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폴리스
저속한 언어, 은근히 오래 된 '욕'의 역사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정말 미칠 정도로 열 받았을 때) 욕이 필요할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말'로 욕이라도 하니까, 선을 넘어서서는 안되는 그 이상의 과격한 '행동'을 안하게 되는 것 아닐까..? 다만.. 그럴 경우, 그냥 혼자서만 조용히 욕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아님, 그를 좋게 봤던 주변인들에게 혐오감을 주거나 큰 충격을 선사할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한 때 어떤 유명인이 대놓고 10원 짜리 욕을 하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찍힌 적 있는데, 그걸 보구서 그 사람에 대해 가졌던 이미지가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을 받았다. '와~ 그렇게 안 봤는데, 사람 완전 천박해 보이고 별로다~' 이런 느낌? 정말 참기 힘들 때 혼자 조용히 '순화된 욕' 정도나 하면 모를까, 타인에게 대놓고 심한 욕을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본 몇몇 한국 영화에서 '등장 인물'들이 (안방 극장용 TV 드라마에선 절대 허용 불가능한) 저속한 '욕'을 마구마구 해대길래 좀 불편하단 느낌을 받았는데, 그 시기엔 꽤나 문화적 충격이라 느껴졌었다. 멀쩡한 배우들이 듣기만 해도 민망한 10원 짜리 욕을 막 뱉어내니 말이다.
그나마 '안방 극장'용으로 가능한 수위 낮은 욕에 '우라질' 류가 있는데, 2003년도 폐인 드라마 <다모>에서 백부장(이한위) 캐릭터가 '이런, 우라질~'을 달고 살았던 것 같다. 우리 나라 사극엔 '염병할~'같은 욕도 자주 나온다. '염병할'에 나오는 '염병'은 치사율 높았던 전염병 장티푸스를 뜻하는데, 주로 상대방을 '염병 걸려 죽을 놈' 식으로 심히 질타하거나 일이 제뜻대로 안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욕의 사용은 우리가 다 알고 있다시피 '부정적인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특정인을 저주하거나 비방하고 무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요즘엔, 사회 지도층이 정치를 잘 못하거나 우리 주변을 둘러싼 환경이 좋지 않아서 울화통이 터질 때 국민들이 그 울분을 달래기 위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욕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욕'의 역사는 의외로 오래 되었는데, 인간이 말을 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 사회에는 욕이 존재했다고 한다. 아주 오래 전.. 고구려, 백제, 신라 사람들도 아마 욕이란 걸 했을 것이다.
드라마 <다모>에 나왔던 '우라질' 같은 욕은 '오라질'에서 유래되었단 설이 있다. 여기서 '오라'는 죄인을 잡아갈 때 묶어서 데려가던 밧줄을 뜻한다.(사극엔 "죄인은 어서 나와 오라를 받으라~" 이런 대사도 참 많이 나왔음) '지다'를 원형으로 하는 '질'은 현대어의 '묶다'와 비슷한 개념으로, '오라질=우라질'은 '밧줄에 묶일 놈 or 오라를 받을 놈'의 의미를 지니는 욕이라 할 수 있다.
TV극 <다모> 좌포청 백부장이 자주 내뱉었던 '이런, 우라질~' 같은 욕은 그리 심해 보이지 않으면서, 시대 상황 & 해당 캐릭터의 직업에 잘 들어맞는 욕이라 할 수 있다. 그 정도 욕은 시청자 입장에서도 구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수준이다. 현대 뿐만이 아니라 삼국 시대, 고려 & 조선 시대 때에도 나름의 '욕'이 존재했다고 하니 그 시기 극을 쓰는 이들은 크게 민망하지 않은 선에서 시대 고증에 맞는 '수위 낮은 욕' 정도는 조금씩 섞어줘도 괜찮을 것 같다. 특히 (해당 극 속에서의) 등장 인물들이 상대편과 치열한 '전투'를 벌일 때, 막 욕하면서 덤벼들면 어쩐지 '사실감' 있게 느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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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시랄'이라는 욕은 더 무서워요. '육시를 할' 이라는 뜻인데, 육시(戮屍) 이미 죽은 사람의 시신을 파헤쳐, 머리와 팔다리를 여섯 토막으로 다시 잘라 묻는 옛 형벌을 말하거든요. 으으.. 아침부터 상상하니 쎄네요. ㅎㅎ ^^;;
답글 -
ogongbond 2011.04.01 10:41
전 TV를 잘 안 봐서 잘 모르지만, 예전에 가끔 보니 "이년, 저년' 하는 것도 자주 나오더라구요.
