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뮤지컬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2010년 실황-뜻밖의 미덕

타라 2011. 9. 6. 21:27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rd Presgurvic) 작사/작곡의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은 이미 2001~2002년 초연 버전을 담은 '공연 실황 DVD'가 출시된 바 있는데, 10여 년 만에 프랑스 파리에서 '새로운 버전 공연'을 선보인 뒤 그 모습까지 담은 <2010년 뉴 버전 로미오 앤 줄리엣> 공연 실황 DVD까지 제작했다. 이 새로운 버전의 기초는 2007년 이후 한국에서 닦은지라, 그 공연을 본 우리 나라 관객들에게 이 작품은 유난히 특별할 수밖에 없다.(비록 해당 공연을 무대에 올린 한국 제작사 관련하여 여러 불미스런 일들이 있었지만, 작품은 작품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식 DVD를 발매한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2001년 초연 버전 공연 실황'과 '2010년 뉴 버전 공연 실황'을 비교했을 때 '구성의 완성도'나 '몇몇 배우'들의 역량 & DVD '퀄러티'는 초연 버전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 뉴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 : 베로나 아이들(Romeo et Juliette : Les enfants de Verone)>을 무척 만족스럽게 감상했다.

이 <2010년판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실황을 맨 처음 접했을 때, 살짝 놀라운 마음이 들었다. '초연 버전에 비해 별로일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괜찮네~?' 싶었기에 말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관련하여, 최근에 출시된 2010' 뉴 버전 공연 실황이 더 재미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제라르의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2001년 초연판은 2막보다 1막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던 반면, 이번에 나온 2010년 뉴 버전 공연은 1막보다 2막이 더 나아 보였다는 것.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은 작곡가 제라르의 '음악'빨로 반은 먹고 들어가는 작품인데, 개인적으로 이 작품 안에 나오는 곡들 중 좋아하는 노래가 꽤 많지만 남녀 주인공(로미오와 줄리엣)이 부르는 '사랑 노래'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그 둘의 듀엣곡이자 이 뮤지컬 대표곡인 'Aimer(사랑한다는 것)' 빼고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달달한 듀엣곡'이 죄다 지루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다.

그런데, 이 뮤지컬 1막엔 로미오와 줄리엣 둘이서 부르는 그 '사랑 노래'가 유난히 많이 배치되어 있는 데다가 2010년 버전 이후 '티볼트'와 '머큐시오'의 솔로곡이 각각 1곡씩 추가되어 들어갔다. 또한 2009년 공연 이후 '생략되었던 줄리엣 & 시인(줄리엣의 친구-이 극에서의 단역 캐릭터)의 노래'가 다시 부활했기에 <2010년판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실황 1막을 보면 중간에 뭔가 흐름이 툭툭 끊기는 것 같고 <사족>처럼 느껴지는 장면이 초연 DVD에 비해 더 많아졌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2010' 버전 수록곡

뉴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티볼트(톰 로스)와 머큐시오(존 아이젠)의 반응이 좋으니까 제작자 & 작곡가인 제라르씨가 이 두 캐릭터의 '비중'을 좀 늘린 것 같은데, 왠지 역효과처럼 느껴졌다. 특정한 캐릭터가 크게 어필하는 데에는 '짧지만 강렬한 효과'도 작용한다. 헌데, 최근 공연에선 그 '짧고 굵은 티볼트와 머큐시오 캐릭터'를 '어정쩡한 느낌'으로 분량을 늘려 놓아서 오히려 그 임팩트가 반감되는 듯했다.

그 반감의 원인엔, 이번에 추가되어 들어간 노래 'Tybalt(1막 티볼트 솔로곡)'와 'La reine Mab-Je Reve(1막 머큐시오 솔로곡)'의 '멜로디 라인이 별로~'라는 점이 90% 이상 작용한다.

하지만 2010년 공연 이후 추가된 2막에서의 로미오 & 줄리엣 듀엣곡 'On Prie(옹 프리)'는 아주 듣기 좋은 곡인 데다가, 이 뉴 버전 <로미오 앤 줄리엣>의 '(2001년 초연 버전에 비해) 착 가라앉고 전반적으로 비극적인 분위기'와도 잘 어우러져서 이 극의 2막을 더 돋보이게 만든다.


같은 작품임에도 '세트나 조명을 다르게 사용하고, 편곡이나 곡 배치를 바꾸고, 연출을 달리함'으로써 극의 느낌이 확 달라지는 것 같은데, 이 동일한 작곡가의 동일한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런 식으로 '초연 버전 공연 실황'과 '뉴 버전 공연 실황'의 느낌이 확연하게 달라진다는 점이 참 흥미로웠다.

중간 중간 '사족' 같은 장면이 좀 끼어있긴 하지만, 묘하게 이 <2010' 뉴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et Juliette : Les enfants de Verone)> 공연 실황은 <2001' 초연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 : De la haine a l'amour)>보다 '극 자체'가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세트 규모가 예전에 비해 작아졌으며 '극 전반을 지배하는 색감이나 무대 분위기'가 '무척 화려한 톤으로 반짝반짝 빛났던 초연판'에 비해 더 어두워졌는데, 뉴 버전 <로미오 앤 줄리엣>의 그 '어둡고 착 가라앉은 듯한 느낌의 톤' 자체도 이 작품(스토리)의 이미지와 잘 어우러지는 것 같아 맘에 들었다.


'2010년 뉴 버전 공연 실황'에 나오는 '로미오' 역의 다미앙 사르그(Damien Sargue)와 '티볼트' 역의 톰 로스(Tom Ross)는 '2001년 초연판 DVD'에도 나오는 원년 멤버인데, 그 때 비해 이 둘의 외형적인 모습은 더 올드해졌지만 전반적인 '캐릭터 구현력'은 초연판에 비해 더 무르익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많은 것들이 대폭 바뀐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뉴 버전 공연'이 맨 처음 탄생했을 때 이런저런 어설픈 점과 불만스런 대목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 사이 몇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작품 자체가 좋은 쪽으로 조금씩 진화한 것 같다. 형 만한 아우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초연 버전 <2001' 로미오와 줄리엣 : 사랑에서 증오까지> 공연 실황에 비해 '극' 자체에 대한 몰입이 더 잘되고 재미나게 느껴지는 <2010' 로미오와 줄리엣 : 베로나 아이들> 뉴 버전 공연 실황.. 뜻밖의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