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는 마음이 더 크긴 하지만, '앞으로 국내 무대에 오르게 될 뮤지컬 공연'들 중 2012년에 한국어 버전으로 초연될 '엘리자벳(엘리자베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캐스팅 수준에 따라 관심도가 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실존 인물인 '엘리자베트(Elisabeth) or 씨씨(Sissi)'는 영화나 오페라, 뮤지컬, 소설 등 다양한 문화 컨텐츠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했었는데, 개인적으로 '엘리자베트 황후가 한 게 뭐 있다고 번번히 주인공으로 나오나?' 싶은 불만의 마음이 들 때도 많다.

엘리자벳 못지않게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간 인물은 그녀의 남편인 '프란츠 요제프 황제'가 아닌가 싶다. 어느 쪽이 더 훌륭하다고 말하긴 곤란하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세상엔 더 비참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자기가 가진 풍족한 환경에 당췌 감사할 줄 모르며, 현실을 회피하려고만 했던 황실 부적응자 엘리자베트나 루돌프 황태자' 보다는 '자기가 처한 상황 속에선 나름의 의무를 다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볼려고 노력했던 프란츠 요제프 & 그녀의 어머니인 소피, 루돌프의 부인 스테파니' 등이 적어도 인생을 더 열심히 살다 간 사람들 같다.

'엘리자베트'나 '루돌프 황태자' 보다는 실질적인 제국의 마지막 황제라 할 수 있는 '프란츠 요제프 황제'가 주인공으로 내세우기엔 더 그럴듯하고 주변 인물들 관련하여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많을텐데, 왜 뮤지컬 창작자들은 되도 않은(?) <엘리자벳> <루돌프> 같은 공연은 만들면서 <프란츠 요제프>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만들지 않는 것인지 심히 유감이다.

프란츠 요제프 황제 초상화(젊은 시절)


프란츠 요제프(Franz Joseph)는 1830년 경 '프란츠 카를 대공 & 조피'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당시 요제프의 큰아버지가 '황제' 자리에 있었는데, 몸이 허약해진 그가 다음 후계자로 요제프의 아버지인 '프란츠 카를'을 지목했다. 허나 근친혼의 영향인지 프란츠 카를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고, 아들을 황제로 만들고 싶었던 조피의 입김도 있었기에 프란츠 카를은 '프란츠 요제프'에게 황제 자리를 양보했다.

사실 여자로서 '황실 내 최고 자리'는 황후일텐데, 소피(Sophie)는 그 자리를 욕심 내기 보다는 황제 모후의 자리에 만족했던 모양이다. 실질적으로 프란츠 요제프가 황제가 되기까지 소피는 어린 그(프란츠 요제프)를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황제로 키우기 위해 특유의 '스파르타식 교육'을 실시하며 최선을 다해 양육했다.(엄마인 '엘리자베트' 닮아서 비리비리했던 '루돌프 황태자'는 소피의 그 스파르타식 교육을 감당하지 못하고 힘들어 했지만, 보다 인내심이 강해 보이는 '프란츠 요제프'는 어쨌든 그 힘든 과정을 묵묵히 다 견뎌내며 근면 성실한 황제로 거듭나게 되었다는...)

'(요즘 기준으로) 중딩 시절'부터 오스트리아 제국 군대에서 복무하기 시작한 프란츠 요제프 황제는 자신이 통치했던 기간 동안 쭉 군복을 입고 업무 처리를 하곤 했었다. 심심하면 '한 나라의 황후'로서 불쌍한 사람들이나 찾아다니며 도울 것이지, 평생을 국고 탕진해 가며 칠랄락 팔랄락~ 해외 여행이나 다녔던 '엘리자벳 황후'랑 달리 '프란츠 요제프 황제'는 한 나라의 왕이었지만 평생동안 굉장히 '검소한 생활'을 했다고 전해진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약간 '마마 보이'였다는 것~ ;;

갓난 아기 시절의 프란츠 요제프 & 조피 모후


요제프 황제가 지나치게 책임감이 강하고 풍류도 잘 모르고 군인 정신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라 부인인 엘리자베트 황후 입장에선 좀 딱딱하고 재미없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지만, 국민 입장에선 왕이 (프랑스의 루이 14세 경우처럼) 지나치게 고급 예술에 심취해서 쓸데없는 데 '돈' 쓰는 것보다는 이 편이 더 나을지 모른다. 프란츠 요제프 황제가 어쨌든 근면 성실하고, 검소하기는 했으니까...

그렇게 검소했던 프란츠 요제프(Franz Joseph) 1세가, 그래두 부인인 엘리자베트(Elisabeth) 황후가 하고싶어 하는 일엔 아낌없는 경제적 지원을 하며 나름 인심을 팍팍 쓴 것 같은데, 엘리자베트가 평생 불행하게 살다 간 것은 '자신이 가진 좋은 점'에 감사하며 살기 보다는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더 많은 비중을 부여하며 불만을 잘 터뜨리는 유형의 인간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평생 '황후로서의 의무'나 '부인 or 엄마로서의 의무'를 다 하지 않은 채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았던 '엘리자벳 황후'를 '비운의 인물'이라 하는 건 어쩐지 공감이 가지 않고(그녀가 어이없게 암살 당하게 된 것엔, 자기 나라로 안 돌아가고 나이 들어서까지 계속 해외로 떠돌던 엘리자벳 본인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으니...) 주변인들과 관련하여 별의 별 희한한 사건을 다 겪으며 살다 간 '프란츠 요제프 황제'야말로 어떤 면에서 보면 정말 '비운의 역사적 인물'이 아닌가 싶다.


