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년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만우절이다. 그래서인지, 가는 사이트마다 장난기 가득한 만우절 이벤트가 이어졌다. 학교 다닐 땐 '만우절' 때 반 애들끼리 짜고 하는 '선생님 놀려먹는 이벤트'도 참 많았었는데, 너무 심하지 않은 장난은 가볍게 받아들여지는 유쾌한 날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언젠가부턴 이 '만우절'에 꼭 떠오르는 아련한 이름이 있다. 영화 배우 장국영(張國榮)...


그는 몇 년 전 이 날(만우절)에 정말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났는데, 한 때 그가 출연했던 영화를 보고 그의 연기에 감탄했던 기억에 마음이 꽤 아팠더랬다. 이번에 장국영 사망 6주년을 맞아 3월 27일부터 4월 23일까지 '장국영 메모리얼 필름 페스티벌' 이 열린다고 한다. 서울의 헐리우드 극장과 드림 시네마에서 <야반가성>, <백발마녀전>, <해피 투게더>, <영웅본색> 시리즈 등 장국영이 출연했던 영화들을 엄선해서 상영하는... 이 페스티벌에선 개봉 당시 심의로 몇 장면이 삭제되었던 영화 <춘광사설(春光乍洩)-해피 투게더>의 무삭제 버전을 선보인다고 한다.

상 영 시간표를 보니 첸 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는 없는 것 같던데, 이 영화에서의 장국영 모습은 유난히 인상적이었던 터라 좀 아쉽긴 하다. 영화 <패왕별희>는 예전에 극장에서 보았으며, 거의 3시간 가까이 되는(3시간 넘는?) 러닝 타임에도 전혀 지루하단 느낌이 들지 않았던 영화였다.

원조 꽃미남 '장국영'은 기본적으로 잘생기고 귀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애잔한 느낌'을 안겨다 주었던 배우였는데, 영화 <패왕별희>에서는 그의 그런 모습이 극대화되는 듯하여 매 장면마다 꽤 몰입하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스케일 크고 방대한 소재의 내용'이 담긴 <패왕별희>같은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기에...


그 이후에 나온 첸 카이거 감독의 또 다른 영화 <풍월(風月)>은 <패왕별희>처럼 호평을 받지는 못했지만, 꽤 인상적으로 본 영화이다. <패왕별희>에선 연적으로 나왔던 '장국영'과 '공리'가 <풍월>에선 연인 사이로 출연했는데, 그 영화에서의 '비극적인 결말'은 너무나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화 <풍월>에서의 장국영은 '유부녀들을 유혹해서 돈 뜯어내는 바람둥이 건달' 역으로 나왔는데, 같은 목적(여주인공 가문의 재산을 뜯어낼려던 보스의 명령)으로 공리에게 접근하게 되었으나 어쩔 수 없이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극 중에서 충량(장국영)이 암흑가 건달이란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계속해서 그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못하는 여의(공리)와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사랑하지 않는 척 늘 차갑게만 대하던 충량(장국영)은 결국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데.. 꽤 오래 전에 본 영화라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마지막에 충량(장국영)이 아편 중독자인 자기 매형에게 그랬던 것처럼 여의(공리)에게 '비상이 든 아편'을 선물한 뒤 뒤늦게 다시 쫓아와 사랑하는 그 여인의 '폐인이 되어버린 모습'을 보구서 오열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 대목에서 '공리(여의)'의 모습은 화면에 나오지 않았던 것 같고 '장국영(충량)'의 얼굴이 클로즈 업된 오열씬이 이어졌는데, 엄청난 '처절함과 안타까움의 미학'이 흘러넘친 장면이었다. 극 중에서의 그 남자 주인공(장국영)은 결국 암흑 세계를 배신한 대가로 부둣가에서 '죽음'을 맞게 되고, 비상을 탄 아편으로 인해 여주인공(공리)은 결국 '식물 인간'이 되어 버린다.


반송장이나 다름없는 여의(공리)가 멍한 표정으로 가문의 행사에 (의자에 앉혀진 채) 실려나온 대목이 영화 <풍월>의 마지막 장면이었던 것 같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그 뭐랄까.. 예전에 문학 시간에 배웠던 어마어마한 분위기의 '비장미', 뭐 그런 게 느껴지면서 개인적으로 <풍월>이란 영화가 굉장히 인상 깊게 다가왔다.

'여주인공'은 그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남자 주인공을 많이 사랑하고 '남자 주인공'은 결국 자신도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음을 깨닫게 되지만, 다른 남자랑 '사랑 없는 결혼'을 해야만 했던 여자는 아편 중독이 된 후 치명적인 독으로 식물 인간이 되고, 그 모든 인연을 끊고 떠나려던 남자는 검은 손에 의해 부두에서 죽음을 맞게 되는.. 아주 비장하고도 비극적인 결말이 아닌가 싶다.

영화 <풍월(風月)> 하면 주제가로 장국영이 부른 'A thousand dreams of you'가 참 유명한데, 그 곡보다는 장국영과 진숙화가 함께 부른 '당진취호(當眞就好)'가 좀 더 내 취향에 가깝다. 장국영과 공리가 함께 한 이 영화 주제가 '당진취호(當眞就好)'의 뮤직 비디오도 있는데, 지금은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오래 전 이 영화 뮤비를 쉽게 접할 수 없었던 PC 통신 시절에 영화 <풍월>을 보고난 뒤 그 주제곡 뮤직 비디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PC 통신 영화 자료방'을 막 뒤져서 어렵게 이 M/V를 감상했던 기억이 난다.

장국영 & 진숙화 - 당진취호(當眞就好) MV / 영화 <풍월>

이 뮤직 비디오 앞 장면에 나오는 장국영의 연기도 꽤 인상적이고, 전반적인 곡 분위기가 '퇴폐적이면서도 비극적이고 아련한 정서의 이 영화 느낌'과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되는 노래이다. 이 영화 속에는 장국영과 공리의 요씬(?)도 나오는데, 막상 영화를 보면서는 그 살색 완연한 러브씬이 별로 야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더랬다. 굉장히 아름답고 분위기 있게 잘 연출된...

영화 <풍월>을 찍을 당시 공리(巩俐)는 30대였고 장국영(張國榮)은 40세를 넘긴 나이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 나온 그들의 모습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아름다워 보였다. 영화 속에서 매사에 '냉소적인 바람둥이'로 나온 장국영은 그 어떤 여자라도 쉽게 넘어갈 정도로 매혹적이었으며, 공리는 그 나이에도 여전히 여성스럽고 청순한 매력이 흘러넘쳤다.

마흔이 넘어서도 특유의 '꽃미남'스러운 면모를 잃지 않고, 거기에 '남성적인 분위기'까지 가미되어 더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장국영은 5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미중년으로 남을 것 같았는데, 이젠 더이상 그의 늙어가는 모습을 볼 수 없다니 참 아쉽다. 이렇게 그가 거짓말처럼 떠나버린 날 '만우절'이 되면, 유독 배우 장국영 생각이 많이 난다. 그 아름다웠던 모습도,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그의 연기도...

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