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TV 드라마라는 것이 '저건 드라마니까요~' 하고 봐야 되는 것이 맞지만, KBS 주말극 <솔약국집 아들들>을 보면서, 가끔 진풍(손현주)의 엄마(윤미라)가 이해 안될 때가 많다. 40세인 아들이 무려 8세나 어린 32세 변호사 처자랑 결혼하면 나름 잘 치우는 거 아닌가..? 그리고, 아들을 4명이나 낳았으면 이젠 징글징글 할 만도 한데, 40년이나 끼고 산 큰아들이 저 좋아하는 여자한테 장가 간다고 드라마에 나온 엄마(윤미라)가 너무 서럽게 우니까 그런 감정이 100% 공감되지는 않았다.(거기다.. 이 엄마가 홀로 힘겹게 자식을 키운 과부도 아니고, 멀쩡한 '남편'도 있던데 '아들'한테 도대체 왜 그러는지 것인지..)

알고 보면 엘리트들만 모인 솔약국집 주변, 약간 오버하는 듯한 노총각 엄마


보통의 가정에선 자식 여럿일 경우 맏이를 먼저 결혼시키려 하고, 셋째나 막내 아들이면 몰라도 '큰 아들이 늦도록 장가 안가고 있다'면 그 마음이 '큰아들이 늦게라도 사랑하는 여자 만나서 장가 가는 것'보다 더 짠한 걸로 알고 있다. 극 중의 진풍(손현주)은 20대 꽃총각이 아니라서, 마음에도 없는 결혼 한 뒤 나중에 정이 안 생긴다고 사네 안 사네 하면서 뒤집어 엎거나 시행착오를 겪고 할 그럴 나이가 아니다. 늦었지만 '자신이 진짜 사랑하는 여자' 만나서 제대로 된 출발을 해야 한다. 그만하면 장가 잘 가는 것 같은데.. 모든 아들 가진 엄마 마음이 그렇지만, 이 드라마 속 엄마의 마음에선 유난히 이기적인 마음이 느껴졌다.


곧 결혼하게 될 진풍(손현주)은 약사, 수진(박선영)은 변호사다. 둘 다 벌이가 적지는 않은 것 같은데, 수진의 조카들에 관한 부분은 집안일 봐주는 아줌마를 들이거나 다른 대안이 충분히 있을 것이다. 이건 드라마라서.. 어떻게든 '갈등을 일으킬 만한 사연'을 만들어서 지지고 볶고 해야 되겠지만, 좀 더 '그럴듯한 사연'을 가지고 지지고 볶고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시청률이 엄청 잘 나오는 것은.. 상대 드라마인 MBC 주말 연속극이 별다른 힘을 못 쓰게 된지 너무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새 드라마 시간대 배치에 관한 MBC의 편성 전략, 뭔가 문제 있는 것은 아닌가?

무엇보다.. MBC는 가끔, 편성도 너무 이상하게 한다. <탐나는도다>를 '주말 8시' 타임대에 넣은 것은 아직까지도 이해 불가다. 차라리 '수목극'으로 편성했다면, 요즘엔 다른 수목극들이 워낙에 힘을 못쓰기 때문에 <탐나는도다> 정도면 나름 승산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솔약국집 아들들>이 최근 들어 한 번씩 40%대까지 넘나들며 시청률 면에서 잘 나가는 것은 그 상대작이 <탐나는도다>인 영향도 크다고 생각한다.


요즘 날씨도 한창 좋은데, <탐나는도다>를 열심히 볼 만한 시청자층은 주말 그 시간대에 밖에 나가서 놀고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인터넷 다시 보기나 다운로드를 통해 해당 드라마를 더 열심히 볼 가능성도 있다. 아줌마형(혹은 전 세대형) 주말극엔 아줌마형 주말극으로 맞불을 놓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MBC는 얼마 전에 새로 시작한 <보석 비빔밥> 역시 8시도, 9시도, 10시도 아닌 '9시 45분'이라는 어정쩡한 시간대에 편성했다. 그 이전에 시작한 SBS의 <천만 번 사랑해>와 최근 들어 스토리가 한창 진행 중인 SBS <스타일>, KBS <천추태후>와 겹치는 시간대이다.
 
9시에 이미 <천만 번 사랑해>를 보고 있던 시청자라면, 그 드라마가 아주 재미없지 않는 한 굳이 9시 45분이 되었다고 해서 다른 드라마로 채널을 돌리진 않을 것이며.. 나름대로 <스타일>이나 <천추태후>를 열심히 봐 왔던 시청자라면, 당연히 그 드라마 시작 전부터 채널을 고정시켜 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MBC 새 주말극 <보석 비빔밥>은 그 시작부터 편성 면에서 너무나 불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시청 타겟'이 전혀 다른 드라마와 '샌드위치'처럼 어정쩡하게 끼어 있는 드라마

<스타일> 이번 주 내용은 심하게 오글오글거리는 내용과 몸을 배배 꼬아가며 볼 정도로 재미 없었던 바람에 시청률이 10% 초반대(13%)까지 내려갔고, <보석 비빔밥>이 3% 정도 상승하긴 했지만, <스타일> 종영 후엔 또 다른 드라마가 시작될 것이고, 스토리가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천추태후>와 <천 만번 사랑해>는 아직 많이 분량이 남아 있다. 그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낀 MBC 주말극은 여러 면에서 어정쩡한 위치임에는 틀림이 없다.


MBC가 <탐나는도다>를 8시 주말 연속극이 아닌 수목극(10시)으로 편성하거나 주말 11시대 드라마 쯤으로 편성했다면 어땠을까..? 새로 들어간 전형적인 홈 드라마 <보석 비빔밥> 역시 <솔약국집 아들들>과 맞붙는 MBC 8시대 주말 연속극으로 편성했거나, 그게 아니라면 <천만 번 사랑해> 시간대와 겹치지 않고 <천추태후>보다 약간 앞서면서 <스타일>과는 정면 대결을 펼치는 10시대 주말극으로 편성했다면~?


그랬다면 아마, 여러 면에서 3사 수목극이나 주말극의 판도가 지금과는 조금 다르게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한 드라마의 흥행엔, 극의 재미도 물론이거니와 그 외의 여러 가지 외부적 변수가 작용하기도 한다. 요즘.. 나름 매력적인 극이지만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 종영'설이 있었던 <탐나는도다>와 상대 드라마보다 재미있는 것 같음에도 아직까진 시청률 면에서 많이 부진한 <보석 비빔밥>의 사례를 보면서, 'MBC의 편성 전략에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어떤 방송사에서 정말 야심차게 준비했거나, 보다 많은 사람들이 꼭 봐 줬으면 하는 드라마가 있다면.. 그 무엇보다 1차적으로, 여러 가지 외부적 환경을 고려하여 시간대 편성을 잘 해야 하지 않을까..?

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