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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지처 클럽-오지랖 넓은 조강지처들의 지겨운 '동네 한 바퀴' 놀이

타라 2008. 9. 8. 09:45
SBS 주말극 <조강지처 클럽>은 시청률 면에서 잘나가는 드라마이다. 원래는 진작에 끝났어야 할 드라마인데 계속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다 보니 급기야는 100회가 넘는 분량으로 늘어났고, 어느 순간부터 이 드라마의 스토리는 쓸데없는 '사족 장면'의 남발로 질질 끌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최근 시청률 30%를 넘기며 막판 스파트에 열을 올리고 있는 <조강지처 클럽>을 집필 중인 문영남 작가는 원래는 <분노의 왕국>과 같은 멀쩡한 소설, 꽤나 독특하고 신선하고 괜찮은 드라마를 썼던 작가인데, 2000년도에 접어들어선 작품성이나 완성도와는 영 거리가 먼 '소모성 불량 식품 성격'의 가족 드라마를 집필하고 있다.

그래도 드라마적인 재미는 있는지 늘 '시청률'은 잘 나오는 편인데 그 와중에, 어느 순간부터 시청자들로부터 '작가의 마인드가 이상하다' 내지는 '저건 쓰레기 드라마야' 등등의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는 것- 드라마 '시청자'들을 주 소비자=고객으로 두고 있는 드라마 생산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고객들에게 그런 얘기를 듣는다는 건 분명, 별로 마음 편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그나마 박수(?) 칠 때 적당히 끝내야 하는 법인데..

원래 기획된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의 기본 설정을 보면 '남편 혹은 아내의 바람으로 인해 배신당한 조강지처 클럽의 멤버(안양순, 한복수, 나화신, 길억)들이 배신 때린 배우자를 향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응징을 가한다'는 나름 유쾌하고도 통쾌한 '복수극'이라고 되어 있는데,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조강지처 클럽>의 흐름은 영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기다리다 지친 시청자들 속 터지는 방향으로~

이기적인 자뻑 왕자 남편에게 벌써 두 번이나 배신 당한 복수(김혜선)는 이제는 진실한 사랑을 만나 길억(손현주)이랑 좀 잘 되어가나 싶더니 드라마 속에서 내내 지지리 궁상을 떨며 길억과의 그 관계가 엎어졌다가, 다시 잘됐다가, 엎어졌다가, 다시 잘됐다가, 또 엎어지는 '지지부진한 스토리' 무한 반복의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한원수(안내상)의 싫증으로 이제는 찬밥 신세가 되어버린 불륜녀 모지란(김희정) 역시 예전에 본처 나화신(오현경)이 한원수에게 당했던 그대로, 똑같은 스토리의 '짝퉁 복제 버전'을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그것도, 나화신의 수난기 때에 비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버전으로 말이다.

'부처'보다도 넓고 '예수'보다도 깊은 마음의 소유자 : 그 이름, 바람난 남편의 '본/부/인'

게다가 주인공 조강지처 클럽 멤버들에게 큰 고통을 준 그들(한심한, 이기적, 한원수, 정나미)은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 이 드라마 '기획 의도'대로 별로 통쾌하게 복수당한 것 같지도 않다. 입은 거칠어도 속마음은 부처가 따로 없는 '바다 같은 마음의 안양순 여사(김해숙)'는 '딴 여자랑 살림 차리고 살다 와 이제는 불구가 되어버린 늙은 남편 한심한'을 받아들인 뒤 심지어는 그 상대 여자까지 거둬들이는 오지랖을 선보이고, 이제는 그 둘을 결혼까지 시켜주는 엽기적인 행각을 선보이고 있다.

