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정명의 소설을 각색한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방영 중인데, 기대했던 바대로 대본-연출-연기의 삼박자가 훌륭하게 맞아떨어져 아주 흡족해하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미술적인 부분도 굉장히 뛰어난데다, 드라마 배경 음악도 아주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클래시컬하면서도 아련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배경 음악과 다채로운 색감의 그림이 여러 면에서 명품 사극으로 거듭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무엇보다 이 드라마에는 주/조연 할 것 없이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없어서 보기에 굉장히 편안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드라마 <바람의 화원> 속 남장 여인 문근영(신윤복)

특히 주인공 '신윤복' 역을 맡은 연기자 문근영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남장 여자, 남자같은 말투와 남자의 모습으로서 살아가는 도화서 생도의 모습을 아주 자연스럽게 잘 보여주고 있는데.. 사극 속에서 남자 분장을 하고 나오는 '남장 여인' 캐릭터는 여배우로서 한 번 쯤은 욕심 내어볼 만한 그런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순정 만화 속에도 간혹 남장 여인이 등장하곤 하는데, 많이 알려진 캐릭터로 <베르사이유의 장미>에 나오는 '오스칼',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 나오는 '레 샤르휘나' 등이 남장 여인 캐릭터로 비교적 알려진 만화 인물이다.

한국 드라마 사극 속에서 남장 여인으로 등장한 배우는 최근 방영되고 있는 <바람의 화원> 문근영 뿐 아니라, 2002년도에 방영된 <대망>의 손예진과 2003년에 방영된 <다모>에서의 하지원 또한 극 중에서 남장 여인으로 분한 바 있었다.

<대망>은 과거에 <여명의 눈동자>와 <모래 시계>를 같이 만들었던 '송지나(작가)-김종학(PD)' 라인이 만든 퓨전 사극 드라마이다.


드라마 <대망>은 송지나-김종학 라인의 전자 드라마들에 비해 시청률 면에서 대박 드라마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굉장히 폄하되었던 드라마이기도 한데, 당시 중박 정도의 흥행은 했으며 나름 매니아층이 두터웠던 드라마로 기억하고 있다. 또 알려지기로는 폐인 드라마의 효시 <다모>가 한국 최초의 퓨전 사극 쯤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한국의 퓨전 사극으로 <다모> 이전에 <대망>이 순서상으론 먼저였다. <대망> 역시 캐스팅이 꽤나 화려했던 드라마였는데, 당시 조연으로 나왔던 연기자 박상원이 최초로 악역에 도전한 드라마이기도 하며 주인공으로 장혁, 이요원, 한재석, 손예진이 출연했다.

드라마 속에서, 꼭 짝짓기를 해야 캐릭터가 멋진 건 아니다

드라마 <대망> 속에선 역할 상 장혁(무영)-이요원(여진)은 서로 사랑하는 연인으로, 악역이었던 한재석(시영)과 손예진(동희)은 그들 주변을 맴도는 짝사랑 등장 인물로 나왔었는데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은 짝사랑만 하다가 그친 한재석이나 손예진 캐릭터 쪽이 더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만큼 캐릭터가 매력 있었으므로.. 평소 청순하고 여성스러운 역할을 많이 했고 또 그런 이미지로 알려졌던 손예진은 드라마 <대망>에서는 일부러 남자 옷을 즐겨입는, 유쾌하고 털털하면서 머리가 굉장히 뛰어난 인물인 '동희'로 출연했었다.

여인의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인물은 아니고, 성향 자체가 특이하고 상인인 아버지가 남자애처럼 키워서 남장을 주로 하고 다니는 인물이었는데 개인적인 느낌으로, 손예진이 이제껏 했던 영화/드라마 속 모든 캐릭터를 통틀어 드라마 <대망>에서의 동희 캐릭터가 가장 매력 있게 느껴진다. 청순하거나 섹시한 캐릭터, 단정한 캐릭터도 좋지만 다소 호들갑스러우면서 유쾌발랄한 괴짜 캐릭터 '동희'야말로 손예진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을 가장 극대화시켜준 매력 만발의 캐릭터였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손예진의 캐릭터 : 드라마 <대망>에서의 '동희'

당시, 드라마 <대망>은 펼쳐나갈 이야기가 많이 남았다는 이유로 몇 회 연장되기도 했었지만 손예진은 기존의 분량을 다 채우기도 전에 영화(클래식) 촬영 스케줄을 핑계로 중간에 도중하차 해버렸는데(청나라 유학 가는 설정으로..) 그 드라마 속에서 '동희' 캐릭터를 가장 좋아했었기에 그 때 당시 상당히 배신감을 느꼈던 안 좋은 기억이 있다. 다른 동희 팬들의 원성도 자자했던 걸로 알고 있다.

