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토크

반창작에 가까운 체코 뮤지컬 '삼총사' 라이센스 버전..

타라 2009. 7. 13. 20:52
각 사람들마다 그 목적은 조금씩 다르지만 내가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하는 이유는 본 것, 느낀 것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이다. 또, 그 감성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나누기 위한 목적으로 꾸려가고 있다. 요즘엔 '블로그'가 뭔가 다른 목적으로 존재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후발 주자들도 생겨났지만, 꽤 오래 전 '블로그(blog)'를 처음 접했을 때 대부분의 블로그는 원래 전자의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기억을 저장하다 : 감성 공유와 소중한 기록의 장..

초창기 시절.. 싸이월드 미니 홈피는 주로 자신의 '일상사' 위주의 사진을 올리며 지인들과의 <친목 도모>를 위한 장으로, 블로그는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것(ex : 요리, 문화 체험, 운동, 여행 등등..)을 올리며 그것에 대한 정보나 개개인의 느낌을 자기 지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비슷한 관심사를 지닌 이들'과 나누기 위한 <감성 공유>의 장으로써 존재했던 측면이 강했다.

거기에 더하여,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꼼꼼하게 기록해 두지 않으면 언젠가는 그 기억이 희미해지고 체험에 대한 것들이 점점 퇴색되어 가기에.. 그 느낌을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자유글 형식의 블로그(blog)란 공간을 통해 '기록해 두는 장'으로 활용하는 측면도 있었다.

지난 달엔가.. 뮤지컬 <삼총사>를 보고 왔는데, 한 번쯤은 그것에 대한 기록을 남겨두지 않으면 그 감흥이나 기억이 점점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뒤늦은 후기를 남겨 본다. 벌써 몇 달 전, 이 극에 대해 본격적인 뚜껑이 열리기 전부터 '보고싶다'는 느낌이 들게 만들었던.. 은근히 끌리는 뮤지컬이었다. 막상 보고 나니, '빼어난 수작'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 나름대로 '재미난 뮤지컬'인 것 같았다. 

체코 뮤지컬을 재가공하여 만든 한국판 <삼총사>의 기본 성격 자체가 가벼운 '코믹물'의 성격이 강했기에 스토리의 묵직함이나 진중함은 이 뮤지컬에 없었다. 그리고 몇몇 프랑스 뮤지컬에 나오는 넘버들에 감탄했던 그것처럼 넘버의 '주옥같음'은 이 뮤지컬에 없었지만, 딱히 듣기 나쁘거나 지루하지도 않았고 극 자체도 그냥 즐기기에는 꽤 무난한 뮤지컬이었다.

달타냥과 삼총사들 : 하하 호호 깔깔~ 그리고.. The end?

그 나름대로 익숙한 스토리 전개와 수시로 터져주던 배우들의 개인기 & 애드립에 '하하 호호 깔깔, 키득키득~' 하다 보니 어느새 해피 엔딩 모드로 끝나 있었는데.. 의상이나 무대 세트 등 전반적인 극의 때깔도 섬세하고 화려했으며, 배우들 간의 호흡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난 원래 '코믹물'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지라 영화 같은 걸 보러갈 때에도 가볍게 히히덕거리는 '코믹물'은 절대 선택하지 않으며, 어린 시절 이후론 TV에서 하는 코메디 프로(or 개그 프로)를 단 한 번도 챙겨본 적이 없다. 뮤지컬 <삼총사>에 대한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보러 갔던 난, 극 초반 (내 기준에서 봤을 때) 별로 웃기지도 않는 장면에서 주변에 있던 여러 관객들이 키득키득 웃는 모습에 적응하기 좀 힘들기도 했었는데.. 1막 후반부 이후론 서서히 이 뮤지컬 배우들이 보여주는 개그 코드에 동화되어 수시로 깔깔거리며 꽤 재미나게 볼 수 있었다.

뮤지컬 <삼총사>는 몇몇 배역이 '더블 캐스트'로, 전반적으로 꽤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뮤지컬이다. 각각의 작품에서 자기 나름대로 원톱 주인공 할 수 있는 배우들을 모아 모아서 만든 뮤지컬인데, 그래서인지 배우들의 매력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거리가 있는 작품에 해당한다.

 체코 뮤지컬 <삼총사> 라이센스 버전 캐스팅

아  토 스 : 신성우 / 유준상
아라미스 : 민영기
포르토스 : 김법래

달 타  냥 : 엄기준 / 박건형
콘스탄스 : 김소현

밀 라  디 : 배해선 / 백민정
리슐리외 : 이정열 / 손광업

쥬 사  크 : 김상현
안느왕비 : 육세진

외 기타..

