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폴리스
궁중 예법에 억눌린 조선 '왕'의 사생활
서양의 경우도 그렇지만, 우리 나라 '조선 시대 때 임금'이 지켜야 할 궁중 예법이나 그들이 처리해야 할 업무량 & 사생활 등을 살펴보면 그 삶이 썩 좋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당시 한 나라의 최고 자리였던 '왕'은 왕대로, 날마다 수많은 눈과 귀를 의식하며 '의무감에 투철한 피곤한 삶'을 살아야 했던 것이다.
지금보다 '의학적 수준'이 많이 낮았던 17세기에 프랑스 '부르봉 왕조'의 루이 14세(Louis XIV)가 돌팔이 궁정 의사 때문에 치아를 다 뽑아서 평생 고생했다는 얘기는 꽤 유명한데, 우리 조선 시대 '임금'과 왕의 '주치의'는 엄격한 예법에 의해 세트로 고생을 하기도 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남들이 결코 터치할 수 없는 영역 & 사생활'이라는 게 있지만, 조선의 왕들은 여인과의 밤일부터 시작해서 밥 먹고 배설하는 일까지 사사건건 신하들의 보호와 간섭을 받아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그 시절 왕은 '큰 일' 볼 때에 혼자 뒷간에 가지 않고, 복이 나인이 가져온 용변기(매우틀 : 궁중 용어로 임금의 대변을 '매', 소변을 '우'라고 부름)에다 용변을 봐야 했으며, 볼 일이 끝나면 환관이나 나인이 명주 수건으로 임금의 그곳을 닦아 주었다. 유아기 시절의 어린 애도 아니고, 이 무슨 굴욕인지..;; 또한, 왕의 용변은 때로 내의원 소속 의원들이 '임금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맛보아야 했다.
왕의 건강에 이상이 있나 없나 알아보기 위해 x을 직접 맛봐야 했다니, 조선 시대 궁정 의사들의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을 듯... 날마다 '왕의 용변'을 받아내는 나인도 그렇고, 그걸 맛보는 의원도 그렇고, 그것은 너무나 비인간적인 삶이 아닌가- 아울러, 그런 원초적인 배설물 처리를 늘 타인에게 노출 당하고 감시 당해야 했던 왕의 고충도 결코 적지 않다 볼 수 있다.
조선의 왕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용변 처리'도 궁정 나인이 보는 앞에서 해야 했고, 중전이나 후궁들과의 '잠자리'도 대전 상궁의 진두지휘(?) 아래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것두 임금이 '원하는 때'에 '마음 내키는 상대'와 하는 게 아니라, 건강한 아들 즉 '보위를 이어받을 수 있는 왕자 생산'을 위해 그날의 운세를 봐서 적당한 상대와 날짜가 정해졌고 '경력 많고 나이 든 숙직 상궁' 여러 명이 옆방에서 관찰하는 가운데 밤일을 치를 수 있었다.(예민한 사람 같으면, 제대로 감흥도 안 왔을 듯..) 왕과 '동침하는 궁녀'들 경우에도, 상궁들이 직접 목욕을 시켜주고 밤에 사방에서 감시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 같다.
당시의 '임금'은 모든 위험으로부터 지극히 보호 받아야 하는 존재였기에, 여인과의 잠자리에서조차 만일의 불상사를 대비하여 연륜 있는 '숙직 상궁'으로부터 이런저런 '조언'을 받아가며 거사를 치렀다고 한다. 이들은 '왕의 건강'을 위해 '지나친 밤일'을 제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그러니까 조선 시대 왕은 진짜 '사생활'이라곤 전혀 없이, 아침부터 밤까지 철저하게 '공인(公人)'으로서 살아가야 했던 것이다.(요즘 연예인들이 주제 넘게 '공인, 공인' 그러는데.. 이런 게 진짜 공인이다.)
