕 '루이 14세'와 그의 마지막 사랑인 비루한 신분의 '맹트농 부인(프랑수아즈 도비녜)'이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뮤지컬 첫 장면과 2막 중간에도 잠깐 나왔던 몰리에르(실제로 루이 14세 시절에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극작가)가 마무리 멘트를 하고.. 커튼 뒤에 나와 있는 배우들을 다시 무대로 불러 들인다.

프랑스 뮤지컬의 백미는 역시 본공연을 끝낸 배우들이 여러 곡의 앵콜송을 부르며 관객들과 함께 소통하는 커튼콜인데, 프랑스에선 커튼콜 때 부르기 위해 '공연 중엔 등장하지 않는 커튼콜용 곡'을 따로 만들어 놓는 경우가 많다. 이 곡 'Tant qu'on reve encore' 역시 그러한 곡이다.


뮤지컬 '태양왕' 커튼콜 - Tant qu'on reve encore


전 출연자들이 한 사람씩 나와서 이 뮤지컬 <태양왕(Le Roi Soleil)>의 커튼콜 노래인 'Tant qu'on reve encore(탕 꽁 헵 앙코르~)'를 부르고, 그 뒤에도 이 뮤지컬의 히트곡이라 할 수 있는 본공연 속에서의 루이 14세 솔로곡 'Etre a la hauteur' 후렴부와 루이 14세 & 마리 만치니의 듀엣곡 'Je fais de toi, mon essentiel'의 후렴부를 합창하는 등 커튼콜 타임 때 총 3곡의 앵콜송을 부른다. 


프랑스의 실존했던 왕 루이 14세와 그가 인연을 맺었던 여러 여인들과의 '낭만적 사랑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태양왕>에선 결국 루이왕이 '애들 가정 교사였던 비루한 출신의 미망인 맹트농 부인'에게 정착하게 되는데.. 실제로 미모와는 영 거리가 먼 여인이었지만, 군주로서 나름 고독했던 루이 14세는 나중에 가선 미모의 여인들 보다는 '자기 아이들을 정성으로 잘 양육하고, 자신과 대화가 잘 통하는 학식이 깊고 교양 있는 맹트농 부인'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느꼈던 게 아닌가 싶다..(하지만 실존 인물 '태양왕-루이 14세'는 잘 씻지 않는 무지 '드러운 남자'였다는 슬픈 전설이...;;)
 

- The end -
 

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