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세상

신(新)데렐라는 있다?-꽃.남의 이민호

타라 2009. 2. 19. 09:52

1월 첫 방송 이후 매 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주연진들의 수가 많아서인지 하루가 멀다하고 '꽃.남'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몇 편의 출연작이 있긴 했지만 범대중적으로 이름 알려지지 않아서 한동안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신인 '이민호'는 이 드라마를 통해 신드롬 수준의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그에 대한 일거수 일투족, 또는 과거 행적에 관한 모든 것들까지 시시때때로 보도되면서 대중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일당 5만원의 무명 모델에서 억대 개런티를 받는 광고계의 신데렐라로~

그동안 여러 편의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차근차근 연기 경력을 쌓아온 이민호는 남자다운 체형의 큰 키와 이국적인 마스크 등 꽤나 좋은 '외모' 조건에 더하여 그럴 듯한 '연기력'까지 갖춰 기존에 이미 성장한 스타들만 존재하고 20대 젊은 배우층에선 좀처럼 '대형 신인'이 탄생하지 않았던 연예계에 젊은 피를 수여하며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드라마의 흥행과 배우 개인의 인기에 힘입어 광고계에서도 이민호에 대한 러브콜이 끊이질 않고 있으며, 최근엔 이민호가 CF를 통해 대략 얼마를 벌어들이게 된다는 사실 또한 공공연히 기사화되고 있다.

불과 2달 여 전인 작년(2008년)까지만 해도 대한 민국 내에서 20대 연기자 '이민호' 하면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을 정도로 무명에 가까운 배우였는데, 이젠 촬영장마다 그의 얼굴을 보려고 몰려든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한국의 웹사이트가 이민호 컨텐츠로 도배될 정도로 유명한 배우로 급성장했다. 드라마가 한창 진행 중인 지금도 이민호가 계약한 광고 수는 꽤 많은 편인데, 드라마 끝나고 나면 아마 훨씬 더 많은 광고에 출연하고 더 큰 수익을 거둬들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몇 년 전 일당 5만원의 잡지 모델에서 이젠 확고한 주연급 배우로, 수 억 원대의 광고 모델이 되었으니 이 정도면 가히 '남자 신데렐라'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신데렐라'라는 용어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어떤 사람이 하루 아침에 유명해졌거나 어떤 매개체를 통해 신분 상승을 이뤘을 때' 보통 그런 용어를 사용하곤 한다. 연예계에서도 종종 '가요계의 신데렐라', '영화계의 신데렐라'.. 이런 용어를 자주 사용하곤 했었는데, 최근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통해 신드롬 수준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신인 배우 이민호야말로 2009년 드라마계의 진정한 신데렐라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동화 <신데렐라> 스토리와 순정 만화 <캔디 캔디>, 주니어 소설 <키다리 아저씨>를 원형으로 한 가난한 여주인공의 신분 상승 스토리의 트렌디 드라마가 많이 만들어졌고 그런 류의 드라마는 대부분 한국에서 먹혔으며, 일각에서는 그런 식의 신데렐라 스토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어 왔었다. 소설이나 만화, 드라마에 나오는 저런 설정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부분이 많기에 괜시리 대중들에게 '허황된 꿈'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그런 식의 우려였다.