프란츠 요제프에겐 '페르디난트 막시밀리안'이란 동생이 있었는데, 그는 훗날 멕시코 황제가 되었지만 '멕시코 혁명'이 일어났을 때 비참하게 처형 당했다. 프란츠 요제프의 다음 황제로 또 다른 동생 '카를 루트비히'의 아들(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조카)이 잠깐동안 황제 자리에 있었으나, 그가 사라예보에서 암살당하면서 제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다. 그 다음에 카를 루트비히의 손자인 카를이 황제 계승자로 지목되기도 했다.(원래는 프란츠 요제프의 외아들인 '루돌프 황태자'가 황제 후계자였으나, 루돌프는 30세 무렵에 자살했고 그런 그에겐 아들이 없었다. 바람둥이 루돌프 황태자가 아내 스테파니에게 성병을 옮기는 바람에, 스테파니는 딸 하나 낳고 더 이상 임신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황가의 '프란츠 요제프 황제'가 딱히 엄청난 일을 해냈거나 훌륭한 왕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나쁜 왕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가 통치하던 시기 자체가 전 유럽에서 엄청난 '변화의 물결'이 일던 시기였고 '거대한 합스부르크 제국이 망해가던 시기'였는데, 그렇게 침몰해 가는 배의 선장으로서 '프란츠 요제프'는 어쨌거나 국가를 잘 운영해 볼려고 애는 쓴 통치자였다.

여기 저기서 전쟁이 일어나고, 외교 관계도 악화되고.. 그 힘든 와중에 '시집 온 뒤로 내내 시어머니와 갈등을 겪다가 삐뚤어진 엘리자베트 황후'는 결국 자기 편한 대로 살겠다며 해외로 여행만 다녔고, 평생 씨씨(엘리자베트) 황후를 깊이 사랑했던 요제프 황제는 망해가는 제국을 홀로 책임지느라 심히 외로웠다.(한 때 기세 등등했던 소피 모후는 어느 순간 국정 운영에서 손을 떼게 되었고, 아들 '페르디난트 막시밀리안'이 멕시코에서 처형당한 뒤론 그 슬픔에 기력이 완전 쇠하게 됨)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황가의 '엘리자베트 황후'와 '프란츠 요제프 황제'

70년 가까이 통치한 프란츠 요제프 황제는 1916년(제 1차 세계 대전 당시) 8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는데, 그 사이 '동생의 죽음과 사랑했던 부인의 죽음,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의 죽음, 조카의 안타까운 죽음(그것두 처형, 암살, 자살, 암살 등의 불행한 방식으로)'을 겪는 등 꽤나 슬픔을 많이 겪은 인물이다.

그가 죽고 2년이 지난 뒤에 '제 1차 세계 대전'이 끝남과 동시에 한 때 엄청난 영광을 누렸던 '합스부르크 제국'도 사라지게 되었다. 그의 뒤에도 후임이 있긴 했지만, 당시 유럽에서 '장수한 왕(재임 기간이 가장 길었던 통치자) Top 3' 안에 들었던 '프란츠 요제프 황제'야말로 합스부르크 황가의 실질적인 마지막 황제라 할 수 있다. 진짜 최후의 황제는 '카를 1세'였지만, 2년 만에 퇴위되었으므로...

한 때 유럽 최고의 명문가로 엄청난 영토를 소유했던 500년 역사의 '합스부르크(Habsburg) 왕가'는 카를 1세 시절이었던 '제 1차 세계 대전'에서 오스트리아가 패함으로써 역사 속에서 사라졌고, 이후 오스트리아의 영토도 지금 수준으로 확 줄어들게 되었다. 그나마 '합스부르크 마지막 영광의 시대'가 70년 가까운 재위 기간을 거친 '프란츠 요제프(Franz Joseph)의 시대까지'가 아니었나 싶다.


항간에 프란츠 요제프 황제가 바람을 피웠다는 얘기가 있던데, 정실 부인을 두고서도 다른 여자와 많이 놀아나는 등 천하의 몹쓸 바람둥이는 그의 아들인 '루돌프 황태자'였고, '프란츠 요제프 황제'는 부인 '엘리자베트'가 자신을 멀리 하며 해외로 떠돌 때에도 꾸준히 그런 그녀에게 편지를 쓰며 한평생 부인만을 깊이 사랑한 남편이었다. 중간에 부인이 소개시켜 준 다른 여자도 있었는데, 그냥 우정 같은 것이고 프란츠 요제프는 죽을 때까지 자기 아내만 지극히 사랑했던 걸로 알고 있다.

재위 기간 동안의 '프란츠 요제프 1세(Franz Joseph I)'에 대한 평가가 되게 좋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썩 나쁘지도 않은 편이다. 결국 합스부르크 왕조가 사라지게 된 것은 '제국의 운'이 다 해서 그런 것이고 어쨌거나 프란츠 요제프는 그 안에서 동분서주하며, 부인(황후 엘리자베트)의 무관심 속에서도 '기울어 가는 나라'를 잘 이끌어 볼려고 성실하게 노력했던 책임감 있는 황제였으니...

어떤 경우에든, (그게 만족스럽든 불만족스럽든) 현재 자기가 처한 위치 내에서 나름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건 중요한 미덕이라 생각한다. 실제의 '역사적 사실'로 인해, 뮤지컬 <엘리자벳>이 본격적으로 무대에 오른다고 해도 난 주인공 '엘리자벳' 캐릭터에게 큰 호감이 가지는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관심 가는 이 작품 제목이 <프란츠 요제프>가 아닌 <엘리자벳>이라는 게 살짝 아쉬울 따름이다..


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