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우리 나라 드라마엔 '출생의 비밀' 설정이 너무나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극 안의 한 캐릭터가 '이 사람 자식(친핏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른 사람의 자식이었다~'는 식의 내용 말이다.
옛날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에선 그것이 불가능하지만, 현대극에서의 '출생의 비밀' 설정엔 <유전자 검사(친자 확인)> 에피소드가 한 세트로 따라 붙는다. 조사해 보면 다 나오므로, 의심 가는 그 자식이 내 핏줄인가 아닌가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함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이 자식을 낳는 것도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후손'을 남김으로써, 언젠가는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자기 <생명의 유한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타 '늙어서 외로울까봐.. 나중에 자식한테 덕 볼려(?)고.. 아기를 좋아하니까..' 이런 건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들이고, 교과서적인 지식엔 사람들이 <종족 보존>의 이유로 후손을 남기는 걸로 나온다. 그런 열망과 행위들로 인해 '인류가 사라지지 않고 지구상에 계속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전에 보도된 어떤 실화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한 가정의 아버지가 자신을 전혀 닮지 않고 '자라면서 이웃집 남자를 점점 닮아가는 아들'로 인해 자기 부인을 의심하면서 병원에서 '친자 확인 유전자 검사'를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제껏 키워 온 그 애는 자기 친아들이 아니었다. 졸지에 엄한 의심을 받게 된 그 집 엄마는 이런 저런 궁리를 하다가 '아들을 낳은 병원'을 찾아가게 된다. 거기서 알아본 결과, 그 산부인과에서 출생 당시 '비슷한 시기에 애를 낳은 이웃집이랑 아기가 뒤바뀐 것'이었다고 한다.(그 사실을 알게 된 양 가문이 나중엔 각자의 친아들을 찾게 되었다고 함)
그들이 결국 자기 친핏줄을 찾을 수 있게 된 건 '아버지의 의심'에서 비롯된 것인데, 그 의심의 결정적인 근거는 '내 자식이 나와 닮지 않았다' 내지는 '내 자식이 내가 아닌 다른 집 남자를 닮았다'는 데에 있었다. 즉 (모든 '부모-자식'들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기본적으로 '부모'와 '자식'은 성향이나 기질, 혹은 외형적인 면에서 약간은 닮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타고난 <유전 인자>로 인해서 말이다..
Gregor Mendel(1822~1884)
현대 의학에서 '친핏줄과 관련한 유전적 요소'를 밝혀낼 수 있는 것도 다 그 분야에서 꾸준한 연구를 해 온 학자들이 있었기 때문인데,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결정적인 유전의 법칙은 오스트리아 출신인 그레고어 멘델(Gregor Mendel)이 발견한 것이다.
멘델은 수도원 사제가 되었다가 서른 무렵에 빈에서 유학 생활을 한 뒤, 수도원 정원에서 몇 년 동안 '완두콩을 이용한 유전 실험'을 했다. 그 실험으로 인해 세 가지 유전 법칙을 발견해 낸 멘델(Mendel)이 1865년 경에 유전학의 기초가 되는 논문을 발표했으나, 당시엔 별로 인정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사후에 '멘델의 법칙'이 재평가 되었으며, 19세기에 시작된 그 '멘델 유전학'이 다른 학자들을 거쳐 현대에까지 이르면서 점차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서로 대립되는 두 형질이 만나면, 어떠한 형질이 다른 한 쪽 형질보다 우세하게 작용한다~'라는 멘델 법칙 이전엔 '혼합 유전 이론'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졌었다. 별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이론이었다. 혼합 유전은 '자식이 엄마와 아빠의 특징을 반반씩 닮는다'는 것인데, 이것에 의하면 '키 큰 배우자와 키 작은 배우자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은 키가 중간 정도로 성장하게 된다 & 피부가 검은 배우자와 흰 배우자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은 중간 정도의 피부색을 갖는다'는.. 이런 식이 된다. 하지만 실제로 다 그런 건 아니며 '한 쪽의 특성'만을 닮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그것에 관해 해답을 준 것이 '멘델 이론'이었다.
그레고어 멘델(Gregor Mendel)은 자식이 부모의 특징을 반반 나눠서 닮는 게 아니라, 한 쪽 부모만 집중적으로 닮을 수 있는 '우성 인자'와 '열성 인자'의 다양한 조합에 관한 설을 제기하였다. 멘델 이론에 의하면 '키 큰 배우자와 키 작은 배우자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 한 쪽만 닮아서 키가 클 수도 or 작기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인간의 유전 형질에 관한 사항은 뒤로 갈수록 무척 다양해지는데, 그것이 '동양인 & 서양인의 결합' 혹은 '백인 & 흑인'의 결합 같은 경우라면 훨씬 복잡해질 것 같다.
포괄적인 멘델 이론에 의하면, 금발에 비해 흑발(검은 머리칼)이 '우성'이기 때문에 '금발 순종'의 배우자와 '흑발 순종'의 배우자가 결합하면 검은 머리의 자녀가 태어나게 된다.(두 쪽 다 '순종'일 경우, 직모와 곱슬머리가 결합하면 곱슬머리가 태어나게 됨) 허나 그 유전자가 잡종일 경우엔 조합이 또 달라지며, 금발도 가능하게 된다.(하나의 유전형질이 여러 세대를 거쳐 변하지 않는 개체가 순종, 순종들 간의 교배를 통해 형질 변화가 일어나는 개체가 잡종에 해당함) 굳이 '외형적인 모습' 뿐 아니라, 각종 질환이나 성격 & 기질 같은 것도 유전된다.
'출생의 비밀' 설정 나오는 최신 드라마들엔 유난히 '부모 or 자식의 머리카락이나 혈액, 생활용품에 묻어 있는 타액 등을 이용한 친자 확인(유전자 검사)' 에피소드가 많이 나오는데, 요즘 사용하는 '친자 확인'은 개인 식별법에다 멘델(Mendel)의 유전 법칙을 가미한 검사법을 통해 이뤄진다고 한다. 채취한 신체 일부분에서 유전 물질인 DNA를 추출하여 검사하는 모양이다.
같은 '출생의 비밀' 설정이 등장해도 삼국 시대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에선 과학적 방법을 동원한 '친자 확인'이 불가능했겠지만, 현대극에선 병원 가서 검사해 보면 되는 걸로 나온다.
그 뒤에도 여러 학자들이 연구를 거듭하여 더 큰 발견을 해냈지만, 본격적인 '유전자 연구'는 멘델에 의해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유난히 '출생의 비밀' 설정이 많이 나오는 요즘 극들에서 '친자 확인'이나 '유전자 검사' 하는 대목이 나오면 '유전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멘델'이 떠오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