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거액의 제작비를 들여 야심차게 준비한 월화극 <선덕 여왕>이 첫방송되었다. 극 초반 분위기가 많이 어수선하고, 특정 배역에 대한 씽크로율이 떨어져 보이거나 몇몇 배우들 대사 처리 & 표정 연기에서 어색한 부분이 있었으나, 그 나름대로 볼거리가 많고 재미있을 것 같은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는 기존의 많은 사극에서 그러했듯 <원래는 왕족이었으나 출생의 비밀을 안고 비루하게 살아가다가 훗날 선덕('선덕'은 덕만의 시호, 즉 제왕이나 재상, 유현들이 죽은 뒤에 그들의 공덕을 칭송하여 붙인 이름) 여왕이 되는 덕만 공주(이요원)가 탐욕스런 최강 권력자 미실(고현정)에 맞서 결국 미천한 상황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거듭나는 성공담을 다루는 사극>에 속한다. 아마.. 이러한 두 여인네들의 갈등이 한국 사극의 단골 소재인 '두 대립 인물(선인과 악인) 설정'과 두 파 사이에서의 '궁중 암투'를 그려내는 드라마 소재로써 효과적이기에,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신라 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이런 구도를 택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같은 사극이라도 아예 역사 속에는 없는 새로운 인물을 드라마 작가가 창작하여 만들어낸 스토리라면 그런 류의 논란이 없겠지만, 이 드라마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은 우리 나라 역사 속에 존재했던 실존 인물들이기에, 극 진행에 따라 '역사 왜곡'에 관한 이런 저런 논란이 나올 법한 드라마이다. 사극이란 장르에서의 드라마 속에서 극적인 재미를 위해 작가적인 창작력을 동원하여 군데군데 허구적인 내용을 집어넣을 수는 있겠지만, 역사책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는 것들에 대한 '실제 역사에 대한 왜곡' 혹은 '극 안에서의 오류' 같은 대목은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일차적으로, 드라마 <선덕 여왕>은 주인공들 '나이'에 관한 대목에서 많은 의문이 들게 만든다.

2회 방영분을 보면, 현재 미실(고현정)의 나이는 진평왕(백종민/성인-조민)보다 15세 많다고 나온다. 현재 아역으로 나오고 있는 백종민(진평왕)이나 박수진(마야 부인)이 아무리 어려도 극 중에서 아이까지 낳고 부모가 된 걸로 봐서 15세는 족히 넘어 보이는데, 그렇담 주인공이 태어난 현재 시점의 미실(고현정)은 최소 30세는 넘었다는 얘기가 된다. 미실 역의 고현정이 나중에 선덕 여왕(이요원) 시절에 (그 시대 평균 수명이나 노화 정도를 감안해서) 노역 분장을 하거나 중년 여인 분장을 하고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실제 나이 10세 정도 차이의 주인공들이 극 중에서 무려 '30세 차이'로 나오는 건 여러모로 모양새가 좀 이상하다.

또한, 드라마 <선덕 여왕>에 나오는 인물들의 '나이'는 역사 속의 실제 연도하고도 계산이 맞지 않는다.

신라 24대왕 '진 흥  왕' : 540~576년
신라 25대왕 '진 지  왕' : 576~579년
신라 26대왕 '진 평  왕' : 579~632년
신라 27대왕 '선덕여왕' : 632~647년

이 드라마 1회에서 미실(고현정)은 성인의 모습으로 등장하여 진흥왕(이순재)하고도 통정한 걸로 나온다. 진흥왕 통치 기간이 540~576년이니 진흥왕은 576년에 사망했다는 얘기가 되는데, 극 중에서 미실(고현정)과 본격적으로 맞서야 하는 덕만 공주(이요원)가 선덕 여왕이 되는 해는 632년.. 1회분에서 미실이 진흥왕을 모시던 그 시기와 무려 56년의 차이가 난다. [ 632(이요원이 맡은 덕만 공주가 '선덕 여왕' 되는 해)-576(고현정이 맡은 미실이 1회에서 덕만 공주의 증조 할아버지인 진흥왕과 엮이게 되는 마지막 시기)=56년 ] 아무리 생각해도, 미실의 맞수에 속하는 선덕 여왕(이요원)의 증조 할아버지(이순재)인 진흥왕 시기에 성인 배역으로 등장한 미실(고현정)이 그 증손녀대에까지 이르는 엄청난 세월에 속하는 '4대'에 걸쳐 활약하기엔 좀 무리가 있어 보인다.

드라마 <선덕 여왕> 속에서 진지왕이 폐위되고 어린 진평왕(백종민)이 6~10개월 정도 통치한 걸로 나오는 현재 시점(천명, 덕만 공주 탄생)의 미실 나이는 최소 30세이고, 진지왕(임호)은 3년 통치하다가 폐위되었으니 극 중에서 진흥왕(이순재)이 죽던 그 해(576년)의 미실 나이는 최소 27~28세 정도 되는 셈이다. 그러니, 이제 갓 탄생한 덕만 공주(이요원)가 선덕 여왕이 될 즈음(632년)엔 미실(고현정)의 나이가 83세 정도 되어야 한다. 그런데, 미실은 실제로 5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이건 과연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이렇게나 시간적인 갭이 큰 신라 '24대 진흥왕(이순재)과 27대 선덕 여왕(이요원) 사이'에서 미실(고현정)이란 인물이 처음부터 '성인'으로 등장해서 두루두루 활약하기에는 실제 역사에 나오는 '사실성'이 왜곡되는 부분이 크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사극엔 약간의 허구성이 가미되지만, 실존했던 역사 속 인물.. 그것두 활약했던 연도가 너무도 정확하게 사료로 남아 있는 대목이 드라마에서 많이 과장되고 왜곡되어 버리니, 극적인 재미를 떠나서 그런 데 대한 아쉬움이 참 크다.

극적인 재미를 안겨다 주어야 할 드라마가 100% 사실적일 순 없지만, 역사 속에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을 극을 통해 너무 눈에 띄게 왜곡해 버리면 학교에서 기본적인 국사를 공부한 시청자들 입장에선 많이 혼란스럽고 불편해지는 게 사실이다. 이 드라마는 여러 재미난 요소들이 많지만 역사 속의 실존 인물을 다루는 이상, 그런 역사적인 고증 면에서 조금만 더 신경 썼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