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과 감성 2008.09.30 08:52

요즘 '책 읽기'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사람이 독서를 많이 함으로 인해 얻게 되는 이득은 참 많다고 생각하는데, 그 '책 읽기' 하면 늘 떠오르는 학창 시절의 급우가 있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 반 친구인 여자애였는데 그 애는 항상 책을 옆에 끼고 살았다. 다른 친구들이 쉬는 시간에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놀이에 열중해 있을 때에도 그 아이는 늘 책을 읽었고, 심지어는 밥 먹을 때조차 옆에 책을 놓지 않았는데.. 반 친구들이 밥을 같이 먹자고 이야기해도, 그 아이는 됐다고 하면서 '밥 한 숟가락' 뜨고 '책 반 페이지' 정도 읽고, 또 밥 한 숟가락 뜨고 책 읽기에 몰두하고.. 그러다가 밥을 남기기 일쑤고... 항상 그렇게 책 읽기에 몰두하던 친구였다.

글쓰기 능력을 함양시켜 주는 독서의 힘

그렇게 '책벌레'였던 그 아이의 진가는 그 다음 학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학교에서 백일장을 하기만 하면 그 아이는 늘 운문부(시 부문)에서 장원을 하곤 했었다. 때론 학교 행사로 '입상한 학생들의 시'를 판넬해서 학교 복도에 걸어놓곤 했는데, 한 번씩 지나가면서 장원한 그 친구의 시를 읽으며 감탄, 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아니, 무슨 초등학생이 이렇게 시를 잘 쓰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 아이의 시에는 빠져들 수밖에 없는 굉장히 신선한 매력이 있었으며, 지나가면서 읽고 또 읽고 해도 언제나 감탄하게 되는 훌륭한 문장력이었다. 그게 다 '평소 때 그 친구의 열성적인 독서의 힘' 때문이었으리라...

물론 '글을 잘 쓰는 재능' 또한 운동을 잘하거나 노래를 잘하는 것처럼 어느 정도 타고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때로 '방대한 분량의 독서'는 없던 문장력을 생기게도 만들고 원래 타고난 글재주를 더욱 더 향상시켜 주는 기능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한 때 매료 당했던 그 친구의 시는 지금은 시간이 너무 오래 흘러서 뭐였는지 잘 생각이 안나는데.. 이런 경우를 접할 때마다, 타임 머신 타고 그 옛날로 돌아가 내가 '궁금해하는 그 무엇인가'를 다시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벌레 시인,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예전에 내가 알고 지냈던 지인, 또 지인의 측근 중에는 책을 낸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언젠가는 그 친구도 시인 누구누구 하며 책이라도 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때 그 이름으로 말이다.. 초등학교 때 벌써 그런 대단한 시를 써냈으니, 나이 들어서도 그 친구의 문장력은 여전하거나 더 대단해졌을 것 같다. 부디 그 재능을 썩히지 않았으면... 서점에서 시집 파트를 들락거리며 그 동기 여자애의 이름이 쓰여진 시집이라도 발견하게 되면 '혹시 옛날 그 친구인가?' 싶어서 냉큼 구입하게 될 것 같다. 그럴 일이 있을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요즘엔, 개인적으로 자비 들여서 책을 출판하는 경우도 종종 있던데.. 혹시라도 그 친구가 여유가 생겨 시집이라도 낸다면.. 그렇담, 어린 시절 백일장에서 장원했던 시들도 보너스로 실어주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그 때 그 시절.. 지나다니면서 한 번씩 복도에 걸린 그 친구의 시를 읽으며 참으로 감탄하면서 매료 되었던 그 시의 구체적인 '내용'이 뭐였는지, 너무나도 궁금해지는 날이다...


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