만일 '개인적 욕망에 무한정 충실하고 싶고 남한테 간섭받기 싫어하는 성향의 사람'이 그 시기 왕이 되었다면, 당장 '안 해, 안 해~ 이딴 거 줘도 안 해!!' 하며 딱 거부하고 싶어졌을 것이다. 실제로 그 때의 유력한 '왕위 계승자'들 중엔, 일부러 동생에게 '왕좌'를 양보하고 '음풍농월이나 하는 비교적 프리하고 편안한 삶'을 추구한 왕의 아들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의무감에 투철한 왕으로 살아가는 것보다 이 쪽(최고 권좌의 자리를 거부한 채 풍류를 즐기며 살아가는 왕의 형제) 삶이 훨씬 이상적으로 느껴진다..
'메타 폴리스'의 다른글
- 이전글전설 속의 '늑대 인간', 실제로 존재하나?
- 현재글궁중 예법에 억눌린 조선 '왕'의 사생활
- 다음글'프레드릭 레이튼'의 그림 속 아름다운 남자
관련글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3.22 11:48
드라마 속에서 보여지는 모습하고는 영 딴 판이군요.
답글
이정도까지 사생활을 침해 받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네요. ^^;;
마지막 타라님의 말씀에 폭소하고 갑니다. ㅎㅎ -
궁중에서 후궁들하고 난리칠 여력이 거의 없다.. 이쪽이 정설이죠
답글
많은 드라마에서 왕이 놀고 먹자처럼 묘사되는 건 확실히..
사실과 매우 다르다는 걸 알아야할텐데
오죽 일에 치였으면 하루 세끼에 보태서
간식을 2-3번 정도 먹어야 할 정도로 업무를 봤을까요..
조정의 일이 다 마무리되는 시간이 밤 10시쯤...
야식 대신 후궁의 방에서 주안상을 받는다 쳐도
새벽 4-5시에는 일어나.. 문후 드리러 다녀야 하는 팔자...
중간중간 오수를 즐겨도 과로사하기 딱 알맞은 팔자인듯 합니다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3.22 12:10
왕들만큼 진짜 사생활 보호를 받지 못한 인물들도 드물듯요. 용변도 공개적으로 봤어야 했으니까요.
답글
우리가 흔히 폭군이라 말하는 왕들은 아마 사생활에서도 반항으로 진짜 인간같은 모습을 누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글 읽다 뜬금없이 했습니다.ㅎ -
-
타라님, 안녕하세요~
답글
어우, 옛날 왕이란 자리는 사람을 피곤하게 했을 것 같아요.
음... 그래서 양녕대군이 권좌를 버린 건가..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
저런 생활을 하면서 오래 살기는 정말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과로에 스트레스에 - 예민한 사람은 우울증이나 정신병을 앓을 수도 있었을 것 같네요.
답글 -
참...사는 게 사는 게 아닐 듯 싶어요. 일본 천왕을 보고 있으면 저정도는 아니지만...그냥 안하고 말지...뭐 그런 생각 들더군요.
답글 -
-
-
-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저렇게 심했던 줄은 타라님을 통해 처음 알았네요..;;
답글
저라면 목에 칼이 들어오면 모를까, 그냥은 거저 준다 해도 임금 안하겠습니다 ㅎㅎ -
Lipp 2011.03.22 19:30
이건 뭐 살아도 사는게 아니었군요 .. 숨쉬기도 힘들었을거 같아요 ..--
답글
저도 이런 자리는 만금을 준다해도 거절하고 싶네요,, ^^
그래서 영국의 에드워드 왕자가 사랑을 위해 왕좌를 포기했을때 아 ,,
진짜 자유롭게 살기를 원했던 사람이구나 생각했죠.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3.22 21:22
그런의미에서 조선의 왕은 서양의 절대군주와는
답글
의미가 다른 왕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높은 지위에 있으나 가장 자유가 없는 아이러니...^^ -
빠리불어 2011.03.22 22:29
깊이 들어가면 항상 보이는 것과 다른 모습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답글
왕이라고해서 행복할 줄 알았는데..
저런 삶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네여..
행복한 밤 되세여, 타라님 ^^* -
-
공룡우표매니아 2011.03.23 05:34
가장 기본적인 즐거움
답글
누군가 보고 있고 감시당한다면....
고욕이겠죠 ㅎ
근데도 역대 왕들은 그리 많은 여인을 취하고 또 많은 자식을 낳았으니
굴욕의 산물인지 쾌락의 산물인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