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토크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 2011년 내한 공연

타라 2011. 3. 31. 15:42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한 적 있는 영화 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가 이번에도 또 잊지 않고 국내에서 '데뷔 50주년 기념 내한 공연'을 갖는다고 한다. 그간 한국에서 꺼림칙한 일도 좀 있고 해서 다시는 안올 줄 알았는데(몇 년 전 PIFF 때),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며 한국에서 또 공연을 갖는다니 무척 반가운 소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워낙에 주옥 같은 영화 음악을 많이 만들어 낸 엔니오 모리꼬네는 한 때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영화 음악 작곡가'로 선정되기도 했었다. 영화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건맨> <미션> <시네마 천국>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러브 어페어> 등 수많은 영화 배경 음악을 작곡했으며, 2007년 아카데미 시상식 '평생 공로상'을 받는 등 수상 경력도 무척 화려하다. 

그의 훌륭한 곡들이 정말 많지만, 개인적으로 <시네마 천국> o.s.t를 들으면 지금도 묘한 감성에 젖어들곤 한다. 나름 '찬란했던 시절'의 어느 봄날.. 자주 가던 5층 카페에서 '시네마 천국' 음악을 자주 틀어줬었는데, 커다란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이 훤히 내다보이던 그곳에서 '시네마 파라디소' 음악을 들으며 몽롱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던 그 시기는 지금 생각해도 참 '행복한 한 때'였기에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엔니오 모리꼬네 작곡 - Love Theme / 영화 '시네마 천국' 주제가

(이 곡이 흘러나온) 그 장면엔 꽤 잘 어울렸지만, 'Love Theme'만 따로 떼어놓고 봤을 때 <시네마 천국> 영화 자체의 '전체 분위기'랑 이 곡의 정서는 살짝 다른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건, 모리꼬네의 곡이 안겨다 주는 서정적이면서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듯한 특유의 곡 분위기가 참 매력적이다. 작년에 TV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을 통해 큰 인기를 끈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도 엔니오 모리꼬네가 만든 곡인데, 이번 '2011년 내한 공연'을 통해 연주되지 않을까 싶다.

[ 데뷔 50주년 기념 내한 공연 : 2011' 엔니오 모리꼬네 시네마 오케스트라 ]

- 공연 일시 : 2011년 5월 16일 월요일 20시
                 2011년 5월 17일 화요일 20시
                 2011년 5월 18일 수요일 20시

- 공연 장소 : 세종 문화 회관 대극장

- 티켓 가격 : VIP석-220,000원 / R석-180,000원
                 S석-110,000석 / A석-70,000원 / B석-40,000원

- 공연 시간 : 인터미션 20분 포함, 150분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의 '데뷔 5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세계 투어 공연의 첫 장소가 한국이라고 한다. 한 편으론, 지난 창작 뮤지컬 <미션> 때의 일로 미안해서 이리 서둘러 오는 건가 싶기도... 2011년 2월 한 달동안 공연되었던 글로벌 창작 뮤지컬 <미션>이 공연 시작 전까지만 해도 '기대작'으로 큰 화제를 모았으나, 여러 씁쓸한 논란만 남긴 채 소리 소문없이 막을 내린 바 있다.

많은 이들이 그 작품에 대해 기대했던 건, 그것이 '엔니오 모리꼬네의 배경 음악'으로도 유명한 수작 영화 <미션(The Mission)>을 뮤지컬화한 것이었기 때문이고, 엔니오씨가 해당 '뮤지컬 음악'에도 참여한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뚜껑 열어보니 그 뮤지컬 안에서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가 작곡한 곡은 개미 코딱지 만큼 나왔을 따름이며, 거의 다 그의 아들인 음악 감독 '안드레아 모리꼬네(Andrea Morricone)'의 곡으로 밝혀졌다.

안드레아 모리꼬네가 만든 뮤지컬 <미션> 음악은 그냥저냥 평범했고, 그나마 엔니오 모리꼬네의 '넬라 판타지아' 선율이 들어간 '가브리엘의 오보에' 연주 장면만이 가장 인상적이었단 평가가 주를 이뤘다.


아무리 부자(父子)지간이어도 '아버지'는 아버지이고 '아들'은 아들일 뿐, '안드레아 모리꼬네(Andrea Morricone)'가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와 같은 세계적인 명성의 거장 작곡가는 아니기에 말이다.. 한국 기획사에서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모리꼬네 부자'를 영입하고 '이탈리아 출연진'을 섭외하여 공연한 창작 뮤지컬 <미션>은 결과적으로 영화 <미션>에 비해 퀄러티가 한참 떨어진다는 평가를 들으며, 창대하게 시작했다가 미약하게 막을 내리고야 말았다.

티켓 판매처에 나오는 '예고 동영상'을 해당 공연에 속하는 '뮤지컬 <미션(The Mission)>'이 아닌 DVD로 출시된 바 있는 '프랑스 뮤지컬 <십계(Les dix)> 장면'으로 편집하여 내보낸데다가, 주연 배우의 열악한 가창력(몇몇 배우 립싱크 논란도..)과 빈약한 완성도로 뮤지컬계에서 보기 드문 '리콜 사태'를 불러오기도 했었다. 


공연 중간에, 여주인공이 다른 배우로 교체되기도 하였다. 꽤나 돈 들여서 야심차게 만든 '대형 창작 뮤지컬'이었는데.. 뮤지컬 <미션>이 '엔니오 모리꼬네' 이름을 빌려와 명품인 척 살짝 포장했지만, '티켓 가격'만 디립다 비싸고 알고 봤더니 공연의 질은 '학예회' 수준이란 평가를 받으며 (끝난 지 한 달 밖에 안 되었음에도) 이젠 한국 대중들로부터 잊혀진 뮤지컬이 되었다.

지난 '창작 뮤지컬 <미션> 사태'를 보며, 한 편으로 꽤 화가 나기도 했었다. 그 공연의 안무가 & 작곡가를 비롯한 스텦과 출연 배우가 죄다 외국인(이탈리아 사람)이었는데, 도대체 우리 나라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그 비싼 공연을 그렇게 저급한 수준으로 만들었을까...싶어서 말이다. 거기에 모리꼬네 할아버지의 책임도 좀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는 그저 '이름'만 살짝 빌려준 것이었을까..?

아무튼 '대형 창작 뮤지컬'의 안좋은 선례를 남긴 뮤지컬 <미션>은 이미 지나간 과거가 되어버렸고, 오는 5월에 (인터미션 시간 제외한) 공연 시간 130분 동안을 온전히 '거장의 음악'으로 채워 줄 영화 음악의 전설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가 진짜 내한하여 <엔니오 모리꼬네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을 연다고 하니, 이번엔 제대로 '명품 음악 & 수준 높은 공연'을 선사하여 모리꼬네 부자의 뮤지컬 <미션>으로 까칠해진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다시 촉촉하게 적셔 주었으면 좋겠다..


'넬라 판타지아' 원조, '사라 브라이트만' 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