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뮤지컬

또 하나의 뉴 버전, 2012년 로미오와 줄리엣은 누구?

타라 2011. 6. 24. 21:56
나에게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은 참 신기한 작품이다. 이미 너무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고 '내용' 다 아는 '진부한 러브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씩 다시 보면 그 나름의 재미가 느껴지기에 말이다.(허나, 그 재미의 강도가 버전 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다.)

최근에 올리비아 핫세(Olivia Hussey)가 '줄리엣' 역으로 출연한 <로미오와 줄리엣> 1968년판 영화를 다시 봤는데, 이제껏 다양한 방식으로 극화된 롬앤줄 중에선 이 핫세 버전의 <로미오 & 줄리엣>이 단연 에이스급이라 생각한다. 물론, 극의 배경 음악을 포함한 그 '음악'적인 면에선 작곡가 제라르 프레스귀르빅이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을 탄생시킨 이후로 라인을 갈아타긴 했지만..

극화된 <로미오와 줄리엣>의 전설적인 '줄리엣', 올리비아 핫세(1968년작)


한 때 라디오 영화 음악 프로에서 자주 들었기에 <로미오와 줄리엣> 하면 1968년 영화 버전에 나왔던 'A time for us(어 타임 포 어스)'가 자동적으로 떠오르곤 했었다. 하지만 몇 년 전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를 접한 뒤론 'A time for us'의 임팩트가 조금씩 사라지고, 지금은 제라르의 뮤지컬 음악 'Aimer(에메/극 중 로미오와 줄리엣이 부르는 대표적인 노래)'를 더 많이 떠올리게 된다.

해당 뮤지컬 넘버가 좋은 편이고 전반적으로 볼거리가 많기에 제라르 프레스귀르빅 작곡의 그 뮤지컬을 좋아하긴 하지만, 하나의 <>으로서 더 재미있게 본 건 1968년 영화 쪽이다. 그런데,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다 똑같이 재미있진 않은 듯하다. 개인적으로, 1996년에 나온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은 정말 재미없게 보았다. ;; 그 영화에 나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로미오'는 나름 훈훈했지만, 영화 '내용 자체(or 영화 자체)'가 내게는 참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졌던 것이다.

지금 모 포털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검색하면 '바즈 루어만 연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클레어 데인즈 주연의 1996년 버전 영화'가 (극화된 '로미오와 줄리엣' 중에서 제일 재미없는 주제에) 맨 위에 뜨는데 '이런 현상 대략 반댈세~'를 외치고 싶어진다. 영화로 나온 것 중에 레전드는 그 버전이 아니라 '프랑코 제피렐리가 연출한 레너드 위팅 & 올리비아 핫세 주연의 1968년 버전 영화'가 아닐까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 1968년 영화 버전 주인공(올리비아 핫세 & 레너드 위팅)

프랑코 제페렐리 감독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 68' 버전 영화는 여주인공인 올리비아 핫세의 미모를 보는 것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할 새가 없지만, 그런 걸 떠나서 '극 자체'도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게끔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뮤지컬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에선 '조연 캐릭터'가 죽는 장면이 더 강렬하게 느껴지고, 정작 '주인공' 죽는 장면에선 시큰둥한 마음이 들었는데, 이 1968년 버전 영화에서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죽는 장면은 묘하게 몰입이 잘되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한 기분이 들었으니... 그만큼 '잘 만들어진 영화'라서 그런 게 아닐런지..?

바즈 루어만 감독의 1996년판 <로미오와 줄리엣>은 배우들이 죄다 현대 의상을 입고 나오는 등 '고전'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영화인데, 내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데에 관객 투혼(?)을 발휘해야 할 정도로 너무 지루한 영화'였기에 그 영화에 대한 인상이 별로 좋게 남아있지 않다. 이 버전의 경우, 극 배경은 다소 무미건조한 분위기의 '현대'인데 그 안에 나오는 '대사'는 원작 고전물 내용을 그대로 가져와 극 전반적으로 이질감도 심했고, 클레어 데인즈는 '줄리엣' 역에 너무 안 어울리는 데다가, 로미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줄리엣(클레어 데인즈)연인으로서 별로 어울린다는 느낌도 없었다. 디카프리오는 '남동생' 같고, 나이에 비해 성숙한 외모였던 데인즈는 '누나' 같은 느낌도 약간 있었던...

