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나 헤롯왕 같은 인물은 굳이 특정한 종교를 믿지 않더라도, 실존했던 '역사적 인물'이기도 하다. 헤롯(Herod)은 BC 73~4년에 활약했던 유대의 왕으로, 그는 친로마 정책을 펼치면서 백성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고 폭정을 일삼았던 왕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헤롯왕은 예수(Jesus)가 베들레헴에서 태어났을 당시 떠돌던 말(메시아 탄생) 때문에 왕권의 위협을 느끼고 '베들레헴에 있는 2세 이하의 유아를 모조리 죽인 왕'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마태복음에 나온다. 그로 인해 이 '베들레헴의 영아 학살'에 관련한 그림을 그린 화가들이 꽤 많았었다.

화가 루벤스(Rubens)의 그림 '영아 학살(The Massacre of the Innocents)'

'왕이 될 운명으로 태어났다는 한 아이'를 죽이기 위해 헤롯의 군사들이 민가에 들이닥쳤고, 아기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엄마들의 처절한 몸부림과 포악한 군사들의 살기가 역동적으로 표현된 이 소재의 그림은 루벤스(Rubens) 외에도 다수의 서양 화가들이 그린 바 있다.

그런데, 최근에 이 '헤롯왕'에 대해 새로운 견해를 발견하게 되어 무척 흥미로웠다. 그와 연관된 '베들레헴의 영아 학살'이 사실은 '과장된 부분'이 많은 사건이라는 것이다. 마태복음에 나오는 그 내용은 다른 복음서나 (그 엄청난 만행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자료에는 등장하지 않는 기록으로, 헤롯왕의 폭정을 지탄한 다른 유대 관련 저서에도 '유아 학살'에 관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마태복음을 쓴 저자가 존경하는 예수와 메시아의 탄생을 좀 더 '극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약간의 픽션을 가미하여 과장되게 썼을 가능성 농후하다. 우리 나라에서도, 위대한 업적을 남긴 무슨무슨 왕들의 '탄생'엔 판타지스런 탄생 비화에다가 드라마틱한 사연들이 따라붙지 않는가-

화가 푸생(Poussin)의 그림 '영아 학살(Le Massacre des innocents)'

마태가 쓴 복음서의 '베들레헴 영아 학살' 역시, '우리 예수는 그 무지막지한 영아 대량 학살' 속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은 대단한 인물이에요~'를 강조하기 위해 그가 약간의 창작을 가미했던 게 아닐까 싶다.

이 견해가 좀 신빙성 있게 느껴지는 게.. 헤롯왕은 70세 넘겨서 BC 4년에 죽었고 예수는 BC 2~7년 사이에 태어났는데(예수 태어난 정확한 해에 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이미 왕 노릇을 해볼 만큼 다하고 노년의 나이가 된 헤롯왕이 '그가 왕이 되었을 즈음엔 이미 자기가 죽고 없을 갓난아기'로부터 '왕권의 위협'을 느낀다는 건 왠지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모 포털에 나오는 '이들이 살아간 연대'에 관한 내용에 따르면, 헤롯왕이 죽은 바로 그 해에 or 그 전년도에 예수가 태어났다. 그러니까, 동시대에 활약한 사람이 아니라는 말~

겨울만 되면 한 번씩 '예수'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팀 라이스(Tim Rice) &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 콤비의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 슈퍼스타(Jesus Christ Superstar)>의 영화(뮤지컬 영화)를 보곤 하는데, 이 작품의 2막에 가면 헤롯왕과 그 무리들이 체포된 예수를 조롱하다가 히스테리 부리는 '헤롯왕의 깨방정 쇼'가 나온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 슈퍼스타>에 나오는
Herod's song(헤롯송)/'Jesus Christ Superstar' 2000년 영화 버전

뮤지컬 JCS에 나오는 헤롯왕은 앞서 말한 '베들레헴 영아 학살'에 나오는 그 헤롯왕의 아들 '헤롯 안티파스'로, 아버지와 아들 모두 '헤롯'이라는 똑같은 이름을 쓰는 모양이다.

헤롯 대왕의 아들인 헤롯 안티파스(Herod Antipas)는 BC 4년~AD 39년까지 산 인물로, 이 '아들 헤롯'이 바로 예수 시절에 집권했던 왕이다. 알려지기론, 극 안에 나오는 것처럼 이 '아들 헤롯왕'의 행실이 그닥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 유명한 '살로메' 이야기도 이 '헤롯 안티파스'와 관련되어 있다.

어쨌든 '베들레헴 영아 학살'과 관련하여.. '아빠 헤롯왕'의 경우엔 '로마'의 총독 신분으로 왕이 된 것이고 '오리지널 유대인'도 아니었기에, 왕권에 위협을 느껴서 로마의 허락도 없이 베들레헴의 아기들을 다 죽이는 뻘짓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그럴 만한 권한도 없었다.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의 그림 '동방 박사의 경배(Adoration of the Magi)'

개인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구원하러 온 희생자'의 이미지를 지닌 예수가 그 탄생에서부터 이미 '다른 무수한 죄없는 영아들의 희생(죽음) 하에 살아남은 인물'이었다는 건 뭔가, 그의 '존재 의미'를 흐리기도 한다는 생각이다. 그 죄없이 죽은 아기들을 대신해서 오래 살았으면 또 모를까, 예수는 불과 33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으니 더더욱 그러하다..

여러 면에서, 마태가 복음서에 쓴 '왕권을 위협받는 게 두려워 헤롯왕이 지시했다는 베들레헴(Bethlehem) 영아 학살'은 그가 믿는 메시아는 '그 탄생부터가 극적이었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살짝꿍 '꾸며낸 얘기'라는 요즘의 새로운 견해에 조금 더 신뢰가 간다..

posted by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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