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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버 뮤지컬 JCS와 '예수-유다 관계' 논란에 관한 진실?

타라 2010. 12. 25. 22:15
해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나 연말이 되면, 괜히 한 번씩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가 작곡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관련 DVD를 꺼내어 보곤 한다. 뮤지컬계의 거장인 웨버가 더 크게 히트시킨 뮤지컬은 따로 있지만, 이상하게 그 '음악적 특징' 자체의 상생이 나랑 잘 맞지 않는단 느낌이고, 그의 작품 중에선 그나마 젊은 시절 팀 라이스와 함께 만든 JCS(지저스 크라이스 슈퍼스타)의 뮤지컬 넘버에서 특유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

예전엔 이 뮤지컬 안에서 예수가 부르는 2막에서의 솔로곡 'Gethsemane'를 좋아했었으나, 언젠가부턴 1막 초반에 유다가 부르는 그의 솔로곡 'Heaven on their minds' 역시 무척 매력적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그 외.. 이 뮤지컬 음반에 나오는 연주곡이라든가 조연들이 부르는 곡, 등장 인물들이 단체로 부르는 곡 중에도 중독성 강한 훌륭한 노래들이 꽤 많은 편이다. 이 작품 안의 두 주인공인 '예수'와 '유다'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장면에 나오는 'The last Supper'도 무척 좋아하는 노래이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안에 나오는 'The last Supper'는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고 제자들과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 만찬'을 나누려던 예수가 급 예민해지면서 '너희들 중 누군가는 나를 3번 부인하고 또 누군가는 나를 배신할 것'이라 말하니, 그에 발끈한 유다가 깽판 치며 빈정거리자, 예수도 극격하게 화를 내면서 둘이 한 판 붙었다가 다시 갈등 상황이 종료되는 장면>이다.

드류 사리치(Drew Sarich) 예수 & 세르칸 카야(Serkan Kaya) 유다
- The Last Supper /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2008' 콘서트 버전

독일어권 뮤지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드류 사리치(Drew Sarich)가 '예수' 파트를 부르고, 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베트(엘리자벳)> DVD에서 '루케니' 역을 맡아 좋은 연기력을 보여준 세르칸 카야(Serkan Kaya)가 '유다' 파트를 부른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2005' 오스트리아 빈 콘서트 캐스트 음반>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이 뮤지컬 3종 음반 중 하나인데, 이들이 '독일어'권에서 활약하기도 하지만 이 음반에선 '영어'로 노래했다. 개인적으로 드류-세르칸 라인에서도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젊은 시절에 작곡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음악은 전반적으로 리듬감도 좋고, 멜로디도 한귀에 팍 들어올 정도로 독특한 개성과 특징이 있어서 듣는 즐거움이 크다.

팀 라이스(작사가) & 앤드류 로이드 웨버(작곡가)가 만든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Jesus Christ Superstar)>에서 굳이 '캐릭터적인 매력도'를 따지자면 다소 전형적인 분위기의 '예수' 캐릭터 보다는 입체감 있는 인물로 재탄생한 '유다' 캐릭터가 좀 더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 안에 나오는 인물들이 딱히 예수가 선, 유다가 악.. 이런 개념은 아니다.

2000년 버전 JCS에 나오는 유다(제롬 프라동) & 예수(글렌 카터)

오히려 유다는 그 누구보다 예수를 믿고 따르며 사랑했던 제자인데, 둘이 바라보는 이상향(or 비전에 대한 부분)이 달라서 크게 갈등을 겪는다. 어차피 예수가 십자가에 희생되어야 하는 건 정해진 수순인데(그게 예정된 신의 뜻이라 하니..) 유다는 왜 굳이 자기 스승이 그런 희생을 당해야 하는 건지.. 그 '희생의 의미'에 대해 굉장히 시니컬한 자세를 취하는 인물이다.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예수가 희생되려면 제자 중 그 누군가는 그를 배신해야 하는데, 그것에 대한 '악역으로 선택된 자'가 유다이다. 그래서 유다가 예수를 로마인에게 팔아넘기긴 하지만, 원래부터 스승인 예수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유다는 그것을 괴로워하며 예수가 처형 당하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뮤지컬 스토리 안에서 예수가 적대 세력에 의해 체포된 뒤 채찍형을 받고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 유다와 무리들이 나와서 한바탕 거하게 이 뮤지컬의 대표 넘버이기도 한 'Jess Christ Superstar(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부르는데, 이 때 나오는 그는 '죽은 유다의 환영'에 해당한다. 자기 기준에서 '그렇게 처참한 몰골로 고통 당해야 하는 예수'가 잘 이해되지 않는 유다는 끝까지(죽어서까지) 나와 그 장면을 통해 "도대체 당신 희생의 의미가 뭔거죠..?"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런데, 이 극 안에 나오는 '유다'란 인물은 굉장히 일관성 있고 개연성 있는 인물이 아닐까 한다. 그가 마지막에 그런 질문을 던지는 건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희생 당하는 스승=예수 본인조차 체포되기 전날 '겟세마네' 동산에 올라가서 "도대체 내가 왜 죽어야 하는 거죠? 내가, 왜~~???" 하며 신에게 한바탕 난리쳐 보는데, 유다가 그 희생의 의미를 어찌 온전히 이해하겠는가-