조강지처(김해숙) 놔두고, 정식 이혼도 하지 않은 채 다른 여자랑 실컷 살다온 한심한(한진희)은 늦은 나이에 사랑하는 분자랑 또 한 번 결혼하게 되었다며 은근히 좋아하고, 남편의 여자인 분자
(이미영)는 겉으론 "형님, 저는 됐어요~" 하면서도 은근히 자기 실속 다 차린다. 살면서 '웨딩 드레스' 못 입어본 게 정 한이 되면, 그냥 한심한이랑 같이 사진관 가서 웨딩 드레스 입고 사진 한 판 박으면 될 일이다. 게다가 요즘엔 일반인들이 무척 쉽게 드레스를 접할 수 있는 '웨딩 드레스 대여 카페'도 있거늘, 법적으로 본부인이 엄연히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데 '바람 핀 남편과 그 세컨드와의 결혼식'은 또 무엇인지? ;;


자기 남편이랑 바람 핀 상대녀의 '여자로서, 웨딩 드레스 소원' 하나 때문에 그 친아들과 이제껏 남편에게 버림 받고 살아온 본부인이 발벗고 나서서 '결혼식'까지 치러준다는 설정은 심히 오버스럽고, 아울러 그런 스토리를 쓰는 작가의 뇌구조가 엄청나게 궁금해지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시대 상황'이나 보편적 범주에서의 '대중들 정서'와는 심히 동떨어지는 설정-

남자 하나 잘못 만난 것 때문에.. : 여자라서, 동질감 느껴요~(?)

본부인의 막내둥이가, 알고 보니 자신이 경멸해 왔던 '아버지의 세컨드'가 낳은 자식이었다는 이런 설정은 문영남 작가의 예전 드라마 <정 때문에(KBS 일일극)>에도 나온 적이 있는 설정이다. 본부인(정혜선)을 친엄마로 알고서 아버지의 세컨드(강부자)를 경멸하던 막내딸(하희라)이, 나중에 자신을 '낳아준 친엄마'가 자신이 그토록 미워하던 '아버지 세컨드'였다는 사실을 알고 갈등하던 내용으로...

게다가 문영남 작가가 예전에 일일극 <정 때문에>에서 이미 써먹은 바 있는 '오갈 데 없어진 남편의 여자를 본부인이 바다 같은 마음으로 거둬들여 서로 의지하며 살게 된다는 내용'도 <조강지처 클럽>의 내용이랑 똑같은데, 본부인이 남편 & 불륜을 저지른 상대 여자를 받아들여 같이 산다는 그런 설정이 요즘 사람들의 정서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했어도 한 번 쯤은 외도해도 되고~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면 되고~?

원조 불륜남 한심한(한진희)은 비록 다리를 못쓰게 되었으나, 다시 본처 집에 들어와 가장 노릇 & 아버지 노릇을 하면서 '본처+세컨드'와 함께 옹기종기 모여 함께 살고.. 왕자병 이기적(오대규)은 온갖 뻔뻔한 행각을 일삼다가 이젠 여자도 떠나고, 직장도 잃고.. 다 잃고 나서야 개과천선 & 반성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동정심으로 호소하고 있으며, 엄마 안양순에 이어 2대 해탈녀로 등극한 한복수(김혜선)는 지나고 보니 남편의 바람이 이해되고, 유부 남녀들 간의 동침(외도)이 별 거 아니네 어쩌고 하면서 시청자들의 허파를 뒤집어 놓는다.

그녀들은 이미 열반의 경지에 이르렀는지 몰라도, 보편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별로 현실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다. 그렇게 세상사를 초월한 듯한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남편과 아내의 외도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아넘길 사람이 과연 세상에 몇이나 될까? 그렇게 따지면 '만천하에 선포하고 결혼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배우자에 대한 책임감이나 의무감 전혀 없이 몸 가는 대로/자기 마음 가는 대로 맘껏 바람을 피우면 되고, 상대 배우자는 설사 그것을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조강지처 클럽>의 한복수와 같이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으로 이해를 하면 될텐데.. 실상 인간의 감정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민폐형 인간'의 초절정판 정나미 & '이보다 더 이상할 순 없는 캐릭터' 한원수

사람 자체가 딱히 천하에
나쁜 놈이라기 보다 '원래부터가 나사 하나 빠져있는 것 같은 한원수'는 안내상의 열연으로 그나마 '재미있는 캐릭터'로서 간간히 웃음을 선사해 왔지만, 이제는 끝도 없이 이어지는 한원수의 그 엽기적인 행각에 '계속 최선을 다해 연기 해야만 하는 배우 안내상'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이다. 아무리 남자가 단순 무식한 존재라지만, 이 드라마에 나오는 '한원수'란 인물은 아예 영혼 자체가 없는 사람 같다.

