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헝가리 뮤지컬계'에 처음 입문하게 된 것은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eraed Presgurvic) 작사/작곡의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서였다. 뮤지컬도 일정한 '기/승/전/결' 이야기 구조를 가진 하나의 <극> 장르기이기에 '극적인 재미'가 무척 중요하다 할 수 있는데, 맨 처음 헝가리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접하게 되었을 때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듯한 오묘한 느낌을 받았었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관련하여 프랑스의 오리지널 초연 DVD(2001년 파리 공연 실황) & 뉴 버전 DVD(2010년 파리 공연 실황), 헝가리판 DVD와 일본 다카라즈카 가극단 버전 DVD가 정식 출시된 바 있는데, 그 중 가장 물건은 '헝가리판 로미오 앤 줄리엣'이 아닐까 생각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모 극단이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외에도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 대본의 몇몇 오스트리아 뮤지컬을 자국어 버전으로 제작하였는데, 쿤체 & 르베이 콤비의 <엘리자베트>도 그 중 한 편에 해당한다. 이 쪽도 '뮤지컬 DVD'를 내는 데엔 박하지 않아서,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처럼 <엘리자벳>도 헝가리 버전 DVD가 존재한다. 같은 작품이지만, 독일어로 공연된 2005' 오스트리아(빈)판 <엘리자베트>와 2004' 헝가리판 <엘리자베트>는 그 세부적인 내용이나 연출 방향이 살짝 다르다.(물론 극의 '기본 줄기'는 동일하지만...)


이 헝가리 연출가의 작품으로 맨 처음 접한 게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는데, 비록 배우들의 노래 실력은 프랑스판이 낫지만 '스토리의 매끈함'이나 '극적인 재미'는 헝가리판이 우월하여 그가 연출한 다른 작품도 신뢰하게 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이미 많이 알려진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의 경우에도 그 감독의 헝가리 버전은 그 나름의 '뚜렷한 컨셉'을 갖고 있으며 '연출 방향'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인상적으로 봤는데, 헝가리판 <엘리자벳> 역시 오스트리아의 원 버전과는 다르게 연출되었다.


 헝가리 버전 <엘리자베트
(Elisabeth)> 공연 실황(DVD)엔 마네킹처럼 날씬한 몸매 & 갸름한 얼굴형에 작은 얼굴과 예쁘장한 이목구비를 지닌 여배우가 '엘리자베트 황후' 역으로 나온다. 헝가리판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 엄마(카풀렛 부인)' 역을, 뮤지컬 <모차르트!>에선 '모차르트 누나(난네를)' 역을 연기한 연저 커터(Janza Kata)라는 여배우인데, 일단 배우의 실제 모습이 날씬하고 아름다워서 해당 캐릭터에 대한 씽크로율은 무척 좋아 보였다.


이 쪽 판본에선 '프란츠 요제프 황제(Bereczki Zoltan)'의 미모 역시 꽤 출중한 듯 보였다. 헝가리판 <엘리자베트>에서 '프란츠 요제프 황제 & 엘리자베트'의 아들인 '루돌프' 역으론 헝가리판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 역으로 출연한 바 있는 돌허이 어틸러(Dolhai Attila)가 나오는데, 이 배우의 비주얼도 꽤 괜찮은 편이다. 전반적으로 뮤지컬 <엘리자베트> 헝가리 버전의 '황제 가족(프란츠 요제프 황제-엘리자베트 황후-루돌프 황태자)'의 미모는 다른 판본에 비해 뛰어난 편이라 할 수 있다.

헝가리 <엘리자베트>에서의 여주인공 '엘리자베트(Janza Kata)'와 그 남편인 '프란츠 요제프 황제(Bereczki Zoltan)'.. 둘의 미모도 뛰어난 데다, '베레츠키 졸탄-프란츠 요제프'의 색다른 캐릭터 해석과 탁월한 연기력으로 인해 이 판본에선 '황제 부부'의 존재감이 무척 크게 다가왔다. 물론, 헝가리 버전 <엘리자벳> 안에서 '다른 캐릭터'의 존재감도 그리 약하지 않은 편이다.


같은 작품이지만, 이 뮤지컬은 나라별로 '캐릭터 특징'과 '극 구성'이 조금씩 다르다. 일본 다카라즈카판 <엘리자베트>에선 원래 제 2 주인공이었던 '죽음(Tod)' 캐릭터를 제 1 주인공으로 설정했고, 스토리 역시 이 '죽음'이란 등장 인물 위주로 돌아간다. <남역>이 중심이 되는 다카라즈카의 특성 상 여주인공 '엘리자베트'를 메인으로 내세울 순 없었기에, 오스트리아 원판과는 다른 캐릭터 해석을 시도하였다.