인생 역전, 꿈은 이루어진다~ : 대중들의 마음 속에 은연중에 자리하고 있는 판타지

하지만 현실에서도 종종, 짦은 시간 내에 좋은 흐름을 타서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게 되는 그런 류의 '신데렐라'들이 존재하긴 하나 보다. 어쩌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 마음 한 구석엔 현실이 그렇게 녹록치 않다는 걸 알면서도 은근히 '신분 상승, 인생 역전, 꿈은 이루어진다~' 류의 '신데렐라' 내지는 '파랑새는 있다' 욕구가 존재하지 않을까..? 그러한 개개인의 마음 속 깊은 곳의 로망을 간접적으로나마 실현시켜 주기에 <꽃보다 남자>같은 전형적인 캔디 캐릭터, 신데렐라류 스토리의 드라마가 대중적인 호응을 얻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실제의 현실은 드라마하곤 많이 다른 게 사실이다. 최근, 드라마의 인기로 연예계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연이은 광고 체결로 신데렐라가 된 배우 이민호가 맞게 된 오늘날의 이 현실이 결코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려서' 얻게 된 결과는 아닐 것이다. 요즘 드라마 수요층들은 나름 똑똑하고 깐깐한 구석이 있어서 연기 제대로 못하는 발연기자들에 대해선 잔혹스러우리 만치 까탈스럽게 구는 경향이 있다. 이미 기존의 여러 판본들과 원작팬을 보유한 <꽃보다 남자>란 드라마에서 메인 남자 주인공 구준표 역을 맡은 이민호가 만약 연기를 못하는 배우였다면 드라마 시작 후 가루가 되도록 까였을지도 모른다.

첫 번째 죄목은 이미 다수의 팬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많은 여성들의 로망이기도 한 멋진 순정 만화의 남자 주인공 '츠카사(구준표)' 역을 망쳤다는 죄목.. 두 번째는 전혀 이름 알려지지도 않은 듣보잡의 배우가 연기도 못하면서 감히 이런 유명한 작품에서 F4의 리더이자 제 1 남자 주인공을 맡게 되었다는 죄목으로 말이다.. 하지만 다행이 이 드라마에서 메인 남자 주인공인 '구준표' 역을 맡은 이민호는 연기력이 나쁘지 않았고, 어떤 장면들에선 신인 치고는 꽤 세밀하다 싶은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었다. 

또한 다른 판본에서는 좀처럼 발견되지 않았던 한국판 츠카사만의 고유한 매력을 발산하며 어린 소녀팬들 뿐 아니라 비교적 나이가 있는 시청자들에게까지 어필하고 있는 실정인데, 20대 초반의 나이 어린 배우가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연기신이 내려 그러한 연기 내공이 저절로 발휘되지는 않았을 것 같고, 이름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동안 여러 작품들을 통해 나름 쌓아온 연기 경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허황된 꿈의 쉰데렐라~? No! 개개인의 구체적인 노력을 통한 신(新)데렐라~

'신데렐라'라는 용어 안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신데렐라 콤플렉스>란 책에 나오는 것처럼 그것이 단순히 자기 노력 없이 '그 누군가의 힘에 조용히 묻어가거나 거기에 의존해서 신분 상승'을 이루려 하는 거라면 그런 식의 환상을 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만일 '자기 노력에 의한 신분 상승' 내지는 '꿈의 실현'을 통해 한 단계 더 나아진 인생'을 의미하는 거라면 평범한 일상을 살아 나가는 사람들도 개개인의 치열한 노력을 통한 그런 식의 '업그레이드된 삶'은 한 번쯤 꿈꾸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좋은 판매 전략을 써서 장사가 대박 날 수도 있고, 공부하는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자격증을 따거나 어려운 시험에 합격할 수 있고, 직장인들은 열심히 자기 스펙을 가꿔서 연봉을 올릴 수도 있고.. 뭐 그런 식의, 자기가 노력해서 이루는 신(新)데렐라 모드 말이다.

배우 이민호 역시 지금은 한창 인기 드라마 출연을 통해 주가 상승 중이지만, 원래 연예계의 인기란 것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연예계에는 '반짝~' 하고 떠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스타들도 꽤 많았었다. 연기자 이민호가 반짝 스타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배우계 신(新)데렐라가 되려면 앞으로도 꾸준한 자기 관리와 작품 고르는 안목, 치열한 연기 공부 등 여러 가지 개인적인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그가 반짝~ 하고 내려앉는 거품 스타로 남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시청자들에게 기쁨 줄 수 있는 그런 연기자로 남을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