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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 여왕' 잡담-불공평한 낭장결의(화랑들은 줄을 잘 서야 한다?)

타라 2009. 6. 1. 20:17
오늘 월화 드라마 <선덕 여왕>의 3회가 방송될텐데.. 나름 재미있을 것 같은 드라마이긴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 아직까지는 어떤 드라마로 남을지 잘 모르겠다.

연기적인 감성이 뛰어난 한국 TV 드라마 속 아역 배우들


<선덕 여왕> 1회 내용은 좀 심심하게 느껴졌고, 2회는 그나마 나았는데.. 그 나름대로 볼 만한 것 같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확 재미있다~'란 느낌은 좀 덜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리고 2회 말에 나왔던 <선덕 여왕> 3회 예고편을 봤을 때, 다음 회의 '스토리 그 자체'가 되게 기대되거나 그렇진 않았다.
(막상 뚜껑 열어봐야 알겠지만..) 그런데, 선덕 여왕 아역으로 나오는 남지현은 예고편에 나온 영상만 봐도 연기를 꽤 잘하는 것처럼 보였다. 3회 예고편을 떠나, 이 드라마 1회 방영 전에 소개된 <선덕 여왕> 짧은 예고편을 통해서도 '연기'가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아역 배우 남지현'이었다.

이번에 선덕 여왕(이요원) 아역으로 나오는 남지현은 작년(2008년) <에덴의 동쪽> 때에도 지현(한지혜)의 아역으로 나왔었는데, 그 때 출연 분량 자체가 무척 미비했음에도 작년 'MBC 연기 대상' 때 아역상을 받았었다. 아마 MBC가 야심차게 준비한 그 다음 해(2009년)의 <선덕 여왕> 아역으로 나오기 때문에 밀어주기 위해서 작년에 상을 준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MBC의 그런 처사가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어떤 류의 상이든, '상'이란 것은 진짜 '받을 만할 때'에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에덴의 동쪽> 초반의 지현 아역(남지현)은 연기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가늠한다는 것 자체가 웃길 정도로 처리해야 할 대사나 출연 분량이 적었다. 작년 'MBC 연기 대상'이 그보다 분량이 더 많아 보였던 또 다른 아역(극 중에서 명훈, 기순, 태호의 아역 배우)들을 소외시켜 가면서까지 극의 중심 인물이 아니었던 지현의 아역(남지현)에게 덤으로 아역상을 안겨준 건 솔직히 좀 오버였다. 굳이 아역 배우 남지현에게 '아역상'을 주고 싶었다면, 작년(2008년) 경우처럼 '주요 아역 배우들에게 묻어가는 아역상'이 아닌, 그 배우가 본격적인 연기를 펼쳐보일 <선덕 여왕> 아역으로서 올해(2009년) 주는 게 맞지 않았을까 싶다.

<선덕 여왕>은 <대장금>의 김영현 작가가 참여하는 드라마이기도 한데, <대장금>만큼 흥미진진할지는 아직까진 좀 글쎄이다. 개인적으로, 김영현 작가가 <대장금> 이후에 만든 삼국 시대 배경의 드라마 <서동요>에선 별다른 재미를 못 느꼈었다. 김영현 작가의 <대장금>을 연출했던 이병훈 PD의 가장 최신 사극이었던 <이산> 역시 내겐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는데.. 이병훈 PD의 비교적 최근 사극 중에 가장 좋았던 건 역시 <허준>, <상도>, <대장금> 라인이었다.(앞으로도 결코 잊지 못할 작품~)

사극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은 점점 과거로, 과거로 : 조선 → 고려 → 삼국 시대


새로 시작한 월화극 <선덕 여왕>이 그래두 좀 끌리는 것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MBC 사극'이기 때문인데, 1회를 통해 접해 본 <선덕 여왕>은 전혀 다른 작가와 PD가 연출한 MBC의 이전 사극 <주몽>을 많이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였다. 사극에서 풍겨오는 MBC 미술팀 특유의 그 분위기랄까.. 그런 게 분명 있는데, 주인공이 '힘든 환경에서 고생하다가 왕위에 오른다'는 스토리의 기본 골격도 비슷한데다, 같은 '삼국 시대' 배경의 드라마여서 그런 것 같다.


