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폴리스 2010.11.25 23:42

요즘 괜찮은 '공연'들이 꽤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특별히 관심 있어하는 분야의 공연도 진행될 수 있다는 카더라설을 접하고 있는 가운데, 땡기는 '전시회'들도 군데군데 눈에 띈다. 갑부가 아닌 이상, 비싼 공연을 이것저것 다 볼 수는 없고 정말 보고싶은 것만 선별해서 봐야 할텐데 '전시회'의 경우엔 무대 공연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진행 중인 전시회 중엔 볼 만한 '사진전'이나 '그림전'도 있지만, 좀 생소하게 느껴졌던 '인형전'이 열릴 예정이어서 눈독 들이고 있는 중이다. 2010년 12월 24일~2011년 1월 2일까지 '코엑스 홀'에서 열리는 <2010 서울 인형 전시회>인데, 입장권이 '성인 1만원/청소년 7천원/어린이 5천원' 수준으로, 서울에 살거나 서울에 볼 일 있어 가는 사람들은 부담 없이 한 번쯤 볼 만한 전시회라 생각된다.


11월 30일 오후 5시까지 조기 예매 시, '성인 7천원/청소년 4천원/어린이 2천원'의 관람료로 감상할 수 있다. 수공예 작품을 중심으로 여러 종류의 인형 1만 여점을 공개하는 대형 행사인 이번 전시회는 10일 동안 개최되며, 테디 베어나 구체 관절 인형 or 닥종이 인형 등 다양한 소재의 인형 뿐 아니라 동화나 만화 영화 속 캐릭터 & 인기 스타의 모습을 형상화한 인형들도 선보이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행사가 열리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며, 2008년 이후로 매년 개최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인형'에 대한 야릇한 기억이 있다. 아주 어린 시절.. 우리 집에는 장난감이 별로 없는 편이었고(부모님이 안 사주셔서.. 돈도 없고..;;) 인형 같은 걸 갖고 놀아본 기억이 없는데, 초등 학교 들어가고 몇 년 지나고 나서야 갑자기 '인형'에 꽂히게 되었다. 우리 반에 아버지가 병원 원장이어서 아주 잘사는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날 친구들 여러 명이랑 그 애 집에 놀러갔다가 거기서 본 '마로니 인형'의 자태에 반해버린 것이다.(그 인형이 '잠 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자고 있는 '인형 침대'도 있었음)

그래서 더 어릴 적에도 생전 안 갖고 놀아본 인형을 초등 학교 3~4학년이 되어서야 버닝하게 되어, 용돈을 받으면 절대 군것질 안하고 마로니 인형과 인형 옷을 하나 둘 사 모으기 시작했다. 마침 당시의 내 짝꿍도(여자 짝꿍. 그 때 우리반 담임 선생님은 '남자-남자/여자-여자'로 짝을 지어주셨다) 인형 갖고 놀기가 취미여서, 우린 방과 후에 서로의 집을 오가며 '인형 놀이'에 몰두하곤 했었다.

출처 : 2010 서울 인형 전시회


당시에 브랜드화 된(특정한 이름을 가진) '마로니 인형'도 있었고, 손가락 만한 모양의 인형 & 뚜껑 열면 살림살이가 쫙 펼쳐지는 '인형의 집'도 있었으며, '인형 가구'도 문구점 같은 데서 판매하곤 했다. '인형 옷'과 달리 '인형 가구'는 좀 비싼 편이어서 내 짝꿍과 나는 서로 가구 한 두개 정도만 장만한 뒤 같이 합쳐서 놀곤 했었다. 인형 살림을 바리바리 싸들고, 각자의 집을 오고가며 말이다..

그렇게 한동안 '인형'에 버닝했었고, 철없던 나는 용돈 모아 하나 둘 사모으기 시작한 인형, 인형 옷, 인형 가구들을 나의 '보물 1호'라 칭하며 '이건 영원히 나의 보물이다. 죽을 때까지 간직하겠다~' 했었는데, 초등 학교 고학년 올라간 뒤론 (머리 좀 굵어졌다고) 그 인형 놀이가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한동안 구석에 쳐박아 두고 별로 관심을 두지 않다가 중학교 들어갔는데.. 청소년이 되니까 어린이 시절에 비해 '관심사'가 또 많이 달라지는 것이었다. 중딩 때는 학교 공부와 친구 사귀기에 몰두 & 학교 친구들과 편지 주고 받기, TV에 나오는 멋있어 보이는 대중 가수에 버닝하기.. 등이 주된 관심사였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뭘 잘 안버리는 성격에, 다른 식구가 책상이나 살림살이 정리하다가 버린 물건도 아깝다고 도로 주워오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온갖 잡동사니 다 끌어안고 살았고, 옆에서 '예전에 갖고 놀던 인형도 구질구질하고 놔둘 데 없으니까 안 쓰면 버리라~'는 말에도 '절대 안 버리겠다. 평생 갖고 있겠다~' 했었는데.. 어느 날엔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내 손으로 그 인형(초등 학교 때 내 '보물 1호'였던)을 죄다 갖다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난 이제 중학생이니까 공부를 열심히 해야 돼. 어린애처럼 인형 따윈 갖고놀지 않겠어~' 하면서...

그러면서, 약간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 1학년 나이에 벌써 '사랑이란 건 영원하지 않은 거구나..'를 깨닫게 되었다고 할까- 한 때 그렇게나 좋아했고 '보물 1호'로 간직하면서 평생 안 버리겠다 했던 그 인형들을 다른 사람의 강요가 아닌 나의 자발적 결정으로 미련없이 버리게 되었으니, 몇 년 전에 내가 했던 '평생동안 보물 1호~' 발언도 좀 뻘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인형을 갖다 버리던 당시 나의 '새로운 보물 1호'는 '친구들과 주고 받은 편지(손편지) 박스'였는데, 그것두 살면서 어느새 시들해져서 지금은 거의 쳐다보지 않게 되었다. 지금도 찾으면 집안 어디에 당시에 주고 받았던 '편지 박스'가 있기는 있지만... 그러고 보면, 사람이 한평생 살면서 때마다 끊임없이 '관심사'도 달라지고 '취향'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Korean Dolls
Korean Dolls by kodomut 저작자 표시

비록 '평생 동안 보물 1호로 간직하겠다~'던 말을 뒤집고 배신 때린(?) 적이 있지만,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인형 전시회>가 열린다고 하니 새삼 그 때 생각이 나면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릴 적에 갖고 놀았던 인형은 '서양풍'의 마로니 인형이었는데, 개인적으로 '한복을 입은 동양 인형'에도 관심이 많다. '한복 인형'은 예전에 펜팔 같은 걸 하다가 친해지면 우리 나라 사람이 외국의 펜팔 친구에게 단골로 선물했던 아이템이기도 한데, 내가 한국 사람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한복 입은 인형'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 보인다.

인형 전시회 자료를 좀 찾아보니까 거의 '예술의 경지'에 이른 인형 작품들도 많던데, 단순히 '애들 갖고 노는 장난감'의 차원을 벗어나 인형 하나를 가지고도 '조형 미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수공예 인형 창작자들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여서 그 예술성을 뽐낸다고 하니, 여느 무대 공연이나 전시회들 못지 않게 이번 <2010 서울 인형 전시회>에 큰 기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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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