그러하듯 '남역 위주'에 '조연'은 들러리 취급하는 일본 다카라즈카 버전 <엘리자베트(에리자베토)>에선 다른 배역들의 비중을 팍 줄여가며 대체로 제 1 주인공인 '죽음(토토)' 혼자 다 해먹는(?) 분위기인 것에 반해, 헝가리판 <엘리자베트>의 경우엔 '이 캐릭터는 이 캐릭터대로, 저 캐릭터는 저 캐릭터대로 골고루 다 개성 넘치고 존재감 있게 연출되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결혼한 '엘리자베트'에게 위협을 가하는 죽음 / 배후에서 '루돌프 황태자'를 조종하는 절대자 죽음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에서의 '죽음(Tod/토트, 토드, 토토)' 캐릭터는 여주인공 '엘리자베트'를 제치고 '메인 주인공'으로 등극한 데다 각색된 대본(가사) 내용 상 '표출해야 할 감정선'이 늘어나고 세밀해진 탓에, 포지션 자체는 감정 없는 추상 명사인 '죽음'이지만 캐릭터의 특징은 뭔가 '인간적'이다.

일본 다카라즈카 <엘리자베트> 오스트리아 <엘리자베트(원판)> 헝가리 <엘리자베트>
감정 흘러 넘치는 '죽음' 적절한 감정선의 '죽음' : 표 최대한 감정 자제하는 '죽음'

<엘리자베트> 헝가리 버전에선, 그와는 반대로 오스트리아 원판보다 '죽음 캐릭터'를 더 자제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표면적'으로 이 버전의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엘리자베트와 그녀의 남편인 프란츠 요제프 황제, 시어머니 조피 & 루돌프 황태자 등 <파란만장한 황제 가족 이야기>가 메인 플롯인 것처럼 느껴지며, 헝가리판 죽음은 다카라즈카 버전의 '여주인공에게 순정을 느끼는 캐릭터'와는 달리 '불행한 가족사를 겪어 나가면서 차츰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엘리자베트 곁을 맴돌며, 그 주변인들이 죽을 때에 그들을 황천길로 데려가는.. 어떤 <절대자적인 존재>와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헝가리 <엘리자베트>의 '사보-죽음' 캐릭터는 어찌 보면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초연 때의 '안느-죽음'과 그 느낌이 비슷한 것 같다. 그는 극 전반적으로 '이승 세계의 사람들과는 다른 음산하고 무서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살곰살곰 황제 가족 주변을 맴돌면서 그들에게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다가 때 되면 스윽~ 데리고 가 버리는 비교적 '냉정하면서 정적인 느낌'의 캐릭터이다..


 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베트>의 헝가리판 죽음은 '동일한 장면' 대비, 수행하는 역할과 분량 면에서도 다른 판본에 비해 많이 절제된 느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자체는 무척 강렬하다.


거기엔 그럴듯한  느낌의 분장과 조명이 일조하고, '죽음' 역을 연기한 배우(Szabo P. Szilveszter)의 분위기나 연기력도 캐릭터의 강렬함을 한껏 살려준다.

그렇다고 해서 이 헝가리 <엘리자베트>가 호러물적인 성격의 극은 아니며, 전반적으로 맺고 끊는 게 분명하면서도 그 안에 나오는 '인물 하나 하나'를 다 살려주는 드라마적 요소가 강한 버전이라 할 수 있다.

헝가리 판본에서의 엘리자베트(Janza Kata)는 배우 자체가 진짜 미인이어서 그 나름대로 존재감이 상당하고, 졸탄(Bereczki Zoltan)프란츠 요제프 황제는 다른 버전과는 살짝 차별화된 황제 캐릭터를 선보이면서 여주인공 엘리자베트와 제대로 긴장감 조성해 주고.. 황제 엄마인 조피 모후(Molnar Piroska)도 그 나름대로 귀엽고 무척 애잔한 인물이며, 무섭고 음산하면서도 특유의 위엄과 분위기를 선보이는 죽음(Szabo P. Szilveszter) 역시 꽤나 강렬한 캐릭터이다.