작가가 같았어도  <대장금>의 경우엔 극의 주된 소재도 다르고, 주인공 신분도 다르고, 조선 시대 사극이어서 삼국 시대 배경인 <선덕 여왕>이랑은 기본적인 풍이 많이 다르다.

그런데 <선덕 여왕> 1~2회가 그럭저럭 볼 만은 했지만, 비슷한 분위기의 사극 <주몽> 1~2회에서 느꼈던 그런 강렬한 임팩트는 없어서 좀 아쉽기도 했다. 같은 삼국 시대 배경의 MBC 사극이었지만, <주몽>은 극 초반의 느낌이 정말 굉장했었는데.. 거기엔 '허셀 크로'란 별명이 붙었던 강렬한 포스의 허준호(해모수), 사극에서 늘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는 금와왕 역의 전광렬, 동양적인 단아함과 여리여리한 선을 지니고 있어 사극에 정말 잘 어울렸던 오연수(유화 부인) 등 중견 연기자들의 활약이 대단했던 것도 거기에 한 몫 했었다.(아, 해모수님이시여-)

아직까진 2% 부족한 드라마 <선덕 여왕>, but 앞으론 달라질 수 있을까?

중견 연기자들이 극을 주도해 갔던 <주몽> 초반엔 '남성들의 격렬한 액션'도 있었고, '아련한 사랑'도 있었고, '처절한 비장미'도 있어서 느낌이 참 좋았었는데.. <선덕 여왕>엔 아직까진 크게 확 땡기는 분위기는 없는 듯하다. 거기다 <선덕 여왕> 초반에 몇몇 배우들 '연기'도 이상했는데.. 그 누군가는 혼자 오버하는 연기를 펼쳐 보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배역에 대한 씽크로율이 너무 떨어지거나 연기력이 기대치에 못 미치고, 또 그 누군가는 연기력이 딸리고.. 뭐, 그런 실정이다 보니 안 그래도 산만한 극이 더 산만하게 느껴졌다.(<선덕 여왕> 앞으로의 스토리에선 그런 대목들이 많이 개선되었으면..)

늘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상세한 정보' 없이 드라마 첫 회를 시청하는 편인데(그래야지,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진짜 순수한 시청 소감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드라마 <선덕 여왕> 역시 그러했고, 첫 회 시청 후에야 본격적인 '인물 소개'를 읽어 보았다. 이 드라마 기본 스토리 자체가 주인공 덕만=선덕(이요원)파와 그 상대자 미실(고현정)파와의 격렬한 대립과 사막 마을에서 자란 덕만 공주가 우여곡절 끝에 왕위에 오르는 스토리인데, 극 진행을 빨리 해서 두 파의 '본격적인 대립'이 나와야 극이 한결 재미있어질 것 같다.

세력들끼리 알다툼(?)이나 하고 있던 <선덕 여왕> 1회의 내용은 좀 글쎄...였는데, 어찌 어찌 하다가 <선덕 여왕> 1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진지왕(임호)의 폐위를 위해 미실(고현정)과 함께 등장한 화랑 무리들의 낭장결의(남자 화랑들이 얼굴에 분칠을 하고서, 대의를 위해 죽음이라도 불사하겠단 뜻으로 자진해서 할복하던) 장면이었다. 

딱히 기억하고 싶어서 기억하는 게 아니라, 이상하게 <선덕 여왕> 1회를 다 보고 나니 극 후반에 나왔던 그 '낭장결의' 장면이 가장 강렬하게 느껴졌었다. 어딘지 모르게 왜색이 짙기도 하고, 좀 잔인한 것 같기도 해서 순간 놀랐으면서 이상하게 기억에 남았는데.. 보도된 자료에 따르면, 드라마 <선덕 여왕> 1회에 나왔던 그 '낭장결의' 장면은 실제로 신라 시대 화랑들이 그리 했던 게 아니라 극을 만들어 가면서 작가들이 꾸며낸 이야기라 한다.