나중에 영화 <클래식>을 봤는데.. 나름 재미 있었지만 그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띈 인물은 조승우였고 캐릭터적인 면에선 그다지 새로울 것도, 매력 느낄 것도 없었던 아주 전형적인 분위기의 <클래식> 여주인공 보다는 드라마 <대망>에서의 '동희' 캐릭터야말로 손예진의 연기 인생 중 가장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캐릭터였다고, 아직도 그리 느끼고 있는 중이다..

폐인 드라마 <다모>의 여전사 하지원(채옥)

2003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폐인 드라마 <다모> 속에서의 주인공 하지원(채옥) 또한 좌포청 다모 출신으로, 가끔 저잣거리에서 변복 근무를 설 때나 장두령 산채에 스파이로 위장 잠입해 있을 때 남장 여인으로 분한 적이 있었다.

<바람의 화원> 문근영이나 <대망> 손예진의 경우와는 달리, <다모>에 나왔던 하지원은 무술 실력도 뛰어난 캐릭터를 맡아 비교적 난이도 높은 액션도 많이 선보였는데 <다모>의 채옥(하지원) 캐릭터야말로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 속 오스칼이나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 나온 레 샤르휘나, 그 여전사 이미지와 더 가까운 분위기가 아니었나 싶다.

'슬픈 눈'을 사랑하게 된 남장 소녀, 하지원의 '남순' : 영화 <형사-Duelist>

그래서.. 고단수 무술 실력자인 이 쪽은 눈빛부터가 아주 강렬하다. 물론 고운 모습의 여자 한복을 입고서 나으리와의 멜로도 있었지만, <다모>의 채옥(하지원)
드라마의 처음과 끝을 활동하기 편한 한복을 입고서 들판을 누비며.. 남장 여인으로서 마무리한다.

방학기의 만화에서 출발한 <다모>는 각색을 거쳐 드라마(정형수 극본, 이재규 연출)로 탄생하고, 또 다른 각색을 거쳐 이명세 감독의 영화로도 재탄생했었는데 <다모> 영화 버전인 <형사-Duelist>에서도 하지원은 포청 다모이면서 가끔 남장을 하기도 하는 주인공 '남순'으로 등장했었다. '슬픈 눈(강동원)'과의 아련한 첫사랑을 나누는 인물로..

같은 다모이지만 드라마 <다모>에 나온 '채옥'은 보다 더 여성스러우면서 한이 서린 인물이었고, 영화 <형사-Duelist>의 '남순'은 투박한 선머슴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하지만 결국 '슬픈 눈(강동원)'과의 가슴 아픈 아스라한 사랑을 통해 내면의 여성성이 깨어나는 인물로, 멋 모르는 터프한 소녀에서 여인으로 거듭나는 그런 캐릭터이기도 하다.

여인과 사내 : 조선의 화가, 남장 여인 신윤복과 그의 스승 김홍도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바람의 화원>의 문근영은 영화 <와호장룡>의 여주인공이나 드라마 <다모>의 여주인공처럼 무술을 하는 남장 여인은 아니지만, 남자 생도들 사이에서 여성의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아슬아슬한 캐릭터로서 순정 만화 <갈채> 시리즈에서의 여주인공을 떠올리게도 한다.
이 쪽은 나름 중성적이면서도 자세히 보면 대놓고 꽃미남처럼 생긴 예쁘장한 이미지인데, 나중에 스승 김홍도(박신양)가 그의 성별을 알게 될 당시의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또 기생 정향(문채원)과의 관계가 어떻게 펼쳐질지 꽤나 흥미진진할 것 같다.

보통 선이 곱고 잘생긴 남자들을 향해 '꽃미남'이란 단어를 많이 쓰는데, 원래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가 신분을 숨기고 남장을 하고 다닐 때.. 그 때야말로 제 3자 눈으로 봤을 때 진정한 꽃미남이 탄생하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 예전부터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남장 여인' 캐릭터에 매력을 많이 느껴왔던 터라, 이번 드라마에서 남자로 변신한 문근영의 활약 또한 무척이나 기대 된다...

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