이 뮤지컬이 Michal David의 체코 뮤지컬 <삼총사(Tri musketyri)>의 라이선스 버전이라고는 하는데, 거의 반 이상은 색다른 내용으로 각색된 '반 창작 한국 뮤지컬'이 아닐까 한다. 한국어 버전의 뮤지컬 <삼총사>는 알렉산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와 <철가면> 이야기, 체코 뮤지컬 <삼총사>, 영화판 <삼총사>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아이언 마스크>, 애니메이션 <삼총사>가 골고루 뒤섞인 짬뽕 스토리의 작품이다.(외국 작품 번안 버전에 대한 개인적인 시각으론.. 나름 색다른 맛이 있어서인지, 다른 나라 뮤지컬에 대한 라이센스 공연일 경우 어설프게 똑같이 따라하는 것보다 각색자의 시각에 맞춰 새로운 느낌으로 만들어 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대중적 흥행과 한국적 정서에 맞춰 반은 각색(재창작)한 라이센스 뮤지컬

여러 가지가 뒤섞인 짬뽕 뮤지컬답게 한국판 뮤지컬 <삼총사>에 나오는 몇몇 넘버들은 Michal David가 작곡한 체코 뮤지컬 <삼총사>를 따르고 있지만, 이 뮤지컬의 주제곡이라 할 수 있는 달타냥 & 삼총사의 '우리는 하나'란 곡은 체코 뮤지컬 <삼총사(Tri musketyri)>가 아닌 영화 <삼총사(The Three Musketeers)>의 주제가인 브라이언 아담스의 팝송 'All For Love'에다 한글 가사를 붙인 곡이다. 체코 뮤지컬 라이센스 버전이라고는 하지만, 한국판 <삼총사>는 '많은 각색을 거친 라이센스 버전'으로 체코 뮤지컬 <삼총사>의 오리지널 버전과는 곡 수도, 순서도, 이야기도, 극의 특징도 다른 듯하다.  

한국어 버전 <삼총사>의 장르적 성격은 가벼운 코믹물, 그리고 철저하게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뮤지컬에 속한다. 그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캐스팅' 면에서도 인지도 있는 배우들 중심으로 스타 캐스팅에 치중했으며 그래서 티켓값도 비교적 비싼 편이지만, 한 번 재미나게 즐길 만한 '대중적인 오락물'로써는 별 손색이 없는 뮤지컬이기에 그 나름대로 흥행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원작 소설 <삼총사>에 나오는 머리 아픈 정치 싸움.. 이런 건 이 뮤지컬에 나오지 않고, 스토리 자체가 되게 단순하다. 어쩌면 스토리가 단순하고 코믹적 요소가 가득하기에, 그만큼 더 범대중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고...(전반적인 '대중'의 수준을 평균 내면 그야말로 '평균적인 수준'이 나오기 때문에, 어떤 장르에서건 스토리 자체가 너무 심오한 작품은 '범대중적인 흥행'을 몰고 오기에 한계 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어 버전 뮤지컬 <삼총사> : 그냥 한 번 즐기기엔 나쁘지 않았다..

뮤지컬 <삼총사(The Three Musketeers)>는 전반적인 무대가 화려하고 의상도 예쁘고 무대 효과 같은 것도 꽤 멋있었기에 그 나름대로 볼거리가 있으며, 그 안에 나오는 넘버들도 주옥같지는 않았지만 듣기에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무난한 곡들로 채워져 있었고, 각 배우들의 매력과 군데군데 웃음을 선사하는 코믹적 요소도 많았기에 2시간을 재미나게 즐기다 오기엔 꽤 괜찮은 대중적인 뮤지컬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지난 번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 작곡의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Romeo & Juliette)> 오리지널 팀의 공연을 보고왔을 때처럼 곡 하나하나의 훌륭함에 감탄한다든가, 너무 좋아서 다음 번에 또 보고싶다던가.. 뭐, 그런 느낌은 없었다. 체코 뮤지컬의 한국어 버전 <삼총사>는 2시간 동안의 순간적인 재미를 느낄 만한 가벼운 분위기의 '1회용 뮤지컬'이었던... 그냥, 한 번 봤으니 그걸로 충분한 뮤지컬에 속했다. 


그렇지만, 그 안에 나오는 노래들도 진짜 지루하거나 민숭맨숭하고, 극 자체도 심하게 재미없는 뮤지컬도 꽤 많다는 걸 생각하면 <삼총사> 정도면 나름 돈값은 하는 것 같았다. 적어도 괜히 보러 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며, 꽤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장을 나설 수 있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