할려면 다 같이~ : 다소 '불공평'하게 느껴졌던 화랑들의 할복 낭/장/결/의

그래서인지, 역사 관련 책에 화랑들의 '낭장결의'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거나 그것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존재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월화 드라마 <선덕 여왕> 1회에서 화랑들이 스스로 할복하는 그 '낭장결의' 장면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할려면 다 같이 해야지.. 뒷줄에 있는 화랑들은 안 하네~? 앞의 줄에 있는 애들만 불쌍하다..' 뭐, 그런 생각- 

<선덕 여왕> 1회 한 줄 감상 : 화랑들은 오래 살려면 줄을 잘 서야 한다~

어디서건 줄을 잘 선다는 것은 중요하단 건가, 뭔가..? 그런데 그 '줄'이라는 것을 화랑들 스스로가 서지는 않았을 것 같고, 이 극에 나오는 화랑들도 위에서 시키니까 저런 식으로 줄을 섰을 것이다. '화랑도'에서 '국선'과 '화랑'은 진골 출신이지만 '낭도'는 6두품~평민으로 구성되는데, <선덕 여왕> 낭장결의 장면에서 앞에 내세운 애들은 진골 출신인 화랑이 아니라 보다 신분이 낮은 낭도의 무리였을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사람이 '할복'을 한다고 해서 당장 죽지는 않는 걸로 알고 있다. 사무라이들이 할복 자살같은 걸 할 때에 '할복' 그 자체만으로 죽지는 않기에, 옆에서 다른 이가 목을 쳐서 숨을 끊어지게 한다고 하던데.. 드라마 <선덕 여왕>에서 앞의 줄 화랑들만 희생당한 불공평한 '낭장결의' 장면을 보면서, 당장 숨이 끊어지지는 않고 단순한 '할복' 그 자체로 숨이 끊어지기까지 심히 고통 받았을 앞줄의 부상 당한 화랑들이 걱정되는 오지랖이 나도 모르게 발휘되었다.

덧붙여, 그 장면에서 화랑들이 눈 옆에 시뻘겋게 칠하는 '분장'은 참 별로였다~ 극 중에서 화랑들의 분칠한 모습(분장한 모습)을 몰래 보게 된 소화(서영희)는 화랑들이 여자인 자기보다 더 예쁘네 어쩌고 하면서 설레발 쳤는데, 극을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 그런 분장을 한 화랑들의 모습이 '비주얼'적으로 별로 멋지다거나 예뻐 보이지는 않았던 것-

사군이충, 살생유택.. 내 기억 속의 화랑 : 진평왕 집권 후의 화랑은 어떻게 변모해 갈까

개인적인 성향 자체가 불공평한 걸 싫어하는 면이 강하다. 그래서 앞의 두 줄만 할복하고 말았던 <선덕 여왕> 1회의 그 '낭장결의' 장면을 보면서 자동반사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화랑 무리들이 기왕 목숨을 건 결의를 했으면 '준비...땅~' 한 뒤에 모든 무리들이 '동시'에 할복해야지, 왜 뒤엣 줄은 안 하고 앞의 줄에 있는 애들만 하고 마는 것일까..? 많이 불공평하다~>란 생각이... 의도적으로 목숨을 걸 만큼 강렬한 결의를 다짐했으면 '누구는 하고, 누구는 중간에 하다 말고' 식이 아닌, 그 이벤트에 참여한 모든 화랑들이 '공평하게' 목숨을 걸어야 하지 않았나 싶었다.

갑자기 등장한 잔인한 장면에 좀 놀라기도 했었고, 그들이 보여준 행태 자체가 심히 부당하다는 생각도 들었기에, <선덕 여왕> 1회 시청 후 생뚱맞게도 화랑들의 그 '낭장결의' 장면이 가장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버렸다. 앞으론 '불공평한 화랑' 말고, '멋진 화랑'들의 활약상도 좀 그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