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뮤지컬

'태양왕' 2막 스토리 (2)왕의 정부, 탄식하는 신하

타라 2009. 12. 19. 14:52
프랑스 뮤지컬 <태양왕> 2막 이야기 ]
(2)루이 14세의 악랄한 정부 몽테스팡, 비밀리에 고용된 가정 교사, 왕의 방탕에 탄식하는 신하

개인적으론 프랑스 뮤지컬 <태양왕(Le Roi Soleil)>의 1막을 훨씬 재미있게 보았다. 한글 자막은 커녕 영어 자막조차 없는 이 작품 DVD의 2막엔 1막에 비해 유난히 '대사'가 많이 나오는데.. 언어의 압박을 초월하는 '노래'의 경우엔 음악적인 미덕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이 뮤지컬 2막엔 유난히 '노래'보다 알아듣기 힘든 '대사'를 치는 장면이 많이 나와서 다소 지루하단 느낌도 들었다.

몽테스팡 부인이 루이의 동생인 필립에게 접근해서 프랑스의 왕인 루이 14세를 소개 받게 된다.


거기다.. 이 뮤지컬의 주 스토리 자체가 '3명의 여인'을 거쳐 가는 '루이 14세의 사랑 이야기'인데, 1막에선 젊은 루이왕과 그의 첫사랑 아가씨(마드모아젤) 마리 만치니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2막에선 이미 혼인하고 나서 아저씨가 된 루이왕과 결혼 경력 있는 아줌마(마담)들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는 관계로.. 눈으로 보이는 '비주얼적인 차원'에서, 1막에서의 '젊은 커플'에 훨씬 삘이 왔다고나 할까-


Un geste de vous
왕의 동생 필립을 통해 루이왕을 소개 받은 몽테스팡 부인이 루이 14세를 유혹하는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이 뮤지컬 2막 스토리를 <프랑스판 장희빈> 이야기로 생각하고 본다면, 그 나름대로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2막 후반부로 갈수록 더더욱 그런 삘이 강한데.. 프랑스에서 꽤 오랜 기간 동안 '루이 14세의 애첩이었던 악녀 몽테스팡 부인과 그녀가 가정 교사로 고용한 비루한 신분의 맹트농 부인(프랑수와즈 도비네) 간의 관계'가 마치 우리 나라 조선 시대 때의 '숙종 임금을 둘러싼 장희빈과 비루한 신분이었다가 훗날 숙빈의 자리에까지 오르는 최무수리 하고의 관계'와 비슷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실제 역사 속에서) 몽테스팡 부인은 '왕비의 시녀 출신'으로, 왕의 음식에다가 '사랑의 묘약'을 뿌리고 '흑마법'을 사용하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왕을 유혹해 약 12년 간 궁정 사교계를 주도한 인물이다. 또한, 루이왕과의 사이에서 여러 명의 아이를 낳기도 한 루이 14세 시절의 유명한 '왕의 정부'이다.
 

몽테스팡 부인(Lysa Ansaldi) & 필립(Christophe Mae) - Un geste de vous

엠마뉘엘 무와르(루이 14세)가 2막 초반에 몽테스팡 부인(Madame de Montespan)과 처음 만나는 장면(이 곡 앞 장면)에 나오는 "마담(Madame)~" 하는 대사를 굉장히 느끼하게 치던데, 그 장면 묘하게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풍자 시인 스카롱의 아내가 되었다가 미망인이 되는 '프랑수아즈 도비녜(맹트농 부인)'가 부인들과 같이 궁에 대한 잡담을 나눈다.(이 극 안에서 '왕의 마지막 여인'이 되는 인물이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인지, 이 프랑수아즈 도비녜(Cathialine Andria)가 1막 초반부부터 중간 중간 은근히 자주 등장한다.)

Le bal des monstres
본격적인 루이 14세의 정부가 된 '몽테스팡 부인'은 영매(우리 식으로 하면 무당)를 찾아가 부적을 구입하는 등 은밀한 마법의 힘을 빌어 왕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자 한다.

루이 14세와의 사이에서 '왕의 사생아'를 낳은 몽테스팡 부인은 시인 스카롱의 미망인인 프랑수와즈 도비녜(훗날 맹트농 후작 부인)를 소개 받게 되고, 그녀를 자기 애들의 '가정 교사'로 비밀리에 고용한다.

프랑스에서 태양왕 루이 14세 시절은 문화적으로 '르네상스' 바로 다음인 '고전주의 시대'였다. 당시 건축과 문학 등의 분야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한다. 문학과 예술을 사랑한 루이 14세는 실력 있는 장관과 예술가 등을 많이 배출했는데, 이 때 극작가 몰리에르(이 뮤지컬 안에선 1막 첫 장면과 2막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극의 화자)가 왕궁에서 연극을 자주 상연하기도 했다.

루이왕은 파리의 외곽에 있는 베르사이유에 궁전을 짓기로 하고, 귀족들을 불러 정복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념하는 화려한 연회를 자주 여는 등 국가 재정을 과도하게 낭비한다.(실제로, 루이 14세의 화려하고 방탕한 생활에 악녀인 그의 정부 몽테스팡이 일조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화려한 베르사유 궁전을 짓는 데 많은 인력이 동원되었고, 과도한 노동에 희생되어 나간 백성들도 많았다.

루이 14세는 프랑스를 강력한 나라로 만들고자 했으나, 정작 프랑스 백성들의 복지에 대해선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안느 도트리슈와 마자랭 재상의 섭정 기간 동안 과도한 세금으로 힘들어 했던 백성들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루이 14세가 친정(親政)을 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자신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절대 왕정으로 인해 국민의 자유가 배제되고 억압을 당하자, 이에 다시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Entre ciel et terre
마자랭의 시대였던 극 초반, 권력자들의 실정(失政)에 대항하며 '프롱드의 난'을 일으켰던 보포르 공작과 이자벨 등의 민중들은 루이왕의 향락스런 사치와 낭비로 인해 또다시 도탄에 빠지고.. 이에 아랑곳 않던 루이 14세는 콜베르에게 자신에 대한 비판을 주도한 시민군 수장 '보포르 공작'을 잡아들이라 명한다.

본격적인 즉위 당시의 '루이 14세의 통치'에 많은 희망과 기대를 걸었던 신하 '보포르 공작'은 고통스런 삶으로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저버리는 왕의 모습을 안타까워 하며 탄식한다.

또한.. 그의 연인 이자벨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체포된 시민군 수장 '보포르 공작'으로 인해 절망에 빠져 슬퍼하지만, 끝내 그에게는 철가면이 씌워지고야 만다..

활동적인 정복 사업으로 라인강 서쪽까지 프랑스 국경을 확립하고, 고전주의 문학을 꽃피운 17C 프랑스 절대 왕정의 대표적인 전제 군주 '루이 14세'는.. 그에 반해 프랑스 내에서의 개신교를 탄압하여 국가 재정을 악화시키고, 잦은 전쟁으로 인한 경제 파탄을 가져 왔으며, 화려한 베르사이유 궁전을 지은 뒤 귀족 & 왕족들을 불러들여 향락적인 생활에 몰두하면서 굶주린 백성들을 외면하고 억압한 탓에, 100년 후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는 간접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