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모차르트!' 공연으로 먼저 이름을 알린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 &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 콤비의 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베트(Elisabeth)'는 실존 인물인 '19C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황가의 엘리자베트(시씨) 황후'의 일대기를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최근 쿤체 & 르베이 콤비와 관련한 보도 자료를 접하고선 이 '엘리자베트' <황후>를 <여황제>라 표기한 걸 보고 뿜은 적이 있는데, 역시나 국내 제작사에서 제목을 <엘리자벳>으로 정한 데 대한 부작용이 아닐까 한다. 그 기사를 쓴 기자분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를 떠올리고, 이 뮤지컬에 나온 '엘리자벳' 역시 '여왕(여황제)'인 줄 착각했던 것 같다. 실제론, 한 나라를 다스리는 '황제'와는 거리가 먼 '(황제 남편에 대한 내조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던 자유로운 삶의) 황제 부인'에 불과했음에도 말이다..


그 쪽에선 독일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엘리자베트>라고 표기해야 맞는데, 어쩌다 보니 라이센스 공연을 올리는 한국 제작사에서 제목을 <엘리자벳>으로 정했기에, 어쩔 수 없이 두 가지를 병행해서 써야할 것 같다.(국내 관객들이 뮤지컬 '엘리자베트'를 '엘리자베트'라 하지 못하는 홍길동스런 시추에이션~)

어쨌든, 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벳(엘리자베트)> 자체는 두 세기 전에 살았던 '실존 인물들'의 삶에 대한 논픽션적인 요소에다가 '이승의 세계를 초월한 죽은 자들의 영혼 존재하는 세계'로 그 공간적 배경을 확장하고 '죽음(Tod)'이란 추상 명사의 캐릭터를 주요 인물로 등장시켜 엘리자베트 황후의 죽음에 관한 대목을 설명하는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였다. 이 작품의 대본을 쓴 작사가 미하엘 쿤체는 '실제로 엘리자벳 황후를 찔러 죽였던 무정부주의자 루케니'를 이 뮤지컬 화자로 활용했다. 이 뮤지컬 줄거리(2005년 오스트리아 빈 공연 실황 기준)는 다음과 같다.


(실제로) 노년의 엘리자베트 황후가 스위스를 여행할 당시 그를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아나키스트 루케니는 그 후 체포되어 '무기 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 스스로 목을 매어 자결하였다. 이 뮤지컬은 그 다음 상황으로부터 시작한다. 죽어서 영혼 재판장(우리 식으로 하면 염라 대왕) 앞에 선 루케니(Serkan Kaya)는 '어찌하여 오스트리아 황후인 엘리자베트를 죽였는지~?'에 대한 심문을 받게 된다. 그 배후를 대라고... 그러자 루케니는 그것이 '엘리자벳 본인이 원했기 때문'이라 주장하고 '죽음'과 '엘리자베트'가 서로 사랑하게 되어서 그런 일에 이르렀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면서, 증인도 있다고 한다. 그리곤 그녀 시대에 살았던 자들(지금은 죽은 자들)이 줄줄이 나와서 그 때의 일을 증명해 보인다.

먼저 '살아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자=죽음(Mate Kamaras)'이 나와서 자신이 엘리자베트를 사랑했다고 말한다. '극 안의 극'으로 꾸며진 이 뮤지컬 내에서 바깥 극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루케니(Serkan Kaya)는 죽음과 그녀의 사랑을 들먹거리지만, 심판자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지 말라며 계속 '배후'를 대라고 추궁한다. 이에 루케니가 배후는 '죽음(이 뮤지컬에서, 표면적으로 의인화 된 남자 캐릭터)'이며, 살해 동기는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엘리자베트의 이야기들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어린 시절의 엘리자베트(애칭-시씨 or 씨씨)는 한량 기질의 자기 아버지를 닮아 '격식을 벗어나, 날마다 획기적인 모험을 하면서 인생을 보내길 갈망하는 자유주의자'였다. 그녀는 줄타기, 승마, 곡예 같은 걸 즐기고 언제나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길 원했던 말괄량이 소녀- 그러던 어느 날, 씨씨(엘리자베트)는 높은 곳에 올라가 줄타기 하다가 추락하게 된다. 그 때 '죽음(Mate Kamaras)'이 등장하여 사경을 헤매던 엘리자베트(Maya Hakvoort)를 안고 그녀를 침실까지 데려다 준다. 원래는 크게 다친 그녀를 거둬가야 하는 '죽음'이었지만, 어쩐 일인지 그는 그녀를 죽음의 세계로 데려가지 않고 살려주었다..