답글
이건 뭐 심한 욕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여자한테서 "아니 이년이?"라는 소리를 듣고나서 부턴 생각이 좀...ㅡㅡ;
기분이 별로 안 좋더라구요...... -
HJ 2011.04.01 13:35
욕이란 것도 필요는 하지만, 꼭 필요한..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안하는게 낫죠.. ㅎㅎ 오늘 표현들 우회적으로 쓰시느라 힘드셨겠어요~
답글
자신을 비추는 거울.. 그게 욕으로도 대변될 수 있겠다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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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욕 참 많죠. 그 의미의 무서움의 정도로 나열도 가능하고..같은 표현도 애정표현으로 쓰이기도 하고, 나쁜 표현으로 쓰이기도 하고.. 그에 비해 일본어는..별로 없고..언젠가 비교 포스팅 한번 해보고 싶어지네요.
답글 -
오살할 놈이란 욕도 있고...
답글
무시무시한 욕이 있긴 하죠..
예전엔 그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용도로 쓰였는데
요즘은 뜻도 모르고 남발하는 욕이 많아서...
가끔 아찔할 때가 있습니다 -
욕은.. 2011.04.01 19:44
제가 언제 읽었던 책(?)에서 반드시(?) 필요한 거라고 써져있던 걸 본 거 같습니다.
답글
욕이 비록 저속하고 좀 거시기~합니다만,
감정중추(?)가 행동중추(??)를 억제해서(아무래도 욕을 하려면 다른 뇌부위가 순서에서 밀리니깐 그런 거겠죠?) 행동이 바로바로 나오는 걸 방지한다나 어쩐다나..
그니까, 욕을 하게됨으로 인해, 단박에 주먹(!)이 나가는 걸 방지한다는 뭐.. 그런 내용 되시겠습니다.
허나, 어떤 연구결과에선 오히려 언어가.. 말이 자신에게도 더욱더 선명한(?)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 행동을 유발하기도 한다고 하던 데...
그러고보니 참, 헷갈리는 연구결과들, 상반된다 느껴지는 연구결과물들이 있어서 뭐라 판단하긴 어려워보이는군요. 젠~장! -
욕도 누가 언제 하느냐에따라서 상당히 다른 뉘앙스가 있죠..우리나라의 욕은 참 다양하죠..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아주 다양하답니다. 부정적인 의미를 떠나서 감탄의 의미로 쓰이기도 하죠..그렇지만 요즘 청소년들..욕이 일상인경우가 많아요. 심각할정도랍니다. 사회적인 캠페인이 필요할 듯 합니다. 좋은 주말되세요
답글 -
요즘 아이들은
답글
아무렇지 않게 욕을 해서
지나가다가 듣는 입장인데도
흠칫 흠칫 놀란답니다 ㅜ. ㅜ
정말 어릴 때는 나쁜 뜻인지 모르고 한다지만....
바른말 고운말이 좋아요♥
잘보고 갑니당~~
뿅 -
겉멋만 들어서 심한욕 하면 센 줄 아는 우리 친구들이 한번 봤으면 좋을 내용이네요ㅎ
답글
욕도 알고 해야지 입달렸다고 너도 나도 욕 ㅡ..ㅡ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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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2012.07.09 07:45
누구나 욕을 하면 급이 떨어져 보이는 게 사실이죠.
답글
제가 고교 시절 친구들 앞에서 장난으로 "재수없어" 한마디 했다가
모두의 놀란 시선에 급당황하고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어요.
요즘은 애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욕 쓰는 것에 대해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거 같아 씁쓸하네요.
아름다운 우리 말, 고운 말만 썼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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