그리고 이 극의 화자인 루케니(Foldes Tamas)는 처음부터 죽음 캐릭터 와 '2인 복식조'로 활동하면서 적당히 극에 개입하고, 황제 부부 아들인 루돌프 황태자(Dolhai Attila)가 '죽게 되기까지의 과정'도 오스트리아의 오리지널 버전 <엘리자베트>에 비해 약간 보강되었다.


실존 인물인 합스부르크 왕가의 '루돌프 황태자'가 자기 부인 놔두고 '마리 베체라'라는 웬 어린 소녀를 데리고 '동반 자살'하였는데, 뮤지컬 <엘리자베트> 헝가리 버전엔 '루돌프 죽는 장면'에 '마리 베체라로 추정되는 여성'이 잠깐 등장하여 그와 함께 죽음의 춤을 추고선 생을 마감하는 걸로 처리되었다.

공연 실황 DVD에 나오는 헝가리판 <엘리자베트>의 무대 자체는 다른 나라 버전에 비해 작은 편인데, '회전식 무대'를 통해 작은 무대를 효과적으로 잘 활용한 것 같다.

뮤지컬 <엘리자벳> 오스트리아 원 버전을 봐도 그렇지만, 헝가리 버전에 나오는 '프란츠 요제프 황제'도 꽤나 애잔하게 느껴지는데, 이 잘생긴 황제가 머리 새하얀 '호호 할아버지'로 늙어가는 모습을 보니 더더욱 그러하다. 젊은 시절 '위풍당당하고 패기 만만했던 미남 군인 황제'가 '허리 굽은 늙은이'로 변해가니... 거기에다가 '늙은 프란츠 요제프 황제'는 '역마살 낀 부인 엘리자베트 황후'에게 집으로 돌아가자 부탁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그런 황제를 버리(?)고 계속 방랑 생활을 지속하니 말이다.. 


헝가리 감독이 나름의 '뚜렷한 작품 세계'가 있고, 다양한 캐릭터를 다 살려주면서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데,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라면 이 극단에 소속된 헝가리 배우들의 전반적인 '가창력'이 별로인 편이다.(그래서, 화면 내리고 귀로만 들으면 '듣는 귀'가 꽤나 불편하게 느껴지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경우처럼 뮤지컬 <엘리자베트> 경우에도 헝가리판이 '비주얼적인 부분'이나 '극적인 재미' 면에선 오리지널 버전에 뒤지지 않지만, 배우들 '노래 실력'은 프랑스 원판(로미오 앤 줄리엣) & 오스트리아 원판(엘리자벳)이 훨씬 낫다.

다카라즈카(타카라즈카) 가극단을 비롯한 일본 극단 쪽에도 '노래 안되는 뮤지컬 배우'들이 상당히 많다. 그런 걸 보면, 나라 별로 '노래 잘하는 민족'과 '노래 못하는 민족'이 존재하는 듯하다. 기본적으로 우리 한국인은 노래를 잘하는 민족이다.(중국 쪽에도 노래 잘하는 사람은 많은 듯...) 그에 따라, 국내 뮤지컬 배우들의 '가창력' 레벨도 그 나름대로 좋은 편이라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일본 쪽은 우리보다 인구는 많아도 민족 자체가 '노래'를 잘하는 쪽과는 영 거리가 먼 것 같은데..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일본 뮤지컬 극단 중 '외국인'을 영입하는 사례가 종종 눈에 띈다.(싴 극단이나 토호 극단 등..)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우리 나라 뮤지컬 배우 중에도, 일본 극단에도 활동하다 온 배우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따지고 보면 '프랑스인'도 노래를 잘하는 민족은 아닌데, 그들 역시 대형 뮤지컬을 무대에 올릴 때 실력 있는 '외국인'들을 종종 기용하곤 한다.


헝가리 쪽도 '노래' 하곤 거리가 먼 민족인지 '유명 뮤지컬'의 이 쪽 판본에서 '듣는 즐거움'은 영 별로이지만, 어쨌든 <로미오와 줄리엣> <모차르트!> <엘리자벳> 등을 새로이 각색해서 무대에 올린 헝가리 감독의 독특한 연출 센스는 꽤나 인상적이며 일정한 '기/승/전/결' 이야기 구조를 가진 '극'으로서 특유의 매력이 있기에,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 &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 콤비의 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베트(Elisabeth)>의 '헝가리 버전'도 그 나름대로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이 헝가리 연출자는 '특정한 의미를 지닌 소품' 활용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작품의 오리지널 버전과는 또 다른 미덕을 부여하고자 하는 '헝가리 판본'만의 특징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To be continued.. 


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