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뮤지컬

그리운 프랑스 뮤지컬, 와이어 액션 중 노래하는 소피아 에세디

타라 2009. 10. 22. 11:07
요즘 우리 나라 창작 뮤지컬도 그렇고, 외국 작품 라이센스 버전도 그렇고.. 뭘 한다는 얘기는 많이 들리는데, 딱히 강렬하게 땡기는 건 없다. 비교적 최근에 보고 온 <지킬 앤 하이드(Jekyll & Hyde)> 내한 공연도 '브래드 리틀(Brad Little)'의 역량이 대단해서 인상적이긴 했지만, 작품 자체는 내게 좀(실은 많이) 지루하게 느껴졌던... 뉴 버전 <지킬 앤 하이드>의 경우 '이야기의 짜임새'나 '스토리의 세밀함'은 기존 버전에 비해 보강되었는데, 극 자체는 꽤나 심심하게 느껴지는 분위기였다.(하지만 브래드 리틀의 가창력 만큼은 기존에 들어본 다른 '지킬 & 하이드' 역의 배우들에 비해 넘사벽~ 기본적인 '성량'에서부터 차이가 확 나는 분위기였음)

그 날.. 정말 오랜만에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 음악을 들었는데, 역시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이 만든 이 뮤지컬의 음악은 너무 좋은 거였다. 전주 부분부터 가슴을 쾅쾅 울리는 'Verone(베로나)', 후반부 앙상블과 현악기 반주가 아주 인상적인 'On dit dans la rue(사람들이 거리에서 수군대지), 화음 넣어가며 따라 부르면 기분이 좋아지는 'Aimer(사랑한다는 건), 기타 등등의 곡들... 그리고,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표곡인 'Les rois du monde(세상의 왕들)'은 레전드 오브 레전드-

난 '이렇게나 듣기 편하고, 한 번씩 들을 때마다 아드레날린을 마구마구 발산시키는 그런 뮤지컬 음악'은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다. 얼마 전, 이어폰 꽂고 'Les rois du monde(세상의 왕들)' 듣다가 갑자기 삘 받아서 그 곡만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었는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2000년에 녹음한 오리지널 버전 '세상의 왕들(Les rois du monde)'을 제일 좋아한다. 다미앙 사르그, 그레고리 바케, 필립 다빌라가 함께 부른... 이 버전의 '세상의 왕들'은 앙상블도 대박이고, 노래 밑에 깔리는 현악기 반주에 대한 퀄러티 역시 꽤 좋은 편이다.

이제껏 공연장에서 직접 보구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으며, 가슴에 느낌표 백 만개의 울림을 받으며 그 공연을 본 것이 무척 행복하다고 느꼈던 때는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Notre-Dame de Paris)>와 <로미오 앤 줄리엣(Romeo & Juliette)> 내한 공연을 봤을 때였다. 두 작품 모두 그 안에 나오는 넘버들도 훌륭하지만, 프랑스 뮤지컬은 그 무엇보다 '댄서'들이 대박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음악적인 언어 '불어'로 불리워지는 훌륭한 멜로디의 노래들과 함축적인 분위기의 무대 장치, 절도 있으면서 우아한 동작으로 예술적 안무를 선사하는 전문 댄서들의 군무.. 등의 조합을 현장에서 직접 보면, 정말이지 프랑스 뮤지컬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 안에 나오는 킬링 넘버들의 '멜로디' 또한 어찌나 탁월한지- 개인적으로, 세계적으로 너무도 유명한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 뮤지컬과 한국 창작 뮤지컬, 기타 유럽 뮤지컬에 나오는 노래들 다 합쳐도 프랑스 뮤지컬 몇몇 작품에 나오는 곡들과 바꾸고 싶지 않다. 프랑스 뮤지컬 작품들 안에서 불리워지는 노래들이 나하곤 무척이나 코드가 잘 맞는 것 같다.

몇몇 프랑스 뮤지컬이 우리 나라 배우들로 구성된 한국어 버전으로 무대에 오르곤 하지만, 요즘 들어선 '불어 공연'을 직접 보고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노래가 주가 되는 뮤지컬은 그 작품을 맨 처음 만든 '오리지널 언어'로 감상하는 게 진리인 것 같으니까.. 특히 불어권 뮤지컬은 더더욱 그러하다. '언어'가 가져다 주는 느낌의 그 '대체 불가능한 미묘한 차이'로 인해...

아크로바틱 댄서들/프랑스 뮤지컬 <클레오파트라(Cleopatre)>


카멜 우알리(Kamel Ouali) 사단의 신작 프랑스 뮤지컬 <클레오파트라(Cleopatre)>도 '내한 공연' 가지면 정말 좋을텐데.. 실제로 꼭 한 번 보고싶은 뮤지컬이다. 한국어로 공연하는 라이센스 버전 말고, 오리지널 언어인 '불어'로 노래하고 탁월한 실력의 '프랑스 전문 댄서'들이 함께 하는 작품으로써 말이다. 이런 작품을 정말 들여와야 되는 것인데.. 실제로 보면, 제대로 눈과 귀가 호강할 것 같다.

클레오파트라(Sofia Essaidi) & 안토니우스(Florian Etienne) - On s'aimera quand meme


이 곡은 극 중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가 함께 부르는 사랑 노래(On s'aimera quand meme)인데, 중간에 클레오파트라 역의 소피아 에쎄디(Sofia Essaidi)가 순전히 와이어에만 의지해서 그네를 타고, 공중 몇 바퀴 돌고.. 굉장히 움직임이 많은 상태에서 100% 라이브로 노래 부르는 것임에도 별로 음정의 흐트러짐이 없다.(올타임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예전에 '소피아 에쎄디'가 스타 아카데미 시절에 굉장히 파워풀한 안무와 현란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라이브로 노래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타고난 성량도 좋고 '가창력'이 꽤 괜찮은 편인 듯했다. 거기다 섹시한 몸매와 또렷한 이목구비의 매혹적인 외모까지...(허리 라인은 좀 별론 것 같지만..;;)

와이어 타고 날라다니며 노래 부르는 클레오파트라(소피아 에쎄디)


만히 서서 노래하면서도 헐떡거리는 뮤지컬 배우들도 참 많은 반면, 수시로 와이어 타고 날라다니고 공중 몇 바퀴 회전하면서도 그닥 흐트러짐 없는 음색으로 안정적인 라이브를 선사하는 놀라운 가창력의 소유자라니-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프랑스 뮤지컬 <클레오파트라>가 유럽 순회 다 돌고 나서 소피아 에쎄디(Sofia Essaidi)를 위시한 이 뮤지컬의 '오리지널 팀'이 한국에도 공연하러 와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