이후 클레어 데인즈(Claire Danes)가 되게 예쁘고 매력적으로 나온 다른 영화를 본 적이 있다. 허나 '줄리엣'으로서의 그녀는 참 매력 없었던 걸 보면, 해당 배우와 역할 간의 씽크로율이 좋지 않아서 그랬던 듯... 올리비아 핫세(Olivia Hussey) 경우엔 '줄리엣' 이후에 연기한 배역들로는 대중에게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으나, 적어도 '줄리엣' 역으로선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전설적인 모습으로 각인되었다.


자다 일어난 푸시시한 모습까지도 너무나 청순하고 예쁜 이 '올리비아 핫세의 줄리엣'과 '후대에 나온 미소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로미오' 그늘에 가린 영화 버전의 '선배 로미오 레너드 위팅(Leonard Whiting)'도 나름 잘생기고 이 역할에 보기 좋게 매치되는 배우인데, 영화 자체로는 별 재미 없었던 1996년 버전의 '디카프리오 로미오'만 자꾸 언급되니 왠지 짠한 마음이 든다.

따로 떼어놓고 보면 몰라도 '전설의 줄리엣-올리비아 핫세'와 '대중이 사랑하는 로미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막상 붙여 놓으면, 별로 어울리는 조합은 아닌 듯하다. 젊은 시절의 올리비아 핫세는 너무나 전형적이고 고전적으로 청순하고 아름다운 것에 반해, 당시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 (정석으로 잘생긴 '고전 미남'이 아닌) 현대적으로 매력 넘치고 '개성 있게 생긴 마스크'이기에...

1968년 버전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이 전설로 남을 수 있었던 데에는 다른 요소와 더불어 '로미오' 역으로 나온 고전적인 마스크의 '레너드 위팅(Leonard Whiting)'과 고전적으로 생긴 '올리비아 핫세(Olivia Hussey)', 둘의 조합이 이 '고전적으로 연출된 영화'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출연 배우의 마스크 뿐 아니라, '현대적'으로 각색된 1996년 버전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이 전작에 비해 좀 심심했던 걸 보면 "고전은 고전다워야 한다~" 는 말은 진리인 듯...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ed Presgurvic) 작사/작곡의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 2001년 초연 땐 '당시 10대 소녀였던 세실리아 카라(Cecilia Cara)'가 '줄리엣' 역을 연기했다. 영화 배우인 올리비아 핫세 만큼 탁월한 미모는 아니지만, 이 뮤지컬 버전 줄리엣(세실리아 카라)은 올리비아 핫세에 비해 피부색이 훨씬 흰 '우윳빛깔 줄리엣'이고 DVD 찍을 당시 '젖살 덜 빠진 통통하고 순수해 보이는 듯한 모습'으로, 영화 버전과는 또 다른 미덕을 선사했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2001' 초연 주인공(세실리아 카라 & 다미앙 사르그)

이 뮤지컬 '2001년 오리지널 초연 버전'의 다미앙 사르그(Damien Sargue)는 뭔가 '몽롱한 분위기의 로미오'로, 안 잘생긴 듯하면서 은근 매력적인 모습이었는데.. 2010년에 찍은 '뉴 버전' DVD를 보면, 긴 머리로 출연했던 2001년판 DVD(공연 실황)에 비해 헤어 스타일을 너무 현대적으로 설정해서 영 매력이 없으며, 세월이 흘러 더 이상 초연 때만큼 풋풋하지가 않다. 역시.. 고전은 고전다워야 하며,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캐릭터는 나이 어린 배우들이 연기하는 게 진리인 것 같다.

