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런 국제 정세 속에서 오스트리아 제국의 입지는 좁아지고 '오스트리아호'라는 한 국가를 이끌어 가는 '선장'으로서 각종 격무에 시달리다가 무척 지친 프란츠 요제프 황제(Andre Bauer)는 부인인 엘리자베트(Maya Hakvoort)를 찾아가 을 얻으려 하나, 그녀는 문을 걸어잠근 채 그런 남편을 거부하는데.. 이 요제프 황제는 본인 책임이나 의도와는 관계 없이 '아들 양육 문제로 시어머니와 갈등을 겪던 아내'로부터 강제 별거(?)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던 셈이다. 


만일 왕의 잠자리 같은 '사생활'도 일일이 대전 상궁의 진두지휘 아래 이뤄져야만 했던 우리 나라 조선 시대 같았으면, 숙직 상궁이나 대전의 내시들이 그러면 안된다고 일일이 간섭하거나 "(이제 겨우 아들 하나 낳아놓고 합방을 거부한 채 황후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다니..) 전하, 엘리자벳 황후를 당장 폐하시옵소서~" 하는 대신들의 상소문이 올라왔을 것 같다. ;; 재수 없으면 폐서인 되어서 다른 죄까지 뒤집어 쓰고 사약 받는 불운도 가능하다. 그나마 '엘리자베트'는 그런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기에, 시어머니한테 열 받고 황제 남편에게 화풀이 하는 그런 행동도 막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프란츠 요제프 황제는 '닫힌 황후의 방문' 앞에서 엘리자베트(씨씨 황후)에 대한 그리움을 표하고 자신을 이해해 주는 아내가 되어달라 말하며 "을 열어주오~"를 외치지만, 이 쌀쌀맞은 여편네는 남편이 애타게 부르는 것에도 아랑곳 않고 계속 생까다가 '자신의 요구 사항을 적은 편지'만 문 밖으로 건네며 그에게 "당신 어머니와 나, 둘 중 하나 택하라~"는 최후 통첩 한다.


결국 프란츠 요제프 황제(Andre Bauer)는 부인이 건넨 편지를 들고서 쓸쓸히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고.. 그 후, 그녀의 방에 죽음(Mate Kamaras)이 또 슬그머니 나타나 "엘리자베트~ 내가 너에게 진정한 자유와 안식을 줄테니 이젠 나랑 같이 가자~" 하고 꼬시지만(아니, 그녀가 죽으러 갔을 때 이승으로 되돌려 보낼 때는 언제고?), 엘리자베트는 "벌써 죽기엔 내가 너무 젊잖아? 난, 내 힘으로 잘 헤쳐나갈 수 있거든! 그러니까 당장 꺼져~" 하면서 그(죽음)를 거부한다.

엘리자베트 황후가 남편인 요제프 황제에게 자기 방 출입을 못하게 하고 그런 식의 단호한 '최후 통첩'을 하게 된 것은 조피 대공비(황제의 모후)에 의해 '성격에도 맞지 않는 스파르타식 교육을 강요받던 어린 아들 루돌프'의 훈련 교관을 교체하고, 자기 기준에서 그를 보다 나은 환경에서 교육시키기 위한 동기에서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시어머니와 겪은 갈등을 엄한 남편에게 화풀이(?) 하는 듯한 엘리자베트 황후의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진 않는다.. 어쨌든 그 '최후 통첩' 사건으로 엘리자베트는 목적을 이뤘지만, 또 다른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서 평생을 남편과 멀리 지내게 된다.

어차피 결혼 생활 애로 사항을 겪으며 서로 힘들어 하는 '부부 사이'엔 각각의 입장이란 게 존재하게 마련인데,
첨예한 '고부 갈등'과 '몇 십 년 별거'에 얽힌 이 황제 부부(프란츠 요제프 & 엘리자베트)를 보면 우리 나라 TV 프로그램 <부부 클리닉 : 사랑과 전쟁>이 떠오르곤 한다. '프란츠 요제프(Franz Joseph) 남편'이랑 '엘리자베트(Elisabeth) 부인'의 경우, 가정 법원 조정 위원의 심층적인 상담이라도 받았다면 그 '결혼 생활'이 좀 더 원활해 질 수 있었을까..?