실제로 이종 사촌지간이지만, 근친혼을 했던 당시 황가의 풍습에 따라 엘리자벳의 이종 사촌 오빠인 프란츠 요제프 황제(오스트리아 제국의 황제)와 그녀의 언니 헬레네맞선을 보게 된다. 이것은 양가 엄마들의 오랜 계획이었으나, 그 날 '아빠 대타로 따라 나온 엘리자베트'를 본 프란츠 요제프(Franz Joseph) 황제는 '원래 집안끼리 정해놓은 정혼자=언니 헬레네'가 아닌 '동생 엘리자베트'를 선택한다.

이에, 황제 모후인 조피의 모든 계획은 틀어지고.. 그동안 어머니 뜻을 잘 따라 왔던 오스트리아 황제는 그 때 만큼은 자신의 뜻을 강력하게 어필하며 집안 반대를 뚫고 엘리자베트를 황후로 맞아들인다.


이 극에서 꽤 비중이 큰 '바깥 극의 주인공=극의 화자인 루케니(Serkan Kaya)'는 중간중간 나와서 해설을 하거나 추임새를 넣곤 한다. 처음 보자마자 눈 맞은 '요제프 황제'와 '엘리자벳'으로 인해 맞선녀인 헬레네는 졸지에 되고, 황제 엄마와 엘리자베트 아빠는 서로가 못마땅해 죽을려고 한다.

프란츠 요제프 황제 모후 조피(소피)는 '황후가 되기 위해 아무 것도 준비한 게 없는 고삐 풀린 망아지같은 어린 엘리자베트'를 며느리로 맞아들이는 게 싫고, 엘리자베트 아버지 역시 '자유분방한 기질을 지닌 자기 딸이 그 엄격한 황실 생활에 적응 못할 것이며 그 생활은 엘리자베트를 답답하게 옭아맬 것'이란 생각에 '이 결혼 반댈세~'를 외치지만, 결국 황제의 뜻에 따라 그 둘을 결혼시킨다.

처음 보자마자 서로 눈 맞아서 사랑에 빠진 프란츠 요제프 황제(Andre Bauer)와 엘리자베트(Maya Hakvoort)동상이몽 분위기로 사랑의 이중창을 부른다. 근 3년 간 빡세게 '황후 수업'을 받은 엘리자벳의 언니 '헬레네'를 물 먹인 것에 대한 '대가'인지, 아님 원래 기본 '궁합'이 안 맞는 커플인진 몰라도 이 황제 부부는 평생을 서로 엇나가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런 모습들이 이 뮤지컬 안에선 각자가 서로 동문서답을 해대는 '(너는 너대로 노래하고, 나는 나대로 노래하는 가사의) 엇나감송'으로 묘사되곤 한다.

결혼이 족쇄 or 사슬이 되는 걸 설명해 주는 좋은 예?


요제프 황제는 "원래 한 나라의 황제란 자리가 자기 마음대로 살 수는 없는 무거운 의무감의 자리여서 자신과 살아가는 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의미의 노래를 하고, 엘리자베트는 "남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 따윈 자신에게 상관 없다~"는 식으로 동문서답을 하면서 그래두 "사랑하는 당신만 내곁에 있어준다면 모든 걸 다 이길 수 있다~"고 서로를 향해 노래한다.(아직은 '결혼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거나, 한창 눈에 '콩깍지'가 씌였을 때라...)

황제는 사랑의 증표로 결혼할 엘리자베트에게 목걸이를 선물하는데, 그 목걸이 자체가 무한 자유를 갈망하는 엘리자베트의 삶을 족쇄처럼 옭아매는 일종의 '사슬'과 같은 기능을 하는 상징물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엘리자베트> 2005년 빈 공연 실황을 담은 이 DVD 버전의 목걸이는 디자인 자체도 우아하고 로맨틱한 디자인이 아니라, 굵직한 사슬 같은 답답한 모양의 목걸이가 소품으로 활용되었다.

프란츠 요제프 황제와 사랑에 빠진 엘리자베트는 무려 한 나라의 '황후'가 되어 핑크빛 미래를 꿈꾸지만, 그런 그녀 앞에는 생각만 해도 갑갑한 질곡의 삶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To be continued..

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