2009년에 한국어 버전도 나온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2010년 이후 일본 '다카라즈카 가극단' 버전으로도 탄생했는데, 2011년엔 제라르의 이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이 일본의 '일반 뮤지컬'로도 만들어지는 모양이다. 다카라즈카판에선 여배우가 '남자 역'을 연기했으나, 이번에 나오는 일반판에선 남배우가 '남자 역'을 연기하게 된다. 제라르 프레스귀르빅 작사/작곡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일본의 일반 뮤지컬 버전 '로미오'는 더블 캐스팅이며, '줄리엣' 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2010년 다카라즈카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 엔딩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다카라즈카 5개 조 중 제일 먼저 공연한 '성조(星組/호시구미)' 주인공인 유즈키 레온의 '로미오'와 유메사키 네네의 '줄리엣'이 나름 풋풋하게 느껴졌을 뿐 아니라, 정식 배우가 되기 전 다카라즈카 학교 시절 때부터 기본적인 을 익혀 온 이들이 선보인 특유의 '발레 동작 같은 안무'에 대한 느낌이 꽤 좋았기에...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다카라즈카 버전 엔딩-Aimer

무엇보다, 올리비아 핫세가 출연한 1968년 영화에선 눈물 홀짝일 정도로 '철저하게 비극'적이었던  <로미오와 줄리엣> 엔딩이 이 다카라즈카 뮤지컬 버전에 와선 '저승에서 다시 만난 로미오와 줄리엣이 즐겁게 춤추며 사랑을 확인'하는 '해피 엔딩' 같은 분위기로 마무리 되었는데, 그것엔 또 다른 느낌의 감동이 있었다. 코이케 슈이치로의 색다른 연출에, 제라르 프레스귀르빅의 훌륭한 곡 'Aimer(에매)'가 흐르던 호시구미 <로미오와 줄리엣> 엔딩은 또 하나의 문화적 충격이었던... 

내년(2012년)엔, 세계 곳곳에서 상연되는 뮤지컬 버전 뿐 아니라 16년 만에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도 개봉할 예정이라 한다. 이번에 새로 뽑힌 '로미오'와 '줄리엣'에 관해 여러 설왕설래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2012년 뉴 버전 영화 주인공(로미오 & 줄리엣 역할의 배우)의 분위기는 일단 마음에 들었다.


카를로 카를레이(Carlo Carlei) 감독이 연출하게 되는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2012년 뉴 버전의 '로미오' 역엔 영국 출신 배우인 더글라스 부스(Douglas Booth)가 캐스팅 되었고, '줄리엣' 역엔 미국 출신의 헤일리 스테인펠(Hailee Steinfeld)가 출연할 예정이라 한다.

2012년에 개봉될 신작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더글라스 부스(로미오 역) 실제 나이는 19세, 헤일리 스테인펠드(줄리엣 역)의 실제 나이는 15세(내년엔 20세, 16세), 이번에 아주 파릇파릇한 연령대의 주인공들이 '원작에서 실제로 나이가 어린 로미오줄리엣'을 연기하게 되었다.

2012년 '新 로미오와 줄리엣' 주인공으로 캐스팅 된 헤일리 스테인펠드(위) & 더글라스 부스(아래)

그런데.. 가만 보니까 2012년 영화 버전 '줄리엣'인 헤일리 스테인펠드(Hailee Steinfeld)의 마스크가 어딘지 모르게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의 2001년 초연 버전 '줄리엣'인 세실리아 카라(Cecilia Cara)와 닮았던데, 혹시 거기에 영향을 받은 캐스팅인 걸까..? 

어쨌든, 영화 출연 당시 10대의 나이였던 청순한 '올리비아 핫세'와 뮤지컬 버전의 귀여운 '세실리아 카라'에 이어 곧 세계적으로 선보이게 될 새로운 줄리엣 '헤일리 스테인펠드(Hailee Steinfeld)'의 모습도 꽤나 앳되고 사랑스러운 것 같아 나름 기대 중이다. 이번에 뽑힌 '로미오' 역의 더글라스 부스(Douglas Booth)도 훤칠하니 무척 잘생긴 배우인데, 이 새로운 조합의 주인공들이 선보이게 될 2012년 新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