부인 엘리자베트
: "젊은 시절에, 저 오빠가 뭣 모르던 어린 나를 꼬득여 내
적성에도 맞지 않는 깝깝한 황실 라이프의 족쇄 속으로 밀어 넣어서 완전 괘씸합니다..!"

남편 요제프 황제
 : "일방적으로 부부 관계 거부 당하고, 평생 강제 별거 당한 난 불쌍한 남자~"

조정 위원 정애리
: "부부란 서로 노력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항상 자기 입장만 챙기는 부인도 좀 이기적이란 생각은 안해보셨나요..?"

조정 위원 신    구
: "두 분 다, 결혼했을 당시의 첫 마음을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4주 후에 뵙겠습니다~"
 
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베트(Elisabeth)>에도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이나 <태양왕(Le Roi Soleil)>의 경우처럼 '성난 군중들의 분노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극의 1막 후반부에 나오는 이 'Milch(우유)' 장면은 이 마음에 들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미모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데 약간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된 엘리자베트는 열심히 '외모 가꾸는 일'에 몰두한다. 그 와중에 '엘리자벳 황후가 피부 관리를 위해 우유로 목욕하는 바람에 자신들이 먹을 우유가 동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 백성들은 단체로 엘리자벳 황후를 욕하며 분노하고, 극의 화자인 루케니(Serkan Kaya)는 대놓고 '엘리자베트는 개념 없는 황후'라는 걸 어필하며 이들을 추동질한다.

그렇게, 각종 다이어트 & 피부 관리 요법을 동원하여 정성껏 미모를 가꾸던 엘리자베트(Maya Hakvoort)의 처소에 프란츠 요제프 황제(Andre Bauer)가 나타나고.. 어머니와 부인 사이에서 갈등하던 황제는 결국 엘리자베트 황후가 요구한 '편지 내용'을 받아 들이겠다는 말을 전한다. 그 때 꽃단장을 끝낸 엘리자베트가 독일 출신 화가 '빈터할터'가 그린 '유명한 (실존 인물 엘리자베트에 대한) 초상화'를 재현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리곤 "난, 당신의 소유물이 아니에요. 난 나만의 것..!"이라 노래하며 이 뮤지컬 1막이 끝나는데, 이 장면에서의 연출(대사나 상황)은 각 나라별로 & 판본별로 조금씩 다르다.


안드레 바우어(Andre Bauer)마야 하크포트(Maya Hakvoort), 마테 카마라스(Mate Kamaras)가 각각 '프란츠 요제프 황제, 황제 부인인 엘리자베트, 죽음' 역으로 등장한 뮤지컬 <엘리자베트> 2005년 DVD( 공연 실황)에선 엘리자베트가 다가오는 남편에게 '다가오지 마-'의 모션을 취하고, 그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상태에서 끝까지 '더 이상 간섭하지 말고 자신을 소유하려 하지 말라는 내용'을 전달한 채 마지막에 고개를 홱~ 돌리는 연출로 처리되었다.


그 때 슬그머니 나타난 죽음(Tod) 캐릭터는 엘리자베트가 그 장면을 노래할 때 옆에서 같이 '그래봤자, 넌 결국 내게 오게 되어 있어~'의 뉘앙스를 다시 한 번 더 강조하는데(어차피 평생 '불만스런 삶'을 살아갔던 엘리자베트는 '죽음'에 이르러서야 진정한 안식을 얻게 되는 설정이므로..) 전반적으로 부인에게 실컷 양보하고도 다가가는 것조차 거부 당했던 이 버전 황제는 많이 측은하게 느껴지는 분위기이다.

그 이후에도 이들 '부부 사이'엔 가족으로서 화목하게 살 수만은 없는 여러 문제점들이 생겨나는데, 처음 눈 맞아서 결혼을 약속할 때는 그 누구나 핑크빛 미래를 꿈꾸지만 막상 '결혼 생활'이 끊임없는 현실이 되면 원래 꿈꿨던 것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역시..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가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알콩달콩~ 행복하게만 사는 것'은 어린이용 동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인 걸까..?

To be continued.. 

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