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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엘리자벳' 2005 빈판 리뷰 (3)황후의 최후 통첩

타라 2011. 6. 14. 23:12
19세기 오스트리아의 실존 인물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는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 &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 콤비의 뮤지컬 '엘리자베트'에서, 극 안에 나오는 많은 일화들은 실제로 있었던 일에 해당한다. 다음에 나오는 에피소드 역시, 당시의 황제 부부가 직접 겪었던 일이다.

프란츠 요제프 황제(Andre Bauer)는 헝가리와의 외교에 황후인 엘리자베트(Maya Hakvoort)
미모가 도움이 될 거라 말하며 헝가리 출장에 함께 동행해 줄 것을 요청한다.
그러자, 엘리자베트는 당장 '시어머니(황제 모후)가 양육하고 있는 아이들'을 자신에게 돌려주면 요구에 부응하겠다 답하고, 황제는 애들이 아직 너무 어려서 안된다며 난감해 한다. 하지만 엘리자벳이 당장 애를 안 데려오면 동행하지 않겠다 해서, 요제프 황제는 어쩔 수 없이 황후가 하자는 대로 한다.

실제로 '엘리자벳 황후의 의지'대로 외국에 갓난아이 데리고 갔다가, 그 중 큰 딸이 병에 걸려 죽게 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 일로 인해 황후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고, 철딱서니 며느리에게 애를 맡겼다가 그 사단이 나자 '황제 모후조피'는 더더욱 엘리자벳에게 애를 맡길 수 없다며 그 다음에 태어난 '황제 부부의 외아들 루돌프'의 양육까지 본인이 맡기로 한다.

헝가리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프란츠 요제프 황제 부부가 그 곳을 방문하자
그들의 큰 딸을 '죽음의 세계'로 데려가 엘리자베트를 경악하게 만든 죽음씨

이 뮤지컬 안에선 '인간이 죽게 되는 것'을 뜻하는 '죽음(Der Tod)' 자체가 하나의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로 등장하다 보니, 극 중 인물의 사망엔 이 '죽음'씨가 관여되어 있는 걸로 처리된다. 이 옴므 파탈 죽음 캐릭터(Mate Kamaras)역할은 <끊임없이 그녀 주변에 나쁜 일을 만들어, 엘리자벳이 이승에서의 삶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간절하게 죽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만드는 것>이다.

굳이 그녀를 '죽음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싶었다면 '어린 시절의 시씨(엘리자베트)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사경을 헤맬 때' 바로 데려 갔으면 되었을텐데, 이 '죽음' 캐릭터가 왜 그리 먼 길을 삥~ 돌아가는 방식으로 엘리자베트가 한평생 살 동안 삽질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해당 뮤지컬 스토리 안에서 그렇게 묘사되는지라 '그냥, 그렇다 치고~' 이 극을 감상해야 한다.

이 옴므 파탈 & 나쁜 남자 '죽음'씨는 그녀로 하여금 '삶에 대한 의욕'을 잃게 만들기 위해 일단 엘리자베트 황후의 큰 딸(아기)부터 죽게 만든다.(실제론 헝가리 갔다가 병 걸려 죽지만, 여기선 죽음 캐릭터가 개입하여 그 아기를 죽게 만든 설정..) <엘리자베트> 2005' 오스트리아 빈 버전 DVD(공연 실황)에선 헝가리 출신인 마테 카마라스(Mate Kamaras)가 '죽음' 역을 연기했는데, 꽤 잘생긴 배우이다.


이 글로벌(?)한 뮤지컬 배우 '마테 카마라스'는 <엘리자베트(Elisabeth)>를 오스트리아에서 '독일어로'도 공연하고 자신의 나라인 헝가리에서 '헝가리어'로도 공연했다. 그가 오스트리아 버전에선 다소 '일반 인간'스럽게 나오는데(왼쪽 사진), 헝가리판 <엘리자베트>에 출연했을 땐(오른쪽 사진) 동일한 배우 & 같은 배역임에도 분장이 많이 다르다. 작품 자체는 같아도, 각 나라별로 세부적인 설정이나 연출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뮤지컬 헝가리 버전은 세트나 의상, 조명을 사용하는 방식에서도 오스트리아 원 버전과는 많은 차이점을 보인다.


엘리자벳이 헝가리에서 어린 딸을 잃는 큰 슬픔을 당한 뒤,
이 뮤지컬 화자루케니(Serkan Kaya)가 나와서 찻집의 점원으로 위장한 채 또 '엘리자베트와 그녀가 사는 황실 분위기, 세계 정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카페 안에서 차를 마시던 사람들(일반 시민들)도 '최근 신문에 난 정치적인 내용과 황후 엘리자베트 & 그녀의 시어머니인 조피에 관련한 잡담'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들이 하는 말을 조합해 보면, 앞으로 세상은 크게 변하고 합스부르크 황가에도 뭔가 큰 위기가 닥칠 듯한 분위기이다.

한 편.. 엘리자베트(씨씨 황후)가 낳은 셋째이자 외아들인 '루돌프 황태자'는 황제 모후인 조피에 의해 스파르타교육 받게 된다. 할머니 조피(Else Ludwig)는 기본적으로 감성적이고 겁 많으며 섬세하고 유약한 성정을 지닌 '여린 꼬맹이 루돌프'를 한 나라를 짊어질 '강인한 후계자'로 키우길 원하지만, 루돌프 엄마인 엘리자베트(Maya Hakvoort)는 그런 시어머니 특유의 양육 방식이 못마땅하다.


이전에도 아들을 황제로 키워 낸 전력이 있는 조피(프란츠 요제프 1세의 어머니)는 '차기 왕권을 이어갈 루돌프 황태자'를 강하게 키우는 일에 자신이 전권을 쥐고 흔들려 하고, 시어머니 조피 때문에 자기 아이들을 자주 볼 수 없는데다 최근엔 '루돌프의 양육 문제'로 그녀와 큰 고부 갈등 겪으며 고심하던 엘리자베트(시씨 황후)는 결국, 남편인 프란츠 요제프 황제에게 최후 통첩을 하게 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