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앞에서

그리스 신화판 미저리? : 영원히 잠자는 꽃미남 엔디미온

타라 2010. 8. 28. 23:43
엔디미온(Endymion)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꽃미남 미소년'으로, 그 아름다움 때문에 대부분의 삶을 잠 자면서 보낸 안타까운 인물이다. 이 미남자(美男子)에 대해선 여러 가지 전설이 전해진다.

어느 날, 올림푸스 산으로 오게 된 엔디미온이 제우스 신의 아내인 헤라와 사랑에 빠지게 되어서 제우스가 그에게 '영원히 잠에 빠지게 되는 벌'을 내렸다는 전설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자뻑에 빠진 엔디미온이 영원히 늙지 않고 그 '젊음'을 유지하는 대신 영면(永眠)을 택했다는 전설(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버려라?)

미소년 엔디미온은 달의 여신인 '셀레네'로부터 지극한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매일 밤마다 그를 찾아왔던 이 '집착 장난 아닌 스토커' 셀레네 여신이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엔디미온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즐기려고 그에게 무한한 젊음을 선사한 뒤 영원히 잠들게 했다는 전설(이 전설을 보면, 어쩐지 "이렇게 해서라도 널 영원히 가지겠어~" 하는 여신의 독점욕이 엿보이는 듯하다..)

지로데 트리오종(Girodet Trioson)의 그림 '엔디미온의 잠(The Sleep of Endymion)'


영국 시인 존 키츠의 장편시 <엔디미온>에선 그를 '목동'으로 그리고 있는데, 존 키츠는 <달의 여신 셀레네(Selene)가 엔디미온(Endymion)의 '잠 든 모습'에 매료되어 그에게 불멸의 청춘을 준 뒤 영원히 잠들게 했다~>는 세번 째 전설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 셀레네 여신을 '잠 자는 미소년 덕후(매니아)'로 만들어 버림 ]

젊은 청년에게 '팔딱거리며 활동하면서, 다른 이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희로애락을 느끼는 삶'을 허락하지 않고,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영원히 잠에 빠지게' 하는 등 박제를 만들어서 소유하려 하다니... 이 이야기의 메시지는 '달 여신님의 소유욕은 정말 집요하고 무섭다~'가 아닐까 한다..;;

조지 프레드릭 와츠
(George Frederic Watts)의 그림 '엔디미온(Endymion)'


프레드릭의 이 그림을 보면, 신이 '엔디미온에게 영원히 잠만 자게 하는 마법'을 걸어놓은 뒤 달의 여신 셀레네(루나)가 매일 밤마다 이 꽃미남 총각에게 찾아와 무저항 상태의 그에게 별짓 별짓 다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신화 속 모습을 재현한 이 그림을 볼 때면 '아니~ 여신이면 멀쩡한 청년을 움직이지도 못하는 박제 상태로 만들어 놓고, 저래도 되는 겁니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조지 프레드릭 와츠(George Frederic Watts) :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조각가 & 화가. 웨스트민스터 홀 장식 콩쿠르에서 입상을 하였으며, 그 후 이탈리아에서 공부했다. 유학 기간 동안의 조지 프레드릭 와츠는 베네치아파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영국으로 귀국한 뒤로 조지 프레데릭 와츠는 '우의적인 내용을 담은 시사성 강한 그림'이나 '초상화'를 주로 그렸으며, 1867년엔 로열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다..