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앞에서

화가의 인생 여정이 담긴 '렘브란트의 자화상'

타라 2011. 5. 26. 08:43
사람은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된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바꿔 말하면, 은연중에 '그 사람의 살아온 행적이 얼굴에 묻어난다'는 의미이다. 얼마 전에 휴대폰을 바꾸게 되어, 거기에 딸린 셀카 모드로 내 모습을 이리 저리 찍어 보았다. 매일 거울을 보긴 하지만 '거울'엔 사람의 얼굴이 좌우 반대되게 나오기 때문에 남들이 내 모습을 보는 것처럼 정면 모습을 관찰할려면 '사진기'로 찍어서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것두 정확한 내 모습인지 가늠하기가 좀 힘들다.

일단 사람의 실물과 사진으로 찍은 그 사람 모습은 약간의 차이가 나며, 셀카를 자꾸 찍다 보면 '잘 나오는 각도'가 어느 정도 파악이 되기에 카메라 앞에서 인위적으로 '사진으로 잘 나올법한 내 모습'을 꾸미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내 모습이 어떠한지 조금이라도 객관적인 시선에서 관찰하기 위해, 종종 사진 기록으로 남겨서 관찰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진기'가 없던 옛날 사람들은 특정한 시점의 사람 모습을 '그림'으로 남겼다. 그 시기 직업 화가들은 다른 사람들의 초상화를 주로 그렸지만, 종종 자기 모습을 담은 '자화상'을 그리기도 했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인 '렘브란트(Rembrandt)'는 특히 <자화상>을 많이 그린 걸로 유명한데, 64세까지 살면서 자신의 '청년 시절~노년 시절' 모습까지 골고루 기록으로 남긴 화가이다. 렘브란트가 남긴 '자화상'은 동판화까지 합하여 총 100여 점이 넘는다고 한다. 그의 가장 '단골 모델'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던 셈이다.

[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Rembrandt)'가 남긴 자화상 : 청년기~노년기 ]












그 중 몇 점만 봐도 '20대 젊은 청년에서 60대 노년의 모습으로 변해 가는 렘브란트'의 변천사를 감상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소질이 있었던 렘브란트(Rembrandt)는 젊은 시절 '화가'로서 잘 나갔으나, 30대 후반 무렵부터 세속적인 성공에서 점점 멀어졌고 급기야는 중년의 나이에 파산 선고를 받아 다른 가족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 홀로 쓸쓸한 임종을 맞은 걸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자화상으로 남겨진 렘브란트의 '늙은 모습'을 보니 그 쓸쓸함이 배가되는 것 같다.

언젠가 한 노인분이랑 대화를 나누면서 '현재 가장 갖고 싶은 것'을 질문한 적이 있는데, 그분은 거리에 지나다니는 젊은이들의 그 '젊음'이 가장 부럽고 갖고 싶은 것이라 말했다. 그 젊음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지만, 막상 지나고 나면 아무리 그 때 마음껏 젊음을 만끽했어도 점점 늙은 몸이 되어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반짝이는 청춘 시절'이 무척 그리워질 것 같다.

한 때 부와 명예를 지닌 화가였던 '렘브란트'는 그 사생활 면에서 파산을 겪고, 자식을 먼저 앞세우고, 첫번째 부인 & 그 이후에 동거하게 된 사랑하는 여인도 먼저 세상을 떠나보내는 등 적지 않은 '인생의 굴곡'을 겪은 사람이다. 그렇게, 비참한 말년으로 향해 가는 스스로의 모습을 '사진기'로 찰칵 찍는 것도 아니고 일일이 관찰해서 오랜 작업의 '자화상'으로 남기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 별다른 미화 없이 자신의 늙어가는 모습을 그대로 남긴 렘브란트(Rembrandt)의 무수한 자화상 기록이 새삼 놀랍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