늘 불여우처럼 거짓말 해 가며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는 이기적의 옛날 불륜녀 '정나미(변정민)'는 이 드라마 속에서 가장 많은 인물들의 인생에 초를 친 '민폐형 인간'이다. 원래는 이기적(오대규)의 옛사랑이었으나, 찢어지게 가난한 이기적을 버리고 돈 많은 집안의 길억(손현주)이랑 결혼.. 남편의 상황이 안 좋아지자, 다시 '이미 유부남이 된 옛사랑 이기적'과 불륜을 저지르며 놀아나면서 남편 길억(손현주)과 이기적 아내인 한복수(김혜선)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다.

심한 갈등으로 길억과 이혼하고 미국으로 떠난 극 중 정나미는 '이기적의 2차 외도'와 '동병상련 처지의 길억과 한복수의 사랑'이 싹트는 사이, 자기 멋대로 아이를 덜컥 임신해 와서는 전남편의 아이라며 길억에게 다시 들이댄다. 그 뿐 아니라, 정나미는 이기적에게도 아이 아빠의 책임을 물으며 기적의 새로 사귀는 여자와의 관계를 떼어놓는 등.. 번번히 옛사랑 이기적(오대규)과 그 아버지(박인환)의 오랜 염원인 그의 '교수가 되는 꿈'을 물거품 만들어 버리고, 이제 겨우 잘 되어가는 길억과 한복수의 결혼 이벤트를 번번히 훼방 놓으며 여러 사람 인생에 초를 치는 막강 진상녀-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 스토리가 좀 진전될 만하면 다시 제자리, 원점으로..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 속에서 '대놓고 엽기적인 한원수'와 '소리 소문 없이 은근히 살 떨리는 엽기 행각을 선보이는 정나미'의 꾸준한 방해 공작으로, 이 드라마는 스토리의 진전 없이 주인공 커플(조강지처 클럽 멤버)들의 '저~만치 갔다 다시 되돌아오기'의 무한 반복 양상을 선보이고 있다. 이쯤 되면 '뭔가 통쾌하고 재미난 상황 or 흐름이 있는 순방향 스토리'를 기대하며 해당 극을 보는 시청자 입장에선, 보다가 지치거나 엄청난 짜증이 몰려오는 상황이 발생할 법도 하다.

<조강지처 클럽>은 지난 토요일 방영분(95회)에서는 한원수와 나화신, 모지란의 '별 의미 없는 복싱 장면'을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보여주었는데, 시청률 좀 잘 나온다고 내용을 엿가락처럼 질질 늘리는 '드라마 연장 방송'의 폐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50~60부 짜리 드라마를 무려 104회까지 징그럽게 늘려 놓았으니 '의미 없는 장면'들이 남발되고, 스토리가 좀 진전될 만하면 '동네 한 바퀴 돌다가 다시 제자리로~' 모드를 줄기차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대의 아스트랄한 작품 세계에 분노를 느낀다 : 돌아오라, 문영남 작가여~

세상엔 시청자들을 향하여 '좋은 드라마, 나쁜 드라마, 이상한 드라마'들이 존재한다. 어쨌든 하는 드라마들마다 꾸준히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기술적 '재능'이 있는 문영남 작가는 도대체 언제쯤이면 이렇게 '소모적이고, 자극적이며, 시청자들에게 해악적이면서 시대에 뒤떨어지는 그런 엽기적인 드라마' 집필을 멈추게 될 것인지..? 이미 돈도 벌 만큼 벌었을 것으로 사료되는 문영남 작가가 이제는 저런 '덜 떨어진 드라마' 쓰기를 멈추고, 다시 <분노의 왕국>과 같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드라마 작가로 돌아와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