결국 예수는 "당신의 뜻이라면 따르겠어요~" 하며 신이 내린 독배를 마시기는 하지만, 당사자인 예수나 그 훨씬 이전부터 스승인 예수의 행보가 못마땅했던 유다 모두 '예수 희생의 당위성'에 대해선 꺼림칙한 의문을 품고 있고, 그렇게 이 극은 끝난다. 한마디로, 앤드류 로이드 웨버 & 팀 라이스 콤비의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사람들에게 '왜?'라는 의문을 던지고 끝나는 문제작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도 (역사적 인물이기도 한) 예수와 유다가 정말 어떤 관계였는지에 대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그들의 관계를 '재조명'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고문서'가 발견되었던 것이다. 이 문서가 발견되기 전에도, 여러 학자들 사이에서 유다의 진짜 정체에 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흔히 '유다(Judah)'는 스승인 예수(Jesus)를 배신하고 팔아넘긴 부도덕한 인간으로 알려져 있지만, 똘똘하고 그 나름의 세계관과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었단 주장도 있었다.(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 나오는 유다는 후자의 캐릭터에 가까운 것 같다..)

비록 유다가 예수를 팔아넘겼단 '팩트'가 있지만, 그렇게 되기 전에 '유다가 예수를 가장 열심히 따르고 섬긴 제자'였단 기록도 남아있기에 '그렇게 충직한 유다가 어떻게 갑자기 스승을 배신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고 그것에 관한 연구를 한 이들이 많았던 듯하다.

서양 쪽 저자들이 도출한 여러 결론에 따르면 1)유다가 예수의 명령에 의해 그리 했다는 주장 2)유대인 해방을 위한 지도자로 예수를 섬겼던 유다가 '예수가 알고 보니, 유대인이 아닌 전세계에 있는 모든 인류를 구원하러 온 지도자'였단 사실을 알고 배신감 느끼며 예수에게 그런 짓을 저질렀단 주장 3)예수는 원래 십자가에 못박혀 죽지 않고 해외로 망명하여 살았으나, 예수가 십자가형 받고 죽었다는 상황을 지어내기 위해 유다라는 '허구의 인물'이 동원된 것이란 주장 등이 존재한다.

2000년 버전 JCS에 나오는 악당들(예수 제거 모의단)

세계 4대 성인이자, 종교적 인물이기도 하고, 역사적 인물이기도 한 예수(Jesus)는 그 외에도 갖가지 카더라설과 논란을 몰고다닌 인물이다. 어떤 책에선 '원래 독신으로 알려진 예수'가 어떤 여자와 정식으로 혼인한 유부남이란 내용도 나온 바 있다.

어쨌든 '예수'에 관해선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들이 많지만, 그를 충실히 섬겼던 제자 '유다'는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악랄한 배신자'로 낙인 찍한 상태이다. 허나, 비교적 최근엔 교황청 학자들 사이에서도 '유다가 나쁜 놈이어서 스승을 배신했다기 보다는, 그런 일을 계획한 신의 뜻과 예수의 계획을 도와 그렇게 한 것'이란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유다에 대한 명예 회복'을 추진 중이란 기사가 나기도 했었다.

즉.. 신의 예언이 실행되려면 그 누군가는 반드시 예수를 배신해야 했는데, 유다가 신과 예수의 '협력자'로서 그 역할을 담당한 것이었다는 내용을 받아들인 학자들이 꽤 많았다는 얘기다. 역시나 진실은 저 너머에 있겠지만, 만일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간 '사악한 배신자'로서만 인식되어져 왔던 '유다'는 굉장히 억울한 인물이 아닌가 싶다..

1973년 버전 JCS(테드 닐리, 칼 앤더슨 주연)

2000년 버전 JCS(글렌 카터, 제롬 프라동 주연)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 콤비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Jess Christ Superstar)>에선 그러한 대목을 너무 심각하게 건드리지 않으면서 '유다'란 인물을 하나의 '극 중 캐릭터'로 입체감 있게 그려내었는데, 개인적으로 그런 점 때문에 이 작품이 참 마음에 든다. 뮤지컬 JCS(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크게 역사적 사실을 왜곡시키지 않으면서 예수 캐릭터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고, 유다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그 둘의 관계를 쫄깃하게 부각시키는 등 하나의 '창작물'로서 매우 큰 미덕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테드 닐리(Ted Neeley)의 예수가 마음에 들어서 이전에 이 뮤지컬 1973년 버전 DVD를 주로 소개했었지만, 실은 전반적인 면에서 현대적 색깔을 입힌 <Jesus Christ Superstar> 2000년 버전을 더 재미있게 보았다. 아무래도 후대에 나와서 그런지 이 쪽이 전체적으로 더 '세련된 극'이란 느낌을 주며, 각 인물들 간의 '갈등'도 무척 팽팽한 편이다.


여감독 게일 에드워즈(Gale Edwards)가 연출하고 글렌 카터(Glenn Carter)가 '예수' 역으로 출연한 2000년 버전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선 탁월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제롬 프라동(Jerome Pradon)의 유다가 무척 눈에 띄는데다가, 르네 캐슬(Renee Castle)의 마리아 캐릭터도 굉장히 센 편이어서 서로 서로가 맞부딪히는 장면에서 '극적인 긴장감'이 더 많이 느껴진다. 예수-유다 간, 유다-마리아 간, 예수-마리아-유다 간 등등.. 아울러 조연들 중에서도 눈에 띄는 배우들이 있다.

출연진의 노래 실력이나 연기 느낌에서 1973년 버전이 낫다고 생각하면서도, 전반적인 '흡인력'이나 '극적인 재미' 면에선 2000년 버전을 더 땡겨할 정도로 이 버전의 JCS엔 묘한 매력이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