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토크

모차르트 부인의 새 남자, 전기 작가 '니센'

타라 2011. 4. 24. 07:55
얼마 전,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 라이센스 공연에서의 곡들 위주로 한국 배우들이 뮤지컬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한 <김준수 뮤지컬 콘서트 Levay with Friends 니가 그리웠어> 공연 실황을 보았다. 작년 하반기(2010년 10월)에 공연한 것을 올해(2011년 3월) DVD로 출시한 것이다. 말이 <김준수 뮤지컬 콘서트>이지, 실상 이 '뮤지컬 콘서트' 형식의 공연에서 김준수(시아준수)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이 음악회의 본 공연 장면은  '작사가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 &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 콤비'의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Mozart!)>와 내년에 국내 버전으로 공연될 예정인 <엘리자벳=엘리자베트(Elisabeth)> 넘버들로 이뤄졌고 해당 극 안에 나오는 등장 인물이 꽤 많기에, 그 극의 한 캐릭터일 뿐인 김준수 혼자 주구장창 나오는 건 아닌 것이다.

원래 그 공연의 타이틀 자체가 <모차르트! 뮤지컬 콘서트>였다가, 해당 공연의 흥행을 노린 기획사에서 뒤늦게 <김준수 뮤지컬 콘서트>로 제목을 바꿨다는 얘기를 들었는데(그래야 거대 팬덤으로 구성된 김준수 팬들이 공연 티켓을 구매하는 데에 더 큰 적극성을 보였을테니..), 그러한 탓인지 <타이틀>은 '김준수' 이름을 빌려 왔지만, 애초에 기획되었던 <내용물> 자체는 그냥 '전 배우들이 나오는 뮤지컬 모차르트!의 미니 콘서트 형식'에 가까웠던지라 김준수가 주가 되는 공연은 아닌 듯하다.

'김준수 뮤지컬 콘서트(모차르트!)' 한 줄 감상 : 신영숙(남작 부인)과 아이들?

어쨌든, 개인적으로 그 공연 실황을 꽤 재미있게 보았다. 시간 되면 이 '뮤지컬 콘서트'에 출연한 각 배우 별로 리뷰를 쫙 다 적고 싶을 정도로 여러 생각들이 오고 갔는데, 남자 출연진들도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신영숙, 정선아, 배해선' 같은 여배우들이 그 '역량' 면에서 특히 눈에 띄었다.

정선아는 오래 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본 뮤지컬 배우인데, 한국어 버전 <모차르트!(Mozart!)>에선 '모차르트'의 부인이 되는 '콘스탄체(Constanze)' 역을 연기했던 여배우이다. 예전에 <모차르트!> 한국판 음반을 들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곡으로 민영기(대주교 역)가 부른 '어떻게 이런 일이'와 신영숙(남작 부인 역)이 부른 '황금별'을 꼽았고 그걸 포스팅한 적도 있는데, 그 음반에서 내가 세번 째로 삘 받은 곡은 정선아(콘스탄체 역)가 부른 '난 예술가의 아내라..'였다.

그 곡을 부른 정선아의 '가창력'이 상당히 좋다. 그래서 작곡가인 실베스터 르베이씨한테도 칭찬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외국 '콘스탄체' 역의 여배우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 가창력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모차르트!> 음반 리뷰 때 언급하지 않았던 건 '난 예술가의 아내라'를 부른 정선아 콘스탄체의 느낌이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실존 인물' 콘스탄체나 미하엘 쿤체 &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의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형상화된 캐릭터로서의 '콘스탄체'와는 살짝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독일어권에서도 <모차르트! 뮤지컬 콘서트>를 연 적이 있는데(라스무스 모차르트 버전), 그 공연에서 '콘스탄체' 곡을 부른 독일어판 여배우의 노래 느낌이 이 작품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콘스탄체'의 느낌에 더 가까웠다. 정선아가 부른 '난 예술가의 아내라~'는 너무 강단 있어 보이고 딱 떨어지는 느낌인데, 내가 파악한 '콘스탄체' 캐릭터가 그런 이미지는 아니었기에 말이다.(또한.. 뮤지컬 배우 정선아는 기본 이미지 자체가 너무 다부져 보이고 참 섹시하다. '콘스탄체' 같은 순박 & 헐렁한 캐릭터 보다는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 나오는 '본인이 뜻하진 않았지만, 치명적인 매력을 지녀서 여러 남성들을 파멸로 이르게 하는 팜므 파탈 에스메랄다' 캐릭터 같은 거 연기하면 딱 어울릴 분위기~ 얼마 전에 끝난 <아이다>의 '암네리스' 공주 역도 그녀에게 잘 어울렸지만, <지킬 앤 하이드>의 '루시'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같은 캐릭터도 정선아가 연기하면 꽤 잘 어울릴 것 같다..)


