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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엘리자벳' 2005 빈판 리뷰 (7)벼랑 끝의 황태자

타라 2011. 6. 19. 23:53
'황후 견제용으로 프란츠 요제프 황제에게 다른 이성을 붙여준 황제 모후 조피 & 대신들의 계략'으로 인한 '성병 걸린 살롱 여자 사건' 이후, 남편인 황제에게 정 떨어진 엘리자베트 황후(Maya Hakvoort)는 요양 차 여행을 떠난다. 여전히 부인 엘리자베트를 사랑하는 프란츠 요제프 황제(Andre Bauer)는 그녀의 건강을 걱정하고, 그들의 부부 문제는 황실 내 여러 무리들의 입방아에 오르게 된다.

본격적으로 '해외 여행길'에 오른 오스트리아 제국의 엘리자베트(Elisabeth) 황후는 시녀들이 따라잡지 못할 정도의 빠른 걸음으로 이곳 저곳을 쉴 새 없이 돌아다닌다.


그러기를 어언 10년.. 젊었던 엘리자베트 황후도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고, 이 작품의 화자인 루케니(Serkan Kaya)가 그녀에게 난 흰 머리를 뽑아 보이며 '미모의 엘리자베트도 이젠 늙었다~'며 고소해(?) 한다. 실제로 엘리자베트 황후는 나이 들고부턴 늙은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더 이상 자기 '초상화'를 못 그리게 하고, 외부로 다닐 때에도 주로 '부채'를 들고 다니며 얼굴 주름을 가렸다고 한다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 엘리자벳은 20년 가까이 오스트리아 빈에는 잘 붙어있지 않은 채 여전히 해외로 떠돌아 다닌다.(황제 부인인 황후의 여행이니, 여행 경비는 물론 요제프 황제 & 국가 부담~)

엘리자벳, 당신은 더 이상 젊지 않아~

죽음(Mate Kamaras) 아저씨와의 첫만남 때 꼬맹이 어린이였던 루돌프 황태자(Johann Ebert)는 그 세월 동안 인생의 고뇌를 아는 어른으로 훌쩍 성장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엘리자베트'이지 '루돌프'가 아닌 관계로, 그 사이 루돌프 황태자가 겪었던 구체적인 일은 다 중간 생략 채 '그에게 어떤 괴로운 일이 일어났다 치고~'의 방식으로 그 다음 상황이 이어진다.

그동안 각종 '죽고 싶은 일'을 겪었음직한 성인 루돌프(Fritz Schmid)가 어린 시절 '필요하면 언제든지 곁에 있어주겠다~'고 약속했던 죽음(Mate Kamaras)을 찾아온다. '그간 많은 세월의 흐름이 있었지만, 그 때 비해 하나도 늙지 않은 불사신 죽음'은 그 루돌프를 강하게 충동질한다. 그 유명한 '그림자 송' 장면이다. 죽음과 루돌프가 함께 부르는 'Die Schatten Werden Langer(그림자는 길어지고)'..


자신이 마치 '운명의 신'인 것처럼 죽음(Tod)은 루돌프 황태자에게 '이제, 가 되었다~'며 그를 부추기고.. 이에, 죽음이 행하는 '조종의 힘'에 취한 루돌프는 본격적으로 아버지인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눈 밖에 날 짓을 골라 하기 시작한다. 아버지와 '정치적 견해 차이'를 보이던 루돌프 황태자는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정책에 반하는 글을 익명으로 썼다가 그것이 발각되고, 부자 간에 큰 갈등을 겪게 된다.

이 뮤지컬 이야기 내에선, 그 모든 일이 '꾸준히 엘리자베트의 곁을 맴돌며 그녀의 을 야금야금 파멸(?)시키는 옴므 파탈 죽음(토드)계획과 의도' 아래서 이뤄진다.(그는.. 제대로 나쁜 남자~)

DVD로 나온 뮤지컬 <엘리자베트(Elisabeth)> 2005년 오스트리아 공연을 보면 '루돌프 황태자가 요제프 황제의 눈 밖에 나게 되는 내용'이라든지 '죽음까지 결심할 정도의 절박한 상황'이 다소 약하게 묘사된 감이 있는데, 극이 '개연성' 있어질려면 이 부분을 좀 더 보강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황제 아버지와 말다툼 좀 하고, 그걸 어머니가 중재해 주지 않았다고 해서 루돌프 황태자가 '그래, 결심했어. 난 이제 죽고 말테야~' 하는 건 어쩐지 모양새가 좀 이상하니 말이다..


정치적인 문제로 황제 아버지의 노여움을 사게 된
루돌프 황태자는 '여행에서 돌아온 엘리자베트 황후'에게 아버지께 말 좀 잘해 달라고 중재를 부탁하지만, 20여년 전의 '요제프 황제 & 살롱 여자 동침 사건' 이후 제대로 황제를 외면하고 있는 엘리자베트는 이제 황실 문제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있는 자신이 '그런 일로 남편인 황제에게 매달려 애원하고 싶지는 않다~'며 단호하게 거절한다. 

가족이지만, 이 합스부르크 황가의 '프란츠 요제프 황제 & 엘리자베트 황후 & 루돌프 황태자'의 관계는 그리 화목하지 않다. 어머니(엘리자벳)는 어린 시절부터 사랑을 갈구하던 어린 아들은 내팽겨친 채 해외로만 떠돌고, 보수적인 아버지(프란츠 요제프)는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는 아들(루돌프)과 정치적인 견해 차이를 보이는 데다가 기본적인 기질 차이도 커서 큰 갈등을 겪었던... 따지고 보면, 이 시기에 이미 결혼해서 부인과 딸을 둔 루돌프 황태자 역시 그리 '가정적인 남자'는 아니었다. 성장기 때 황실 내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온갖 여자 집적거리며 '바람 피우는 것'으로 풀었으니 말이다..
 


이 극 안에서의 루돌프 황태자는 '아버지인 황제'와 큰 갈등을 겪고, 그것에 대해 '어머니인 엘리자베트'에게 찾아가 중재를 요청한 일이 거절 당하자, 결국 희망이 없다 생각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나온다. 실제로도 '실존 인물인 루돌프 황태자'는 그런 식으로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 '죽음의 동기'나 '죽음의 경위'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들이 분분하다.

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베트(Elisabeth)> 이야기 안에선 '황제와의 정치적 대립 문제'만이 부각되었지만, 실제론 루돌프 황태자가 오랜 '바람둥이 생활' 끝에 얻게 된 성병으로 인해 (죽음까지 생각할 정도로)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들어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루돌프'와 관련한 다른 문화 컨텐츠들을 통해 종종 미화된 것처럼 '루돌프 & 그와 동반 자살한 마리 베체라'의 관계는 결코 세기의 로맨스도 아니고, 그 둘이 훈훈한 사이라고 볼 수 없다.('원조 교제' 삘에, 명백한 '불륜 관계'이니 말이다..)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가 대본을 쓴 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베트> 안에선 실제 사실을 크게 왜곡하거나 미화하지 않은 채 '원래 불륜남이었던 루돌프'가 '엘리자베트 황후에게 집착하던 나쁜 남자 죽음(Tod/토트)씨의 조종을 받아 생을 마감하게 되는 가련한 황태자'로 묘사되었으니, 그로선 그나마 '덜 모양 빠지는 죽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