콘스탄체 베버가 모차르트 사후에 '남편의 빚을 물려받고 아들 둘 데리고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힘든 상황'에서 어찌어찌 하여 오래 살아남아 잘 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되게 강인한 성품에 생활력 강하고 억척스럽고.. 이런 분위기의 아줌마는 아니고, 좀 물렁한 캐릭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가끔 너무 솔직한 농담을 잘해서 그렇지, 괴팍한 성격의 예술가 남편을 잘 독려해서 많은 창작곡을 남길 수 있게끔 마음 편하게 해준 걸로 봐선 특유의 포용력도 있는 여성이 아니었을까 싶다.(실제로, 모차르트는 콘스탄체와의 결혼 이후에 주옥 같은 곡들을 정말 많이 남겼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생전에 쓴 편지들을 보면 자기보다 여러 살 연하인 콘스탄체를 완전 '아기'처럼 여기며 무척 아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그렇게 부부 금슬이 좋았던 연유인지는 몰라도 콘스탄체는 니센과 재혼한 이후 그 두 번째 남편이 사망했을 때에 니센의 묘비에다가 <모차르트 미망인의 남편(The Husband of Mozart's widow)>이란 문구를 새겨 넣기도 했다. 그런 걸로 봐서 콘스탄체는 모차르트를 진심으로 사랑했으며, 한 때 그의 부인이었던 걸 많이 자랑스러워 했던 것 같다.

사실 콘스탄체 베버(Constanze Weber)가 새로운 남자 게오르크 니콜라우스 폰 니쎈(Georg Nikolaus von Nissen)과 사랑에 빠져들 수 있었던 것도 그녀의 전 남편이자 음악가인 '모차르트'가 연결 고리가 되어서 그런 것이다. 덴마크 출신 외교관(음악 사학자, 전기 작가)이었던 니쎈은 '음악'에 관심이 많은 남자였고, 마침 그가 흥미를 느낀 작곡가가 '모차르트'였다. 미망인 콘스탄체가 모차르트 악보집을 출판하려 할 때, 일로써 엮인 니센과 서로 '음악가 모차르트' 얘기를 하며 친해졌다고 한다.

게오르크 니콜라우스 폰 니센


둘이 처음 만난 건 '모차르트 사후 몇 년 뒤'이고 교제한 기간도 꽤 오래 되었지만, 콘스탄체는 전남편 모차르트가 죽은 뒤 18년이 지나서야 결국 니센과 재혼하게 되었다. 콘스탄체가 모차르트와 헤어지게 된 것은 '성격 차이에 의한 이혼' 이런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사별' 때문이었기에 여전히 전 남편 모차르트를 그리워했을 테고, 그런 점이 두 번째 남편 니센 입장에선 질투가 났을 수도 있었을텐데, 이들의 경우엔 마침 콘스탄체의 재혼남 니센이 '모차르트의 팬'이었기에 그런 류의 불화는 없었던 것 같다.

게오르크 니콜라우스 폰 니쎈은 자신의 관심 음악가 '모차르트'의 부인이었던 여성과 결혼하게 된 것을 좋아했고, 콘스탄체도 마침 니쎈(Nissen)이 모차르트 자서전을 낸다고 하니 여러 면에서 기뻐하며 많은 도움을 주었다.(그러니까, 콘스탄체의 두 번째 남편이 그녀의 첫 번째 남편 자서전 내는 시추에이션) 여러 면에서 콘스탄체는 전 남편한테도 사랑 받고, 그 '전 남편의 팬'인 남자와 재혼해서 '공통된 관심사'로 보람있는 나날을 보내는 등 이상적인 결혼 생활을 했던 것 같다. 나름 남편운은 좋았던 셈-

단.. 신은 역시 한 사람에게만 모든 걸 다 몰아서 주지는 않는지, 콘스탄체는 사랑하는 '첫 남편 모차르트'를 젊은 나이에 떠나 보내야만 했고 '두 번째 남편인 니쎈' 역시 콘스탄체가 죽기 훨씬 이전에 세상을 떠나 버리는 등 그녀는 번번히 '남편 앞세운 과부' 신세를 면치 못했다. 또한, 모차르트가 <레퀴엠>을 완성하지 못하고 사망했듯(그 '레퀴엠'은 모차르트 사후에 그의 제자인 '쥐스마이어'가 완성했다고 함) 니센 역시 <모차르트 자서전>을 완성하지 못하고 사망했다.(이 역시 니센 사후에 다른 사람이 완성하게 됨)

콘스탄체의 첫 번째 남편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두 번째 남편인 '게오르크 니콜라우스 폰 니쎈'의 경우는 수미 쌍관 구조(?)처럼 비슷한 구석이 많다. 그런데.. 아무리 첫 남편과의 부부 금슬이 남다른 편이었어도 '첫째 남편'은 첫째 남편이고 '둘째 남편'은 둘째 남편인데, 콘스탄체가 <재혼남 니센>의 묘비에다가 <모차르트 미망인의 남편>이라고 새겨 넣은 건 너무했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모차르트의 부인이었단 사실을 자랑스러워 한 콘스탄체 자신을 위해 그리 한 것인지, 아님 '모차르트 팬'이었던 둘째 남편을 유명한 음악가인 그와 엮는 등 니센을 위한 의도에서 그리 한 것인진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